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물세례’, 한국당은 ‘환호’... ‘점입가경’ 카풀 공방
민주당은 ‘물세례’, 한국당은 ‘환호’... ‘점입가경’ 카풀 공방
  • 고정현 기자
  • 입력 2018-12-24 12:02
  • 승인 2018.12.24 18: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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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서울 | 고정현 기자] 더불어민주당은 물세례를 받았고, 자유한국당은 환호를 받았다. 지난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열린 ‘카카오 카풀 반대 3차 집회’에서 일어난 일이다. 택시업계와 카풀 서비스 시행업체 간 이해 충돌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조정자로 나선 민주당의 중재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이 들끓는다. 민주당이 당근책으로 택시법 개정안 등 사납금제 폐지 및 월급제 전환을 내놓았음에도 업계 현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반면 한국당은 고무된 분위기다. 특히 선출 이후 처음으로 찾은 ‘현장’에서 환호와 박수갈채를 받은 나 원내대표는 기세 등등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더니 결국 지난주 ‘데드크로스’ 현상까지 발생한 상황이다. 카풀 이슈가 정치권의 지각변동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다.

 

- 여야 카풀법 ‘가짜뉴스’ 공방... "카풀 입장 바꿔"VS"허위사실 유포" 진실은?
- 출퇴근 예외 조항, 1994년 YS 때 처음 등장... 일각 “과거 아닌 현재에 집중해야”


카카오 카풀에 반대하는 택시업계가 지난 20일 국회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연 가운데 집회에 참석한 여야 의원들에 대해 택시기사들이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이날 집회에는 전현희 더불어민주당 택시·카풀 태스크포스(TF)위원장과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김경진 민주평화당 의원 등이 참석했다.

오후 2시 20분쯤 단상에 오른 전 위원장에겐 택시기사들로부터 야유와 욕설이 날아들었다. 전 위원은 "사망한 택시기사분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 여러분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며 "분향소를 설치하고 거의 매일 하루에 두 세 번씩 와서 여러분들의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민주당 대타협 기구와 함께 하며 지혜를 모으겠다"며 "여러분들과 택시산업이 침해되지 않도록 정부와 여당이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전 위원장은 두 달 가까이 TF를 이끌며 택시와 카풀의 상생을 위한 중재를 도맡아왔다. 하지만 카풀 결사반대를 외치는 택시업계의 바람과 달리 진척이 더딘 성과에 택시업계는 그동안 TF에 불만을 표해왔다.

이에 전 위원장의 발언 도중 격앙된 일부 참가자들이 "전현희는 물러나라, 물러나라"라고 외치며 물병을 던지기도 했다.

반면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는 택시기사들의 환영을 받았다. 나 원내대표는 "택시 생존권을 말살하는 문재인 정권을 그대로 둬선 안 된다"면서 "택시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지 않은 이번 카풀 정책은 분명히 잘못됐다"고 말해 환호를 이끌어냈다.

기세를 몰아 한국당은 택시 카풀 TF와 관련해 출퇴근 시간을 오전 7~9시, 오후 6~8시로 규정하는 개정안 통과를 추진한다. 1994년 카풀법 개정안의 '출퇴근 때'라는 개념을 명확히 해 이 시간대에만 카풀 서비스를 운영할 수 있게 하겠다는 취지다.

문진국·송석준·임이자 한국당 의원은 23일 국회 정론관에서 택시업계 생존권 보호를 위한 TF 기자회견을 열고 문 의원이 발의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을 중심으로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한국당은 추가적인 대안 마련에도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임 의원은 "올 1월부터 싱가포르에서 시작한 카풀서비스는 택시와 카풀승용차 중 가까운 차량을 먼저 불러주는 방식으로 사업을 실시했다"며 "이 시스템을 도입한 이후 택시기사의 수입이 19% 늘어나는 등 택시와 카풀업계가 공존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당은 민주당이 당근책으로 내놨던 택시기사 완전월급제에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송석준 의원은 이날 "완전월급제의 경우 여건이 되면 할 수 있지만 누가 보장하는가의 문제가 있다"며 "택시회사 사주도 한계선상에 있어 직원을 감원한다든가, 국민들 입장에서 바람직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카풀 이슈를 기점으로 민주당과 한국당에 대한 여론이 뒤바뀌는 듯 한 양상을 띠자 민주당은 다급히 진화에 나섰다. 민주당은 23일 "자유한국당이 2015년에는 카풀을 허용하는 법을 통과시켰다가 최근에는 말을 뒤집었다"고 비판했다.

