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선 ‘경영승계 위한 포석’ 논란
정의선 ‘경영승계 위한 포석’ 논란
  • 우선미 기자
  • 입력 2010-08-17 10:33
  • 승인 2010.08.17 10:33
  • 호수 851
  • 25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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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K가 현대건설 눈독 들이는 이유 따로 있다?

침묵으로 일관하던 현대·기아차그룹(이하 현대·기아차·000720)의 현대건설 인수 가능성이 제기돼 그 진실 여부와 뒷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기아차가 골드만삭스를 인수 자문사로 선정했다는 소문이 업계에 돌자 현대·기아차 측에서는 부인하며 조심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견이 분분한 상태다. 현대·기아차가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도 건설부문 사업 확장보다는 아들 정의선 기아차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포석 마련과 현대家의 적통승계 의지 때문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현대·기아차의 인수전 가세로 현대건설을 둘러싼 경쟁 열기는 더욱 뜨거워질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현대건설 인수전 판도가 어떻게 바뀔 것인지 알아본다.

지난 12일 현대건설 채권단과 복수의 투자은행에 따르면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 인수(이하 M&A)를 위해 외국계 투자은행인 골드만삭스를 인수 자문사로, 회계 자문사로는 PwC삼일회계법인이 내정됐다고 알려졌다. 업계 전문가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와 PwC삼일회계법인은 이미 현대건설 M&A에 대한 세부 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또 “관련업계에 현대·기아차가 골드만삭스에게 어느 정도까지 권한을 준지는 확실치 않지만 인수 자문사로 내정한 것은 맞다”며 “M&A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만큼 이달 말까지는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현대·기아차 관계자는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결정된 것은 아무 것도 없다”며 “골드만 삭스도 같은 입장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당 소식이 전해지자 현대건설 채권단을 비롯한 관련업계에서는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 인수전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로써 본격적으로 인수전의 막이 올랐다는 것이다.

현대건설 인수전은 정의선 기아차 부회장이 선봉장이 되어 이끌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대건설 M&A는 정의선 부회장이 주도하고 있다”며 “그 동안 아버지 그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은 정 부회장이 아버지에게서 받은 자동차, 제철 사업 등 외에 독자적으로 사업 분야를 개척하겠다는 포부를 가지고 주도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현대건설 인수전에는 현대엠코가 인수 주체로 나서고 타 계열사들은 지원을 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엠코는 현대차 그룹의 계열사로 출발한 종합개발회사이며, 토목, 건축, 주택 사업 등 다양한 분야에 진출했으며 총 자산은 1조806억 원(2009년 4분기 말 기준)에 이른다. 이는 현대·기아차 총 매출 89조500억 원(동일 기간 기준)의 1.2%에 이르는 막대한 규모다.

현대엠코의 최대주주는 정의선 부회장(25.06%)이며, 정몽구 회장이 10%, 현대 글로비스(086280 )(14만1000원/00.00%)가 24.96%를 가지고 있다. 또 기아차(000270)(3만300원/▲150 +0.50%)가 19.99%, 현대모비스(012330)(22만1000원/▼3500원 -1.63%)가 19.99%를 보유하고 있다.


정 부회장 현대건설 인수전
선봉장으로 나선 까닭

이렇게 탄탄한 자산규모와 지배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현대엠코가 있는데 현대·기아차가 현대건설 인수전에 뛰어들려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건설 인수는 국내 건설산업의 판도 변화를 일으키는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기존 현대건설이 보유한 사업을 발판삼아 성장성이 높은 중동지역의 사회간접자본(SOC) 개발사업에 적극 진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리기 때문. 여기에 현대엠코의 기존 사업을 통합한다면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더욱 큰 건설사업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자동차와 제철사업에 국한된 사업 포트폴리오도 다각화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란 분석이다.

하지만 업계 전문가들은 “이것이 현대·기아차의 현대건설 인수 주목적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다. 이미 보았듯 거대 자본을 보유한 현대·기아차가 건설사업을 확장하는데 굳이 현대건설 인수는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정 회장은 어떤 의도로 인수전에 뛰어든 것일까. 바로 범현대家 내부적으로 정의선 부회장의 입지를 굳히고, 현대·기아차에서 정 부회장의 ‘경영 승계 포석’을 마련하기 위함이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건설 인수는 정 부회장에게 ‘비장의 무기’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먼저 현대건설과 현대엠코가 합병할 경우 정의선 부회장은 왕좌에 오르는 길에 장애물로 작용하던 ‘현대·기아차의 복잡한 지배구조를 정리할 자금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정 부회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현대글로비스(31.88%)의 주식가치가 높아져 지배구조를 굳힐 수 있고, 현대엠코의 지분도 현금화 하는데 유리하게 된다. 다시 말하면 좀 더 순탄한 경영 승계권 확보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더불어 정몽구 회장이 ‘현대家의 장자 체면 세우기’ 효과도 볼 수 있다. 현대건설은 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범현대그룹을 일으키게 된 발판이다. 다시 말하면 현대건설은 ‘범현대家의 뿌리’이고, 때문에 현대家에게 현대건설은 특별한 의미를 가진다.

하지만 정 명예회장은 장남인 정몽구 회장(첫째 아들인 정몽필씨는 작고)에게 현대건설을 물려주지 않고 5남인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에게 물려줬다. 때문에 정몽구 회장은 ‘현대家의 정통성’을 물려받지 못했다는 구설수에 올라야 했다. 이를 만회하려는 듯 그 동안 현대건설 인수에 대해 “검토는 할 수 있지만 (인수에 대해) 확정된 것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던 현대·기아차가 인수전에 돌입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현대家 모임서 조율 가능할까

12일 현대·기아차에 앞서 현대그룹 계열사 현대엘리베이터도 인수 참여를 결정한 상태다. 현대그룹은 절박한 입장이기에 ‘인수는 필수적’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의 주력계열사인 현대상선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현대건설을 빼앗기면 현대그룹의 존폐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더욱이 ‘정통성을 가진’ 현대그룹의 몰락해버린 자존심을 세우기 위해서도 현대건설은 반드시 되찾아야 한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현대건설 인수 의지는 대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써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싸고 범현대家 내부에서는 치열한 접전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5일에 있었던 故 김영주 한국프랜지공업 명예회장의 발인식과 17일 故 정주영 명예회장의 부인인 변중석 여사 3주기를 맞아 범현대家가 한 자리에 모였다. 이 자리에서 현대건설 인수전을 조율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우선미 기자 wihtsm@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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