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재호 대주그룹 회장 모럴헤저드 ‘의혹’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 모럴헤저드 ‘의혹’
  • 강필성 기자
  • 입력 2009-07-14 13:40
  • 승인 2009.07.14 13:40
  • 호수 794
  • 2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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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청업체 굶고 있는데 사제 털어 종교단체기부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

대주그룹 허재호 회장이 최근 입방아에 올랐다. 사재를 동원해서라도 성당에 300억원을 쾌척하겠다고 밝힌 탓이다. 물론 이같은 기부는 ‘노블레스 오블리제’로 꼽히는 미담이다. 문제는 대주건설이 대주단에 의해 퇴출되고 계열사 대한조선이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그룹 전반이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심지어 대주건설의 하청업체 일부는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공정거래위원회의 시정조치가 나왔을 정도다. 업계 일각에서는 기부할 돈이 있다면 회사부터 살려야 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허재호 대주그룹 회장이 광주구천주교회유지재단(이하 천주교재단)에 전남 목포시 산정동의 성 미카엘 대성당 건립기금으로 사재 300억원을 기증할 전망이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지어지는 성 미카엘 대성당은 부지만 약 1만3663㎡에 달하는 대규모 성전이다. 훈훈한 미담일 법하지만 재계에서 허 회장의 기부를 보는 시선이 썩 곱지 않다. 대주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극심한 자금난을 겪고 있고, 그 일부는 워크아웃에 들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힘든 상황에서도 기부를 늦추지 않는다는 호평보다는 정작 하도급업체들이 공사대금을 못받고 있는데 엉뚱한 기부하고 있다는 비난이 주를 이룬다.

현재 대주그룹은 총체적 위기에 시달리고 있다. 약 30년 전통을 가진 주력사 대주건설이 대주단 퇴출대상 1호가 되는가하면 대한조선이 최근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주요 계열사 줄줄이 퇴출

대주그룹은 호남지역을 연고로 지난 수년 동안 급속 성장한 중견 기업이다. 광주지역에 대주그룹 관련 노동자만 2만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때문에 대주그룹의 이같은 경영위기는 곧 호남지역 경제에 악영향을 끼치리라는 것이 경제단체의 입장이다. 게다가 허 회장의 상황은 빈말로라도 좋은 상황이라고 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는 지난해 말 광주지법에서 508억원 규모의 탈세와 회사돈 100억원을 횡령한 혐의 등으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과 벌금 508억5400여만원을 선고 받은 바 있다. 게다가 지난 3월에는 대주그룹 소속 계열회사를 의도적으로 기업집단 신고에서 누락시킨 혐의로 공정위에 의해 고발되기도 했다. 허 회장은 총 41개 계열사 중 1조원 규모 21개사를 누락시킨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위기에 놓인 허 회장이 사재를 동원해 기업을 살려야 할 판에 기부에 열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이런 허 회장이 천주교재단 성당 건립 비용을 기증을 결정할 당시에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크다. 목포부지 성당기증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2006년 2월만 해도 건설경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기세였다. 2005년에는 매출 4835억원에 당기순이익 171억원, 2006년에는 매출 4658억원에 당기순이익 187억원을 달성했다.

당시 허 회장은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외국 여행 때 봤던 아름다운 성당들이 세계적인 문화공간과 순례장소로 자리잡은 것을 보고 순례지로 남을 만한 성당을 짓기로 했다”며 “지역사회에 기업이익의 일부를 나눠주고 싶다”고 말했다.

때문에 대주건설이 대주단에 의해 퇴출 된 이후 허 회장의 기부도 어려워지리라는 추측이 무성했다. 천주교재단 안팎에서는 “허 회장이 기부금 출연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실제 허 회장은 300억원 중 일부를 기증했으나 나머지 금액은 약속 날짜까지 입금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천주교재단 측은 기부금 약속이 깨진 것이 아니라고 일축했다.

천주교회 한 관계자는 “사실 사정의 여의치 않아서 기부금 납부 기간을 미룬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내년 12월까지는 꼭 납부하겠다고 밝혀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허 회장이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하느님과 약속 한 만큼 반드시 지키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결국 예정 기간이 늦춰지더라도 허 회장의 기부는 이뤄진다는 것이다. 이에 업계의 시선은 썩 곱지 않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지금 하청업체가 공사대금을 못 받아서 공정위에 제재를 받는 상황인데 차라리 그 300억원은 채무상환에 써야되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했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대주건설은 채불금이 약 170억원에 달하고 있다. 이미 지난 5일 공정위는 대주건설에 불공정하도급행위에 시정조치를 내린 상황이다.

공정위는 “대주건설은 D공영, S양행, Y산업 등 3개 하청업체가 의뢰받은 공사를 완료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정 지급기일(60일)이 지나도록 각각 하도급대금 9100만원, 1억3922만원, 3630만원을 지급하지 않다”고 밝혔다.


기부만 했다하면 논란

허 회장은 지난해 말 횡령 및 세금포탈 관련 공판에서 “선처를 받는다면 ‘광주일보’와 ‘함평골프장’을 공익법인에 기부해 지역 사회에 헌납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광주일보’와 ‘함평골프장’의 자산가치는 약 500억원 정도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곡문화재단은 ‘대주문화재단’에서 이름이 바뀐 것으로 이사진은 허 회장의 측근인 것으로 알려졌다. 때문에 ‘생색 내기 기부’라는 평가를 받은 것도 사실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허 회장이 기부를 하겠다고 밝힐 때마다 논란이 일고 있다”면서 “차라리 기부할 자금으로 기업 회생에 신경을 쓰는 것이 지역사회에 공헌할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다”고 귀띔했다. 허 회장의 천주교재단 약 300억원 기부를 보는 갖가지 의견이 대두되는 거운데, 허 회장의 복심에 궁금증을 더해지고 있다.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강필성 기자 feel@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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