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보 전진 위한 1보 후퇴’ 증시에도 활용하라
폐장 10분 전, 2시 50분. 파란색 빨간색으로 현란하게 PC화면을 물들이며 지수와 현재가를 나타내던 숫자들이 일순 잿빛 무채색으로 변한다. 동시호가와 정리매매가 진행되며 오늘의 전투가 끝나고 짧은 휴식이 시작된다. 비록 10분도 안 되는 짧은 시간이지만 그 순간을 좋아한다. 하루를 옥죄던 긴장과 스트레스도 그 순간만큼은 제로의 상태로 환원된다. 경주가 끝난 경마장처럼 객장의 고객들도 오늘의 희망과 안타까움을 내일로 미루며 저마다 자리를 뜨고 객장은 먹먹한 침잠의 시간이 시작된다.
신문을 펼쳐들거나 TV 뉴스를 볼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세상이 참으로 소란스럽다는 생각이 든다.
때마침 시작된 4.27보궐선거와 일본의 대지진과 원전사태 그리고 건설사의 PF, 소말리아 해적의 준동까지, 뉴스의 타이틀만 흘낏 보아도 머리가 아플 정도로 소란스럽게만 느껴진다. 각종 뉴스에는 저마다 이해관계를 달리하는 사람들이 있어 세상에 꼭 필요한 것이지만, 그 가치가 아니라 단순히 현상만을 놓고 볼 때는 어지러운 자동차 소음처럼 몹시 소란스럽게 느껴진다.
거리를 나가보아도 소란스럽고 어지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제 위치를 알리는 현란한 간판들 역시 몹시 번잡스럽고 시끄럽게 느껴진다.
혼자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거대한 아우성과 맞닥뜨린 느낌이다. 도시에 산다는 것은 어떤 의미에서는 편리함과 소음을 맞바꾼 것이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주식시장은 그 어느 곳보다도 치열하고 소란스러운 곳이다. 어린이들이 병아리처럼 짹짹거리며 만들어내는 학교의 유쾌한 소음과 달리 주식시장의 소음은 막대한 손익이 걸려있기 때문에 청각적으로는 조용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살벌하기까지 하다.
주가지수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며 그야말로 새로운 역사를 쓰고 있다.
그 현장에 몸담고 있음이 한편으로는 뿌듯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두려운 느낌이 들기도 한다. 단기간 내의 급격한 상승은 필연적으로 강력한 조정을 불러오기 때문이다.
그 와중에 개인투자자들이 희생을 당하는 경우도 종종 있거니와 대세는 상승이겠지만 섣부르고 성급한 판단으로 패착하지 않기를 항상 당부한다.
왕성하게 성장하는 아이들을 유심히 살펴보면 매일 키가 자라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꾸준히 자라는 것이 아니라 간헐적으로 자라는 것이다. 한동안 쉬며 내부역량을 축적하다가 어느 순간 불쑥 자라는 것이다. 식물의 경우에도 한동안 그 상태로 머무르며 힘을 모으다가 어느 순간 불쑥 자라는 것이다.
주가 역시 마찬가지로 일정기간 쉬며 힘을 모으고 역량을 구비하고 내부에너지를 모으다가 이윽고 때가 되면 상승하는 것이다. 이를 일컬어 조정을 거친다고 하는데 투자자 역시 슬기롭게 쉬어가는 방법을 체득하고 있어야만 한다. 전체 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갔는데 혼자 아옹다옹해보았자 스스로 내상만 입기 마련이다. 때문에 “쉬는 것도 투자다”라는 증시격언이 있는 것이다.
사상 최고점을 돌파한 증시는 다시 엎치락뒤치락하며 횡보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다. 각 증권사 리서치센터에서는 향후 지수추이를 전망하느라 부산하다. 환율 하락에 따라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주가가 하락할 것이라는 전망과 각 기업의 실적이 여전히 우수하므로 주가는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내외의 여러 상황과 조건으로 미루어보아 지수는 멈칫거리면서도 2분기 동안 우상향할 것으로 예측된다. 따라서 조정기에 함께 쉬어가며 다가오는 상승세에 몸을 실을 준비를 해야만 한다. 기회는 항상 준비된 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SK증권 분당지점 조선기 지점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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