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현재 상황을 보자

산행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산의 초입에서는 함께 등반하는 사람과 요즘 어떻게 지내는지 고민은 없는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산 중턱부터는 숨이 가빠져 그저 오르는 것에만 신경을 쓰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오르는 사람은 오르는 것 말고는 잘 보이지 않는다. 무념의 상태로 정상에 오르고 나서야 비로소 아래를 내려다 볼 여유가 생긴다. 대체로 내려오는 길은 오르는 길보다 여유가 있게 마련이다. 정작 중요한 이야기는 내려오면서 한 가지씩 풀어낸다.
현재 주식 시장이 2231P를 찍고 하락하고 있다. 각종 지표들의 악화로 더블 딥 우려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현재 대세론은 상승 중에 일시적 하락인 소프트 패치 정도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2년 정도 쉴 새 없이 산을 오르던 주식 시장이 더 높은 산을 향해 올라갈지 아니면 이제 내리막을 걸을지는 그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이럴 때일수록 투자자는 산을 오르는 마음으로 시장을 바라보아야 한다. 정상은 높게 자란 나무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지금은 내리막이고 가쁜 숨을 고르며 한번 정도는 심호흡도 크게 할 수 있는 시기다. 또 옆에 같이 오르고 있는 친구와 대화할 여유도 생긴다. 주위에 자라고 있는 풀이나 나무도 유심히 볼 수 있고 공기의 무게도 달라진 걸 그제서야 피부로 느낄 수 있다. 가쁜 숨을 내쉬며 오로지 올라가는 것만 생각했던 게 이제서야 주변풍경이 하나하나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변화무쌍한 것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운 주식시장에서 다양한 변화들 속에 어떻게 대응할 지를 판단하려면 잠시 쉬는 마음으로 바라보아야 한다.
주식 시장에는 변화에 무턱대고 휘둘리지 않고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여러가지 것들이 있다. 하락장에서 수익을 낼 수 있는 인버스 ETF라든지, 시장의 변화에 두 배로 오르고 내리는 레버지리 ETF가 좋은 예다. 또한 해외 채권형 펀드들은 최근 1년 수익률이 10%에 육박하면서 위험은 주식보다 상대적으로 낮으면서도 은행의 예금이나 국내 채권의 수익보다는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과거에는 정보를 얻는 것이 곧 돈이었지만 이제는 어떤 정보를 취해야 할 것인지가 더 고민이 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주식형 펀드가 대세였다 싶더니 랩 서비스가 다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이제는 헤지펀드의 시대를 열 준비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채권뿐만 아니라 해외 채권에 투자 할 수도 있는데 특히 한 브라질 채권 펀드는 최근 1년 수익률이 20% 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본인만의 기준을 가지고 주변의 변화에 따라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다른 사람들이 힘들게 올라온 걸 다시 내려간다고 아쉬워할 때 잠시 내려가며 다시 올라갈 힘을 만들어 둔다는 마음으로 현재 시장을 바라보아야 정확한 대응을 할 수 있다.
내려갈 때 힘을 많이 만들어 두면 오를 때 남들보다 먼저 알아채기 위해 내려가면서 주위를 유심히 살펴보게 된다. 힘들고 어려울 수 있지만 동네 뒷산 한번 올라갔다고 자랑하는 게 목적이 아니라면 주위를 살피고 환경에 익숙해져야 한다.
크게 심호흡 한번 하고 추스른 다음 다시 올라갈 힘을 만들 시기다. 본인의 상황을 우선 점검하고 투자한 자금을 올해 안에 써야 한다면 과감히 수익을 실현하면 되고 쓸 수도 있고 안 쓸 수도 있는 애매한 상황이라면 투자 비중을 축소하고 만약 내년까지도 딱히 쓸 일이 없다면 좀 더 지켜보면 된다.
김 기 성
포도설계재무 개인 재무 상담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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