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승연 회장 검찰 출두
한화 김승연 회장 검찰 출두
  • 이범희 기자
  • 입력 2010-12-07 16:43
  • 승인 2010.12.07 16:43
  • 호수 867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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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팔자가 세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
[맹철영 기자] photo@dailypot.co.kr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이 지난 12월 1일 서울서부지검에 출두했다. ‘보복폭행사건’으로 지난 2007년 4월 검찰을 찾은 지 3년 8개월만이다. 당시는 2세의 문제였지만 이번에는 본인과 관련된 의혹에 대한 해명을 하기 위한 출두였다. 그는 9000억 원대 배임·분식회계를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출두 직전 기자들에게 “제 팔자가 세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며 기업총수로서 잦은 검찰출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인정했다. 그러면서도 당당함을 잃지 않아 또 한 번 검찰의 솜방망이 처벌이 나오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은 2~3차례 추가 소환 조사를 통해 이번 사건에 대한 진실을 규명하겠다고 나서 양측의 칼날 공방이 예상된다.

서부저검 형사 5부(부장검사 이원곤)는 지난 1일 김 회장을 참고인 성격으로 불러 조사를 실시했다. 이날 1시50분쯤 검찰에 출두한 김 회장은 차량에서 내려 옷맵시를 가다듬으며 기자들 앞에 섰다.

그는 상속 재산을 왜 차명계좌로 관리했느냐는 질문에 “잘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 수사의 핵심인 수백억대 비자금 조성 혐의를 인정하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들어가서 (검찰 측 말을) 들어봐야겠다”며 담담한 소회를 밝혔다.

이후 검찰은 김 회장을 상대로 2005년께 유통 협력사인 ‘한유통’과 제약 계열사 드림파마의 물류 사업부문인 웰로스(옛 명칭: 콜럼버스)가 부실화한 이후 다른 계열사를 시켜 수천억 원을 부당 지원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조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그룹 계열사에 수천억 원의 손실을 떠안겨 업무상 배임 혐의가 성립된다.


한익스프레스 주가 폭등도 주목

검찰은 구제를 받은 웰로스가 김 회장 누나가 대주주로 있는 코스피 상장사 ‘한익스프레스’의 주가를 대폭 끌어올리는 데 기여했다는 소문에도 주목한다. 한익스프레스는 화공약품 등 각종 기업용 화물을 취급하는 물류회사로, 약품과 건강식품 배송에 특화된 웰로스를 지난 2월 인수하면서 주가가 1년 사이 배 가까이 뛰었다.

검찰은 이 과정에서 김 회장 측이 한익스프레스측 가치를 높여주며 이익을 챙겼는지 등을 조사하기 위해 한익스프레스와 드림파마를 압수수색해 관련 자료를 정밀 분석해왔다.

김 회장은 협력사 자금지원은 부실정리 차원에서 시행돼 불법성이 없고, 비자금은 미신고 유산이 오해를 받은 것이라면서 의혹을 완강히 부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회장이 조사를 받는 동안 검찰은 한화그룹 전 재무담당 최고책임자(CFO)였던 홍동옥 여천NCC사장에 대해 조세포탈 및 증권거래법 위반 혐의 등으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홍 사장은 김 회장 일가가 지배하고 있는 한유통 등 그룹 관계자를 지원하기 위해 그룹 계열사를 동원해 9000억 원의 불법자금을 제공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또 홍 사장이 분식회계 과정에서 1889억 원을 횡령한 혐의가 확인됐다고도 밝혔다.


국제갤러리 대표와 오간 돈 포착

아울러 국제갤러리 이 모 대표와 한화간 뭉칫돈이 오간 비자금 정황 포착 사실이 알려지면서 한때나마 김 회장이 참고인이 아닌 피의자 신분으로 바뀌는 것이 아니냐는 추측이 돌았다.

실제 검찰은 참고인 신분인 김 회장에 대한 의혹이 드러날 경우 피의자 신분으로 변경할 수 있음을 수사전부터 시사한 바있다. 때문에 검찰 주변에선 이 같은 주장에 힘이 실리기도 했다.

국제갤러리의 경우 과거에도 재벌가들의 비자금 세탁 창구라는 의심을 받은 바 있어 더욱 힘이 실렸다.

지난 2007∼2008년 삼성그룹 비자금 사건 당시에도 그룹 오너 일가의 1000억 원대 비자금으로 고가의 미술품 구입을 대행했다는 의혹을 받았었다. 당시 이 대표는 특별검사 팀에 참고인으로 소환돼 조사를 받았으나 무혐의로 결론나면서 사법처리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한상률 전 국세청장이 연루된 국세청 그림로비 의혹 사건 때도 문제의 그림인 ‘학동마을'의 출처라는 오해를 받아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9시간의 조사를 받고 검찰 문을 나섰다. 나서면서 홍 사장에게 부당한 지시를 내렸는지를 묻자 “검찰에서 최선을 다했다”며 즉답을 피했다. 한화측은 “검찰이 밝힌 9000억 원은 누적 금액이고 실제 거래가 이뤄진 자금은 3000억 원 수준”이라고 반박했다.

서부지검 관계자는 “김 회장을 상대로 조사할 내용이 많아 앞으로 몇 차례 더 소환을 통해 보강수사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편 시민단체들은 김 회장 출두와 관련 “이번만큼은 돈보다 진실이 통하는 판결이 나오길 기대한다”며 “‘무전유죄 유전무죄’와 같은 말이 또 다시 회자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또 한 번 솜방망이 처벌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의심의 눈초리들이 많다는 이유다. 이에 이번 검찰의 사정칼날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김승연 회장과 검찰의 악연?

한화 김승연 회장과 검찰의 악연(?)은 이번까지 총 4번이다. 김 회장도 지난 1일 서부지검에 출두해 취재진들 앞에서 “제 팔자가 세서 그런 것 아니겠느냐”는 말을 했다. 현장에 있던 취재기자가 “총수로써 검찰 출두가 잦은 것이 아니냐”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었다.

그는 1993년 검찰에 처음 출두했다. 당시 김 회장은 계열사 공사 소개료 일부를 가지고 미국 호화 저택을 구입했다가 외국환관리법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이어 2003년 서청원 당시 한나라당 대표에게 불법정치자금 10억 원을 건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2007년에는 차남 동원 씨가 술자리에서 폭행을 당하자 가해자를 불러 구타하는 이른바 ‘보복폭행’ 사건으로 또 다시 법정에 섰다.

일각에선 한화그룹 CI교체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한화 CI가 링이 세 개가 연결되었고, 수갑을 연상하다보니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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