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일종의 상징이다

‘돈’에 대한 의구심은 끊임없이 제기된다. ‘돈’이 우리에게 정신적 육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도 한번쯤은 생각해볼 만하다. 특히 좋아하는 ‘돈’이 우리 삶, 생활 속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위키 백과사전에 따르면 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정리해 놓고 있다. ‘돈은 일반적인 유통수단이다. 사물의 가치를 나타내며, 상품의 교환을 매개하고, 재산축적의 대상으로도 사용하는 물건이며, 화폐(貨幣)라고도 한다. 예전에는 조가비, 짐승의 가죽, 보석, 옷감, 농산물 따위를 이용하였으나 요즘은 금, 은, 동 따위의 금속이나 종이를 이용하여 만들며 그 크기나 모양, 액수 따위는 일정한 법률에 따라 정한다.’ 결국 간단히 정리하면 ‘돈’은 일종의 상징이며 징표인 것이다.
최근에 종영된 KBS드라마 ‘부자의 탄생’에서도 부자아버지가 남긴 유일한 징표인 목걸이 하나로 주인공이 부자아버지를 찾는다는 줄거리였다. 드라마를 자세히 보지 못해 이 목걸이가 징표로서 얼마만한 역할을 하는지는 잘 모른다. 하지만 이 목걸이는 주인공과 그 와 관련된 사람들에게는 삶을 좌우할 수도 있는, 영향력 있는 징표로서의 역할을 한다. 이 목걸이가 전혀 관련 없는 사람들에게는 액세서리 그 이상도 아무것도 아닐 수 있다.
이와 같이 징표는 그 역할과 영향력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돈 또한 법률이나 사회적 약속으로 관계 맺지 않은 이들에게는 한낮 종이나 금속쪼가리라고 할 수 있다.
MBC 방송에서 방영되어 큰 감동을 주었던 아마존의 원시부족 ‘조에족’에게 대한민국 만 원권 한 다발은 좋은 불쏘시개 이상이 될 수 없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돈=화폐’로부터 자유로워지고자 하는 ‘지역화폐운동’이라고 하는 공동체적 경제활동이 있다.
지역화폐란 한마디로 요약하면 현대적 의미의, ‘다자간(多者間) 품앗이’라고 할 수 있다. 각자의 능력에 맞는 기술이나 노동력 등의 자원을 제공하고 제공받을 수 있는 지역통화 운동인 셈이다.
그렇다면 지역화폐운동(LETS: Local Exchange Trading System)이 발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지역화폐운동은 역설적이게도 세계경제가 더욱 심화된 것에서 이유를 찾고 있다.
대한민국을 비롯한 세계 대부분의 많은 나라들은, 경제의 흐름이 국한된 각국 내부의 요소에서만 영향을 받는 것이 아니라 세계경제 전체로부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경제의 위험성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아 환율이 급락하고 코스피지수가 춤추는 이러한 경제적인 상호작용에 대한 지역사회의 대안으로 발생되었다.
개인의 의지나 노력과 상관없는 거시경제적인 파장으로 불황이 닥쳐오면, 실업자들이 양산되고 현금이 없는 실업자은 사회적인 소외와 절망으로 내려앉아 개인의 삶은 피폐화되고 만다. 아무런 경제활동도 할 수 없는 이들에게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바로 중앙집권화 된 통화제도와 상관없는 각자의 능력과 기술을 활용하여 경제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지역품앗이=지역화폐운동’이 발생한 것이라는 이야기다.
지역품앗이 = 지역화폐운동
경제문제에 대한 고민의 중심을 가치의 척도(=화폐)에 두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생산할 수 있는 재화나 용역 자체에 두고 모색한다는 것이다.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예를 한 번 생각해 보면 다음과 같다.
수학에 취미가 있는 김 씨가 젊은 주부와 이웃집 박 씨 아이의 수학공부를 도와주고, 젊은 주부 김 씨는 지역품앗이회원인 이 씨의 야채가계에서 품앗이통장을 사용하여 야채를 구입하고, 이 씨는 품앗이통장의 잔고를 사용하여 박 씨가 운영하는 미용실에서 머리를 손질하고….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삶에 대한 의지를 가지고 경제적인 절망에서 벗어나려고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당장의 현금흐름이 부족하고 일정기간 호전의 가능성이 없을 경우에는 상담을 진행하는 필자에게도 무척 힘든 과정이 된다.
자신의 경험과 기술이 있고 노력하려는 의지가 있는 이들에게는, 지역화폐 운동은 우리 이웃에게 삶의 의지를 다시금 세울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게다가 내가 사는 지역에서 같이 살아가는 이웃들과 공동체생활을 경험하고 생활화 한다는 것은 우리가 추구하는 ‘돈’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길뿐만이 아니다. 인생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또 하나의 ‘삶의 대안’이라고 생각해 볼만 하다.
[임채용 상담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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