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본준의 LG전자號는 어디로
구본준의 LG전자號는 어디로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1-08-30 11:05
  • 승인 2011.08.30 11:05
  • 호수 904
  • 2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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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하게 살자” 후에도 실적은 ‘내리막길’ 왜
‘독한 LG전자(부회장 구본준)’로 분위기 쇄신에 나섰던 LG가 녹록치 않은 시장 상황으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구 부회장 취임 이후 직설화법을 쓰며 경영 쇄신에 강한 의지를 보였지만, 글로벌 환경의 변화는 혹독했다. 특히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면서 스마트폰 분야에서 LG전자의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지난달 초 8만 원이 넘던 주가도 6만 원에 간신히 턱걸이 했다. 금융 불안 이후 다른 대형주들이 대부분 반등에 성공했지만 LG전자는 소외됐다. 때문에 구 부회장의 경영리더십 또한 적잖은 타격이 불가피하다. 일각에선 전문경영인에서 오너경영인 체제 변경 이후 의사결정은 빨라졌을지 몰라도 실적면에선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다는 평가가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경쟁에서 주춤했던 LG전자가 지난해 10월 구 부회장 체제 출범 이후 “독하게 살자”를 외치고 있다. ‘3S(Strong, Speed, Smart)’를 경영 슬로건으로 내세웠을 정도다.

구 부회장은 공식석상에 설 기회만 있으면 “예전에는 그렇지 않았는데 현재 LG는 많이 무너졌다”며 독한 실행력을 강조했다.

구 부회장의 독한 LG 독려는 즉시 사업본부의 변화로 이어졌다. 구 부회장은 취임 첫 날 휴대폰, TV 등 양대 핵심 사업본부장을 교체했다. LG전자를 위기로 몰아넣었던 모바일커뮤니케이션스(MC) 사업본부는 출근시간을 1시간 앞당겼다.

지난 해 말에는 여러 곳에 흩어져 있던 MC 사업본부를 서울 가산동 MC 연구소로 통합 이전시켜 전열을 다잡았다.

또한 ‘의사결정의 속도전'을 위해 가산동 MC 사업본부에서 평택 휴대폰 공장까지 오가는 헬기를 마련해 임직원이 이용하도록 했다.

광고시장도 예외는 아니었다. “삼성·소니는 2차원 TV나 만들어라”는 직설화법을 통해 경쟁사에 독설을 날렸다.

그만큼 LG전자가 실적쇄신을 위해 전방위적인 행보에 나서고 있음을 주저 없이 보여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LG전자의 최근 광고는 경쟁사의 상호비방의 목적이 아닌 LG전자만의 강한 의사표시의 단면”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위축된 시장만큼 LG전자도 ‘위축’

하지만 얼어붙은 시장 경제 탓인지 LG전자는 위기에서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는 모습이다. 구 부회장이 취임 후 가장 큰 과제로 안겨진 스마트폰 사업 턴어라운드가 쉽지 않다.

특히 최대 경쟁 업체인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함에 따라 안드로이드 시장에서 입지가 더욱 좁아졌다.

한은미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스마트폰 시장에서 경쟁력이 부각되지 못한 LG전자보다는 규모와 브랜드 등에서 경쟁력이 앞서 있는 삼성전자가 앞으로 이슈 대응에 유리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순학 미래에셋 연구원은 “OS 공급업체와 제조사의 만남은 단기적으로 기존 안드로이드 제조사에게 부정적일 수밖에 없다”며 “LG전자는 최근 모토로라와의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경쟁에서 한발 앞서는 모습을 보였으나, 이번 인수 건으로 인해 안드로이드 Top 3(모토로라, 삼성전자, HTC) 내에 진입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는 LG전자가 여전히 스마트폰 분야에서 애플 아이폰과 삼성전자 갤럭시S에 대적할 만한 ‘킬러아이템'을 내놓지 못하고 있어 지적되는 부분이다.

또한 LG전자 내부 응집력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19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5년 간 LG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소속 선임연구원으로 근무하다 지난 4월 카카오톡으로 이직했다고 밝힌 최 모 씨는 같은달 16일 자신의 블로그(ppassa.wordpress. com/2011/08/16/leaving_lg)에 퇴사 당시 최고경영자(CEO)인 구 부회장에게 보냈던 이메일을 공개했다.

그는 LG전자를 이노베이션(혁신)을 하는 회사가 아니라 이노베이션을 하겠다고 ‘주장’만 하는 회사라고 지적했다.

바로 LG전자 내 의사결정 과정이 비합리적이라는 것. 자유로운 토론 문화가 없고, 최고 경영진이나 연구소장이 언급하면 진위 여부에 상관없이 그대로 의사 결정이 난다는 것이다. 또한 경쟁사인 삼성전자가 어떻게 한다고 하면 이 역시 비판적인 토론 없이 따르는 것으로 의사 결정이 이뤄진다고 말했다.

그는 “의사 결정 시에 관련자들이 반드시 이유를 이해하고 필요하면 이를 반박할 수 있는 조직 문화가 돼야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글을 본 네티즌들은 혁신을 용납하지 않는 조직문화에 대해 지적한 그의 주장에 LG전자 뿐 아니라 최근 글로벌 정보기술(IT)업계의 소프트 파워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위기의 국내 대기업들이 함께 귀담아 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때문에 구 부회장의 어깨가 무겁다는 것이 주변의 관측이다. 구 부회장의 경우 전문경영인이 운영하던 LG전자를 오너경영인 체제로 탈바꿈시킨 인물이기에 상대적 압박이 클 수 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게다가 향후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양자인 광모 씨에게 LG 대권을 넘겨야 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맡은 인물이기에 그의 흔들림이 LG전자로서도 부담으로 작용 될 수밖에 없다.

LG전자 관계자는 “안드로이드 시장 변화 적응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확대 해석을 경계 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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