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열 양심선언하면 검사 4명 옷 벗는다”
“윤창열 양심선언하면 검사 4명 옷 벗는다”
  • 홍성철 
  • 입력 2004-10-08 09:00
  • 승인 2004.10.08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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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대철(구속)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고 있다. 이른바 ‘굿모닝게이트’의 핵심 당사자인 윤창열(구속) 전 굿모닝시티 사장이 1심과는 상반된 진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윤씨는 지난 9월3일과 12일 이른바 ‘양심선언문’이라는 옥중 서신을 통해 그동안 검찰측의 회유와 협박, 강압 수사로 정 전대표에게 불리한 진술을 할 수밖에 없었다고 주장해 검찰측과의 논쟁에 불을 지폈다. 윤씨는 또 항소심 공판(9월6일, 20일)에서는 검찰측이 ‘양심선언’을 막기 위해 방해 공작을 벌였다는 주장을 제기해 또다른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여기에 최근 <일요서울>이 입수한 정 전대표의 옥중 메모장에도 검찰측의 무리한 수사 정황이 적시돼 있어 파문을 예고하고 있다.A4용지 크기의 노트에 기록한 정대철 전대표의 자필 옥중 메모장은 모두 4장이다. 7월 어느날, 8월23일, 8월31일 등 날짜별로 기록된 이 메모장에는 정 전대표가 면회실이나 구치소내에서 접촉했던 인사들과의 대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메모장에 따르면 정 전대표를 비롯한 윤창열씨, 김진 전 주택공사사장, 최성규 전총경 등 구속된 주요 인사들이 구치소나 면회실을 오가면서 간간이 접촉, 간단한 대화 등을 나눴던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정 전대표는 또 이 메모장에 자신의 실명도 직접 적시, 변호인단의 변론에 객관적인 자료를 제공할 의도로 메모장을 작성했음을 암시하고 있다.메모장에는 윤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다는 내용과 검찰이 윤씨의 양심선언을 방해하고 있다는 정황이 자세히 적혀 있다.

7월 어느날 메모장에 따르면 정 전대표는 7월 어느날 일반면회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던 중 윤씨와 우연히 조우했는데 윤씨는 정 전대표에게 “죄송합니다. 1심 증언은 검찰 때문에 어쩔수 없었습니다. 용서하십시오”라는 말을 전했다.또 8월23일 메모장에는 정 전대표가 8월23일 오후 4시40분경 서울중앙지법 구치감에서 재판심리를 끝내고 휠체어(당시 정 전대표는 신촌 세브란스 병원에 입원 가료중이었음)를 타고 지나가고 있을 때 윤씨가 정 전대표를 불러세워 “다음(공판기일)에는 좋은 일이 있으실 겁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라고 말해 윤씨가 심경의 변화(진술 번복)를 보이고 있음을 시사했다.8월31일 메모장에는 윤씨의 양심선언을 검찰측이 회유·협박했다는 내용이 적시되어 있다.

메모장에 따르면 8월31일 오전 11시30분경 일반 접견을 끝내고 사방(舍房-개인 감방)으로 돌아가는 도중 윤씨는 김진 전사장에게 다음과 같이 진술했다. “8월30일 오후 2시에 있을 정대철의원 재판시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었는데 그 전 주말(8월27일)에 검찰에 불려 나가서 회유 협박을 받아서 증언하러 나가는 것을 포기하게 됐다.”메모장에는 검찰의 회유·협박 내용도 기록되어 있어 파문이 예상된다. “윤씨가 양심선언하면 부장검사 이하 4명(검사)의 목이 날아간다. 한번 봐 달라.” “우리(검사들)가 옷 벗게 되면 남아 있는 동료들이 너(윤창열)를 죽일 것이다. 특히 너의 여죄를 묻도록 하겠다”는 게 메모장에 적시된 검찰의 회유·협박 내용이다.윤씨는 최성규 전총경과도 면회실에서 우연히 만나 양심선언과 관련한 대화를 나눴던 것으로 메모장은 적시하고 있다. 8월31일 메모장에 따르면 8월31일 오전 접견을 끝내고 사방으로 돌아가던 중 우연히 최 전총경을 만난 윤씨는 “8월30일 정대철의원 재판에 증인으로 출석해 양심선언을 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하면 문제가 생긴다는 검찰의 회유에 따라 불출석하게 됐다”고 말한 것으로 적혀 있다.