쟁점이 되는 부분은 2015년 개정된 이른바 '카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당시 카풀업체 우버를 퇴출시키는 과정에서 비정상적인 유상 카풀 알선 행위를 막기 위해 도입된 법이다. 2015년 개정안은 사업용 자동차가 아닌 자동차를 유상으로 알선해서는 안된다는 조항을 새롭게 집어넣었다. 다만 예외조항을 둬 '출퇴근 때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 대해선 알선 행위가 가능하도록 했다.

그러자 한국당은 "허위사실 유포"라며 강력하게 반발했다. 한국당은 2015년 개정된 카풀법(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에 '출퇴근 때에 한해 유상 카풀을 알선할 수 있다'는 예외 규정이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비정상적인 유상 카풀 알선 행위를 막기 위해 마련됐다고 주장했다.

다시 말해 한국당 당론은 '카풀 유상 운송 및 알선을 출퇴근 때만 제한적으로 하라'는 것으로 2015년과 지금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한국당은 강 원내대변인이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검찰에 고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민주당은 다시 반박했다. 강병원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입장문을 내고 "2015년 개정된 법안이 우버 같은 전면적 자가용 카풀을 금지하기 위한 것은 맞지만, '출퇴근 시 승용차를 함께 타는 경우 알선을 허용한다'는 예외조항이 추가되면서 현재 카카오와 같은 카풀 중개업체가 등장하는 법적 근거가 됐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한국당은 마치 민주당이 새로 카풀 알선 정책을 만든 것처럼 사실을 왜곡하고, 택시업계 표를 얻기 위해 자신들이 시행했던 정책으로 탄생한 카카오 같은 업체와 공유경제를 부정하는 모순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한국당의 주도로 통과된 이 법이 사실상 카풀 알선 행위를 허용해줬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 역시 한국당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뚜렷한 정책 방향 없이 눈앞의 표만 의식한 ‘표퓰리즘’ 행위”라는 비판을 내놨다. 그는 “한국당은 지난달에도 ‘소득 상위 10% 가정을 빼고 아동수당을 주자’던 기존 입장을 뒤엎고 ‘모든 가정에 지급하자’는 주장을 내놔 ‘보편 복지’에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당황하게 하지 않았나. 이런 식이라면 국민은 한국당의 정체성이 무엇인지 혼란을 느낄 수밖에 없다”라고 말했다.

다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양측의 주장을 검증해본 결과 한국당의 의견이 타당하다는 데 무게가 실린다. 현재 택시업계와 정부 당국이 카풀과 관련해 첨예하게 대립하는 계기가 된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의 조항은, 81조의 ‘출퇴근 때 승용자동차를 함께 타는 경우’에는 자가용 자동차의 유상운송 금지 대상에서 예외가 된다는 부분이다.

확인 결과 출퇴근 시 유상운송 금지 예외 조항이 신설된 건 1994년 김영삼 정부 때 일이다. 1994년 7월 14일 당시 자동차운수사업법이라는 이름으로 통과된 법안을 보면 58조 ‘유상운송의 금지 등’ 조항에 ‘승용자동차를 출퇴근 시 함께 타는 경우’라는 예외 조항이 처음 등장한다. 이후 현재까지 자동차운수사업법이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으로 이어지고 있지만 해당 조항은 바뀌지 않은 채 명목이 유지되고 있다.

나아가 일각에서는 이 같은 ‘가짜뉴스’ 공방 자체가 정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법사위 논쟁을 예로 들었다. 이 관계자는 “역대 국회에서 이어져 온 법사위 논쟁이 여야가 바뀔 때마다 입장이 180도로 달라진다는 특징을 보인다”라며 “여당 시절엔 야당 몫인 법사위의 권한을 축소하자고 했다가 야당이 되면 다시 권한 유지를 주장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결국 이번 택시 카풀 문제 역시 현재만을 바라봐야 한다. 지금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논의해야지 과거에 어떠했나를 잡고 늘어질 게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고정현 기자 jh0704@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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