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점 기업→고용→소비 전방위 확산
[이진우 기자] 대한민국 경제의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양극화의 문제는 최근의 일만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1997년 외환위기가 닥치기 이전에는 산업화의 성공을 토대로 성장의 과실을 골고루 배분해 중산층의 비율이 60%를 초과했다. 이후 OECD가입을 통해 선진국으로 도약하려던 우리 경제는 외환위기라는 암초를 맞아 믿기 어려울 정도의 빠른 속도로 중산층이 붕괴됐다. 이후 2008년에 소리 없이 다가온 글로벌 금융위기는 침체된 서민들을 더욱 어려운 상황에 빠져들게 했다. 특히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MB정부의 고환율 및 감세정책 등 수출 대기업 위주의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은 양극화를 더욱 심화시켰다는 세간의 평가를 받고 있다.지난 14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 신고 기준으로 30만6000여 국내기업이 가져간 순이익의 30%를 삼성전자를 포함한 10대 기업이 독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기업이 거둔 당기순이익은 132조876억 원이며, 이 중 삼성전자 등 10대 기업이 올린 순이익은 39조5560억 원으로 전체 규모의 30%에 달했다. 상위 30대 기업은 전체 순이익의 44.3%였으며, 100대 기업은 57.6%를 차지했다.
업종별로도 정보기술(IT) 분야에서 20조5361억 원(15.6%)을 달성하는 등 IT, 자동차, 석유화학, 철강 등 4대 핵심 업종에서 총 60조869억 원의 순이익(45.6%)을 거뒀다.
하지만 10대 기업의 전체 고용 비중은 2009년 기준으로 고작 1.7%에 불과했다. 또한 4대 업종들의 고용 비중도 같은 해 5.4%에 그쳤다. 2008년에 기록한 5.6%보다 오히려 0.2%P 감소했다. 일부 대기업의 경우에는 2010년 순이익이 전년대비 큰 폭으로 증가했음에도 불구하고 고용 인원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회복과정에서 성장의 과실이 일부 대기업과 업종에만 집중된 반면, 고용은 오히려 감소하는 경제구조가 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분석한다. 이로 인해 서민들과 중소기업들이 체감하는 경기는 정부에서 발표하는 통계수치와는 반대로 바닥을 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 들어 폭등하는 물가로 인해 서민들의 가계소득이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나 소비가 위축되고 생활경제가 악화되는 등 경제전반에 걸쳐 악영향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양극화 고착되나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경기회복이 자본집약적인 IT, 자동차 등 4대 핵심 업종 위주로 이뤄지다 보니 성장의 혜택이 이들 기업에게 집중된 반면, 고용은 늘어나지 않는 구조적인 부작용이 고착화되고 있다.
또한 이들 대기업들은 정부정책에 편승해 막대한 이익을 향유했을 뿐 아니라 문어발식으로 중소기업의 영역에까지 진출하고 있어, 영세한 중소기업들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다. 또한 영세업체 간에도 극심한 출혈 경쟁으로 점차 한계상황으로 내몰리는 형국이다.
한 중소업체 대표는 “대기업들이 막강한 자금력과 마케팅력을 바탕으로 시장을 잠식해 들어오는 반면, 업계에서는 과당 경쟁으로 인해 수익성이 악화돼 문을 닫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며 “이대로 가면 몇몇 상위 업체들을 제외하고는 시장에서 살아남을 기업이 없다”고 울분을 토로했다.
한편 자본집약적인 산업의 경우, 생산성 향상을 위해 고용을 줄이고 설비투자를 강화하는 구조적 특성이 존재하여 현재 대기업들에게 신규 채용은 관심 밖의 일이 되어가고 있다. 결국 고용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점이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4대 업종이 차지하는 고용 비중은 2007년 6%, 2008년 5.6%, 2009년 5.4%로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이들 수출 대기업 위주의 성장이 투자증대→고용창출→소득증대→소비증가로 이뤄지는 경제의 선순환 고리가 끊어져 버리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것이다.
기업과 고용에서의 양극화 심화는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수출 대기업에 소속된 고소득 중산층들의 소비행태는 백화점 및 명품 업체들의 성장세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그러나 지갑이 얇아진 서민들은 오히려 소비를 줄이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우리 경제의 선순환 성장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
voreolee@dailypot.co.kr
이진우 기자 voreolee@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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