문 총재의 장남인 효진씨는 ‘포스트 문선명’ 시대를 이끌 통일교의 ‘황태자’로 지목받았으나, 지난 99년 개인 사생활문제로 물의를 빚은 후 통일교 교단에서 떠나 일체 외부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채 잠행해왔다. 이 때문에 통일교 내부에서조차 효진씨의 근황을 모를 정도로 그의 행보는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일요서울> 취재결과 효진씨는 지난해 9월 연예기획사인 M사를 설립하고 이 회사의 회장으로 취임했다. 회사측에 따르면 미국 시민권자인 효진씨는 현재 미국과 한국을 오가면서 회사의 경영에 조언하고 있다는 것. 주로 미국에서 거주하고 있는 효진씨는 올들어서도 몇 차례 이 회사를 방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M사는 통일교 계열기업에 포함돼 있지 않는 순수한 효진씨의 개인기업인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의 ‘후계자’로 지목받아온 효진씨가 운영하는 회사라면 당연히 통일교 계열에 포함돼 있어야 함에도 통일교측은 이 회사의 존재 사실조차 모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통일교 관계자는 “(효진씨가) 기획사를 하고 있다는 얘기는 언뜻 들은 것 같다. 그러나 통일교와는 무관하며, (통일교) 계열사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전했다. 통일교 계열사인 ‘청파서점’ 관계자도 “M사는 효진씨가 개인 취미 차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냥 조용히 하고 싶다는 얘기를 들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수 있는 입장은 아니다”라고 말했다.이와 관련해 M사 고위 관계자는 <일요서울>과의 인터뷰에서 “효진씨는 회사의 지분을 별도로 보유한 것이 아니다.
회사 대표이사와 개인적으로 잘 아는 사이이고, 개인적으로도 음악을 좋아하기 때문에 회장직을 수락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그는 “(효진씨는) 미국에서 유학 중일 때부터 기타 등 악기를 잘 다룰 만큼 음악에 관심이 많았다”며 “음악을 즐기는 분이 연예인기획사를 운영한다고 해서 흠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 문선명 총재의 장남이자 차세대 통일교의 유력한 ‘후계자’로 거론되어온 효진씨가 외부에 자신의 모습을 감춘 채 극비리에 연예인기획사를 운영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가.이 부분에 대해 통일교 안팎에서는 효진씨가 통일교의 차기 후계구도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하고 있다.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통일교의 2인자였던 효진씨가 갑자기 사라진 배경에 대해 교단 안팎의 의견이 분분하지만 가장 설득력을 얻는 관측은 그가 통일교의 후계구도에서 제외된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라면서 “과거 사생활문제 등으로 인해 문선명 총재의 눈밖에 난 것이 아니냐는 말들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효진씨는 전 부인과의 이혼문제가 불거졌던 지난 99년 무렵 미국 언론들은 효진씨의 사생활 부분에 대해 잇단 폭로기사를 게재했다. 당시 효진씨의 전 부인 난숙씨는 효진씨를 상대로 100억대 위자료 소송을 제기하면서 큰 파문이 일었다. 특히 효진씨의 전 부인은 언론 등에 효진씨와의 결혼생활 동안 벌어진 각종 사생활 내용을 담은 폭로성 수기를 발표해 큰 충격을 주었다. 이 사건이 터진 이후 효진씨는 통일교 공관에서 나와 다른 곳으로 거처를 옮겼고, 얼마 뒤 언론계 인사의 딸 최모와 결혼했다. 이같은 일련의 사건이 일어나면서 부친 문선명 총재와 효진씨의 관계가 악화되어 통일교 후계구도에도 변화가 생겼다는 게 교단 관계자의 전언이다.