이처럼 정 전대표가 직접 작성한 메모장에는 윤씨가 심경의 변화를 일으키고 있었고, 양심선언을 결심했으나 검찰측의 회유와 협박 때문에 이를 실행에 옮기지 못하고 있다는 정황들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결과론이지만 정 전대표의 메모장에 적시된 내용은 윤씨가 정 전대표 부인 앞으로 보낸 2통의 편지가 일부 언론에 공개되면서 표면화됐다.윤씨는 양심선언(9월6일)을 하기 전인 9월3일자와 9월12일자 자필 서신을 통해 정 전대표와 그의 부인에게 사죄의 뜻을 전했다. 윤씨는 이 2통의 편지를 통해 “검찰 조사 당시 검사 7명이 돌아가면서 보통 새벽 3시까지 괴롭게 신문을 했다”며 “정 전대표에게 전해진 돈의 의미를 대가성있는 뇌물쪽으로 몰고가 어쩔 수 없이 허위로 자백하게 됐다”고 밝혔다. 윤씨는 이어 “그후 1심 재판 등의 과정에서 기존의 진술을 번복하기 어려워 계속 허위 진술을 했는데 이제는 위증죄로 처벌되는 한이 있더라도 진실을 밝혀 정 전대표에게 진 양심의 빚을 갚으려 한다”고 양심선언 배경을 설명했다.

윤씨는 또 이러한 양심선언 내용을 정 전대표 항소심 공판(9월6일, 20일)때 변호인측 증인으로 출석, 법정에서 진술하기도 했다. 특히 지난달 20일 공판때는 “이달 초 내가 ‘정 전대표에게 건넨 4억원은 뇌물’이란 앞서의 진술을 번복하려 한다는 낌새를 알아챈 검찰이 나를 불러 회유하며 진술서를 쓰도록 했다”면서 “나중에 내가 쓴 진술서를 보니 정 전대표에게 유리한 내용은 다 빠져 있고 불리한 내용만 기재돼 있기에 서명을 거부했다”고 증언했다.한편 윤씨의 이러한 진술 번복과 강압수사 주장에 대해 검찰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당시 윤씨 수사에 참여했던 한 검찰관계자는 “지금이 어떤 때인데 피의자에게 가혹행위를 하겠느냐”고 반문하면서 “윤씨가 스스로 자백했다는 사실은 당시 수사 녹취록에 기록돼 있다”고 말했다.또 당시 윤씨 수사를 지휘했던 C 부장검사도 “윤씨를 본적도 직접 신문한 적도 없다”며 “12시 넘어 수사할 경우에는 반드시 본인의 동의를 받았다”고 밝혔다.윤씨의 진술 번복에도 불구하고 검찰이 9월 20일 결심공판에서 정 전대표에 대해 징역 8년에 추징금 4억4,000만원을 구형한 것은 윤씨와의 진실게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인터뷰-이흥수 정전대표 변호인
“진실은 반드시 밝혀지게 돼있다”


- 정 전대표가 옥중에서 자필로 메모장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정 전대표가 면회실이나 구치소 내부를 오가면서 만난 인사들과의 대화 내용 및 윤씨의 진술 내용 등을 그때그때 메모한 내용을 전달받았다. 정 전대표는 변론에 참조하라는 취지로 객관적인 입장에서 내부 사정과 팩트를 기록, 그중 일부를 내게 전달한 것이다.

