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은 허덕이는데 농협은 돈 잔치

기업들의 화두는 ‘투명경영’이다. 대부분의 기업 오너들이 직접 부정부패 척결을 나서는 것 또한 투명경영의 일환이다. 농협중앙회(회장 최원병)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비리농협’이라는 오명을 씻기 위해 분주한 모습을 보였다. 신입사원 면접에서도 “농협 개혁의 문제점은 무엇인가”를 질문하기도 했다. 그만큼 내부 비리 척결을 통한 개혁움직임을 보였다. 하지만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중앙회의 방만 경영 실상은 여실히 드러났다. 직원의 횡령에서부터 수천억대의 성과급 잔치까지 그 유형도 다채롭다. 일각에선 개혁만 외칠 뿐 농협 구조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최원병 회장의 경영리더십 부재를 지적하기도 한다. 농협 내부도 시끄럽다.ㅍ
농협이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계속 표류하고 있다.
끝이 어디인지 모를 정도로 비리들이 양산되고 있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농협은 다른 금융기업과는 달리 횡령 및 투자 실패 등과 같은 사업적 사고보다 직원들과 해당 지역을 대표하는 대표들의 개인 비리가 줄을 잇는다.
최근 일부 언론을 통해 알려지고 있는 일련의 사건들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이 지역 간부들의 개인비리가 연일 터져 나오고 있다. 이는 그동안 선임 회장들이 줄줄이 검찰에서 조사를 받는 등 ‘비리농협’이라는 오명에서 아직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농협을 잘 아는 한 관계자는 “과거 회장들이 검찰조사를 받은 이유 중 하나는 금품살포와 관련된 부분이었다. 최근 일부 조합장들이 검찰조사를 받는 이유 중 하나도 금품살포다.”라며 “이는 농협 내부에 만연한 비리라는 것이다. 부정부패 척결만이 농협이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고 말했다. 그만큼 농협내부의 곪은 악재들이 산적해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 회장이 취임 이후 개혁의 의지를 강조하며 이를 앞장서 실천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수박 겉핥기 식’이라는 지적이 사방에서 나오고 있다. 최 회장이 개혁을 소리 내 외칠 뿐 내부조직력에서는 썩은 감자들이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 최 회장이 최고위층과의 인연을 과신한 나머지 본격적인 개혁의 칼날을 빼드는데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없지 않다. 지방 농협을 대표해야 할 일부 조합장들이 잇단 비리로 인해 당선무효형이 확정되고 있는 것도 바로 농협의 그러한 단면을 보여주는 예라는 지적이다. 전남영광, 삼척, 광주농협 조합장이 잇따라 당선무효형을 받았다. 때문에 기업이미지 제고를 위한 분주한 움직임마저도 불신의 씨앗으로 작용하고 있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도 이같은 문제가 화두로 떠올랐다.
방만 경영 실상 ‘폭로’
지난 8일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송훈석 의원(무소속)에 따르면 농협은 2005년 이후 지난해까지 5년간 성과급과 특별성과급 명목으로 총 1조8513억 원을 임직원들에게 지급했다. 자기개발비 명목으로 3723억 원, 자녀학자금으로 1308억 원, 사내근로복지금 출연으로 1123억 원 등이다.
송의원은 또 농협의 과도한 비사업성 지출을 지적했다. 그는 농협 중앙본부 별관과 신관 신축에 1302억 원의 예산이 집행된 부분과 지난해 이후 법인카드 사용액이 1401억 원에 달하는 점 등을 문제제기 했다. 389억 원에 달하는 골프회원권과 155억 원 규모의 콘도회원권 보유의 부적절성도 언급했다. 송 의원은 “겉으로는 임금삭감과 임금동결이라고 하지만 최근 5년간 수조원대의 성과급 잔치와 명예퇴직금, 자기계발비, 사내근로복지기금, 자녀학자금 등 돈 잔치를 벌여 농민은 물론 전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고 언성을 높였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의 한 관계자는 “국정감사 지적에 대해 내부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끊임없이 지속되던 농협 비리와 함께 농협 자체의 방만 경영은 농협중앙회 개혁의 시급함을 말해 주는 것이라는 소리도 높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ilypot.co.kr
#수백억 횡령 ‘농협비리백화점’ 오명
농협중앙회의 금융사고 문제가 국정감사에서도 또 한 번 지적됐다.
송훈석 농림수산식품위 의원(속초, 고성, 양양, 무소속)이 국정감사를 위해 농협중앙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6년 이후부터 올 8월말까지 약 5년간 농협중앙회와 일선 조합에서 발생한 각종 금융사고가 무려 274건, 사고금액만 457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년 들어서만 10건에 16억7천만 원의 금융사고가 발생했다.
사고유형을 살펴보면 ▲시재금 유용 ▲시재금 횡령 ▲금품 수수 ▲대출금 횡령 등 그 유형도 각양각색이다. 송 의원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금융사고로 인해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불신이 깊어지고 있다”면서 “보다 철저한 감독과 내부감사 강화를 통해 농협 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를 막고, 농민들의 피해를 예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da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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