또다른 통일교 관계자는 “문 총재의 성격상 개인적인 문제로 물의를 빚은 효진씨에 대해 교단의 후계자로 밀기에는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풀이했다. 이같은 분석을 입증하듯 문선명 총재가 80세를 넘긴 지난 2000년 이후 통일교 권력구도는 효진씨가 문 총재의 차남 현진씨(현재 세계원리연구회 회장) 체제로 재편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통일교 관계자는 “문 목사의 나이가 8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통일교의 헤게모니는 상당 부분 문 목사의 손을 떠나 있다”면서 “효진씨가 없는 상황에서 차기 후계구도는 이미 차남인 현진씨에게 상당 부분 이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비운의 황태자 문효진 “그는 과연 누구인가…”
‘비운의 황태자’로 불리는 효진씨는 지난 9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가장 유력한 ‘포스트 문선명시대를 이끌 주인공’으로 지목받아왔다. 특히 그는 주력 계열사인 H사 고위 경영인의 딸과 결혼하면서 사실상 문 총재를 이을 제2의 실력자로 자리매김하는 듯했다. 지난 96년 문 총재가 교단 창립 멤버인 곽정환 선문대 이사장을 비롯해, 황한채, 홍성표, 김영휘 목사, 황선조 전 워싱턴 교구장을 협회장으로 전진 배치한 것도 효진씨의 미래를 위한 물밑작업으로 평가됐다. 그러나 그는 지난 90년대 중반 부인과의 이혼 등 사생활 문제가 미국 일부 언론에 보도되면서 큰 물의를 빚어 파문이 일었다. 특히 효진씨의 전 부인이 수기를 통해 자신의 과거 결혼생활과 가족들의 숨겨진 비화를 폭로하면서 그의 입지는 크게 약화됐다. 이 사건이 터진 직후 효진씨는 자신이 거주하던 통일교 공관에서 나와 미국으로 거처를 옮겼다.미국 영주권자인 그는 현재 통일교 계열 언론계 인사의 딸과 재혼,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독자적인 행보를 걷고 있다.
통일교 차기 후계구도는 어떻게…
문선명 차남 현진씨 앞선 가운데 황선조, 박보희씨 추격효진씨가 통일교 대권구도에서 멀어지면서 차기 후계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일교측은 현재 관련 사실에 대한 언급을 극도로 꺼리고 있다. 후계구도를 언급하는 것 자체가 불경스런 일이라는 것. 그러나 통일교 안팎에서는 문 총재의 차남이자 세계원리연구회의 회장인 현진씨, 현 협회장인 황선조씨, 문 총재의 겹사돈이자 한국문화재단총재인 박보희씨 등의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이 중 가장 유력한 후계자로 꼽히는 인물이 현진씨다. 통일교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문선명 총재는 이제 팔순을 넘겼다. 이같은 상황에서 문 목사를 대신할 수 있는 사람은 차남인 문현진 세계원리연구회의 회장 밖에 없다”면서 “통일교 내에서도 현진씨의 승계를 기정사실화하는 분위기”라고 귀띔했다.
특히 현진씨의 경우 통일교 실세인 곽정환 선문대 이사장의 사위다. 곽 이사장은 그동안 초국가연합, 초종교연합 세계회장 직을 맡으면서 교단의 굵직한 업무를 수행해 왔다. 얼마 전에는 문 총재로부터 총재 유고시 모든 업무를 결재하는 권한까지 위임받았다. 때문에 곽 이사장이 지원하는 현진씨가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 있다는게 통일교 안팎의 평가다. 이 관계자는 “통일교 엘리트를 배출하는 선문대를 비롯해, 핵심 요직에 이미 곽정환 인맥이 상당수 포진하고 있다는 소문이 파다하다”면서 “표면적으로는 현진씨가 후계구도에서 가장 앞서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현 협회장인 황선조씨의 입김도 만만치 않다. 황씨는 지난 96년 곽정환씨가 이끌던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의 회장으로 깜짝 등용됐다. 당시 협회장에는 교단 창립멤버이자 실세인 곽정환 이사장이 맡고 있었다는 점에서 황씨의 역할론도 무시할 수 없다.
막강한 권력을 거머쥔 황씨는 현재 신학에 정통할 뿐 아니라 국내 개신교단과도 인연이 깊은 장점을 가지고 있다. 때문에 이들 교단과의 화해와 일치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을 무기로 황씨가 ‘대권’을 움켜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문 총재의 겹사돈인 박보희 한국문화재단총재도 차기 후계구도에서 언급되고 있다. 주로 대북·해외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박 회장은 탁월한 기획력과 유창한 영어실력 등으로 문 총재의 각별한 신임을 받고 있다. 이밖에도 문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씨가 통일교를 이끌 것이라는 얘기도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곽정환씨와 박보희씨가 브레인 역할을 하면서 한씨를 보필하는 구도가 될 수도 있다는 것. 통일교 후계구도와 관련해 재계 일각에서는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는 장남인 맹희씨 대신 이건희 회장에게 대권을 물려줬다”면서 “장남인 효진씨 대신 현준씨가 차기 후계자로 지목되는 통일교의 상황이 삼성그룹과 비슷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석 suk@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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