- 윤씨가 진술을 번복한 배경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그동안 검찰 수사 과정에서의 불만이 누적된 것 같다. 사기 혐의를 벗게 해 주겠다는 검찰의 달콤한 유혹에 현혹돼 거짓 진술을 했지만 결국 사기죄로 기소됐고, 중형을 구형 받아 속았다는 판단을 했던 것 같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지금이라도 진실을 밝히는게 정대철 전대표에 대한 속죄의 길이라고 판단했던 것 같다.

- 검찰측은 정 전대표측의 회유 가능성을 제기하고 있는데.▲수세에 몰린 검찰측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하다. 단 한번도 윤씨와 접촉한 적이 없다. 또 검찰과는 달리 우리(변호인단)에게는 윤씨를 회유할 방법도 수단도 없다. 검찰측의 주장은 일고의 가치도 없다.

- 윤씨의 진술 번복외에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나 물증이 있나.▲물론이다. 당초 항소심 변론에 뛰어들었을 때 윤씨가 진술을 번복할 것이란 예상은 전혀 못했다. 따라서 1심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증거 확보에 주력해 왔고, 그동안 항소심 공판 과정에서도 정치적 논리를 배제한 채 법 논리를 바탕으로 정 전대표의 무죄를 주장해 왔다. 일례로 정 전대표가 수수한 4억원의 성격이 뇌물인지 정치자금인지 여부와 관련해서는 법리적으로도 정치자금이 확실하다. 건축 인허가 건은 부구청장의 전결사항으로 기속행위에 해당한다. 정치인의 입김이 작용할 여지가 없는 사안인 것이다. 더군다나 정 전대표는 단 한번도 중구청에 영향력을 행사한 적이 없다. 이런 사안에 대해 뇌물죄를 적용한다면 지난 불법 대선자금 수사때 여야 정치권이 기업으로부터 받은 수백억 자금도 모두 뇌물죄로 처벌해야 하는 게 마땅하다.

- 또 다른 증거가 있다면.▲ 한칠성 전굿모닝시티 상임고문, 김동일 전구청장, 윤성호 담임목사 등 윤씨의 진술을 뒷받침할 증언이 있다. 특히 굿모닝에서 중구청 관련 로비를 전담시키기 위해 사외이사로 채용한 봉수현(진주교도소 수감중)이 구속(2003.7.16)된 직후 윤씨는 3일(7.16~18일) 연속 새벽 3시까지 검찰에 불려가 조사를 받은적이 있다. 이는 중구청 로비를 전담한 봉씨의 체포로 검찰이 내부적으로 고심에 빠졌음을 암시하고 있다. 또 이 사건의 핵심당사자인 봉씨를 교통이 불편한 진주교도소에 수감한 것도 납득하기 어렵다.

-윤씨는 그동안 검찰조사, 국정감사, 1심 등에서 줄기차게 ‘뇌물’이라고 증언했는데 이제서야 진술을 번복하는 것은 신빙성이 떨어지는 것 아닌가.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열 번을 얘기해도 결국 내일 해는 동쪽에서 뜨게 돼 있다. 진실은 언젠가 반드시 밝혀지게 돼 있다.

- 오는 11일 선고공판이 예정돼 있는데 무죄를 자신하나.▲그렇다. 항소심 재판부가 냉철한 판단으로 흑백을 구분할 것으로 기대한다. 재판부에 선처나 자비를 호소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정치적 잣대를 배제하고 법적인 잣대와 여러 가지 정황을 고려한다면 분명 무죄가 선고될 것으로 확신한다.

- 항소심에서도 유죄가 선고될 경우 어떻게 대응할 생각인가.▲대법원까지 끝까지 갈 것이다. 정 전대표가 몇 년 더 옥고를 치르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하고 ‘비리 정치인’이라는 불명예를 씻어 줄 생각이다. 특히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 전대표에 대한 사면복권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는데 이는 정 전대표를 두 번 죽이는 것이다. 또 일부 언론에서는 최근 여권 실세들이 정 전대표를 면회한 사실을 정치적으로 해석하고 있는데 이러한 정치적 논리가 자칫 항소심 재판에 불리하게 작용될까 우려스러울 뿐이다.

홍성철  anderia10@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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