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인하우스 파급력은?
LG그룹 인하우스 파급력은?
  • 김종훈 기자
  • 입력 2008-04-16 09:52
  • 승인 2008.04.16 09:52
  • 호수 52
  • 22면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LG그룹 오너 일가가 새로운 광고 회사 엘베스트를 설립했다.

LG그룹 측은 이미 계열사가 분리된 ‘개인적인 사업’이라고 의미를 축소하고 있지만, LG그룹 광고 물량의 일부가 신규 광고 회사로 흘러들어 가면 업계 지각변동은 불 보듯 뻔하다.

실제 LG그룹의 연간 광고 물량은 2006년 기준 5800억원대에 달한다. 자체 물량만 확보한다고 해도 업계 3위권에 진입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 광고주인 셈이다. 만약 시장의 예상대로 LG그룹 물량이 새로 설립될 광고 회사로 돌아간다면 중장기적으로 LG애드의 입지는 그만큼 좁아질 수밖에 없다. 그동안 광고 취급액은 제일기획, LG애드, 이노션, TBWA, 대홍기획 순이었지만 LG애드가 취급한 LG그룹 물량을 제하면 5위권으로 밀려나게 된다. 사실 LG그룹의 인하우스(In-House) 광고대행사 설립은 2002년 LG그룹이 구조조정 차원에서 LG애드를 WPP에 매각, 계열분리하면서부터 제기돼 왔던 문제다.

업계 8년차의 베테랑 AE(광고기획담당자) L씨는 “국내 광고시장은 구조적으로 인하우스 체제로 갈 수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LG그룹의 계열 광고대행사 설립은 이미 오래전부터 논의돼 왔다”고 설명한다.

MB의 조카사위 구본천 사장이 이끄는 LG벤처투자는 이미 2000년 LG그룹에서 계열분리해 나간 회사지만 LG와는 따로 생각하기 힘든 회사다.

더욱이 광고대행사 설립을 추진한 구본완 상무는 LG그룹의 지주회사인 (주)LG 지분 4만주를 보유하고 있는 주요 주주다. LG그룹이 그룹 차원에서 새로 설립한 엘베스트에 직접적인 지분 참여를 하지 않는다고 해도 심정으론 두 회사가 묶일 수 있는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애널리스트 A씨는 “LG그룹이 직접 참여하지 않는다고 해도 LG그룹 물량을 중심으로 성장할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엘베스트 성장을 가장 걱정해야 할 회사는 LG애드. LG애드의 LG그룹 광고 관련 매출은 여전히 60% 선을 넘는다.

과거 LG그룹 인하우스 시절 85% 선에 비해 25%포인트 정도 줄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최대 광고주인 셈이다. 2006년 기준 매출 5800억원 가운데 3000억원 이상이 LG그룹 물량으로 추산된다.

그러나 LG애드는 아직까지 여유로운 모습이다. 지금까지 LG그룹의 광고를 전담해 오다시피 하면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LG그룹 광고금액만 5800억대

광고업계나 주식시장에서는 엘베스트가 예상보다 빨리 LG그룹 광고 물량을 확보해 나갈 수도 있다고 전망한다. 애널리스트 A씨는 “그룹사 광고시장에는 한 광고 회사가 특정 업종에 한 개 회사만을 담당하는 1사 1업종 문화가 여전하기 때문에 이런 구도를 쉽게 깨기 힘들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인하우스 광고대행사에 대한 물량 몰아주기 문화가 여전해 엘베스트가 기본적인 실력만 갖춘다면 일시에 LG그룹 광고 물량을 가져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최근 LG애드에서 경쟁 광고대행사로 자리를 옮긴 L씨를 비롯해 다른 광고업계 종사자들도 주식시장의 전망과 크게 다르지 않다. 단기적인 변화야 크지 않겠지만 어떻게든 LG그룹 광고 물량이 새로 설립된 엘베스트로 흘러갈 것으로 전망 하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과거 사례를 통해서도 유추해볼 수 있다. 실제 LG애드는 GS그룹이 LG그룹에서 분리되고, 인하우스 광고대행사인 실버불렛을 설립하면서 GS그룹 광고 물량의 대부분을 빼앗겼다.

이때 GS그룹 광고를 담당했던 AE들이 LG애드를 떠나 실버불렛으로 자리를 옮겼다. 또 현대기아차 그룹의 인하우스 광고대행사인 이노션은 설립 2년도 안 돼 현대기아차그룹 광고를 전담하며 광고업계 3위로 도약하는 데 성공했다.

광고대행사의 경우 특정 그룹이 의도적으로 물량을 몰아줄 경우 손쉽게 매출과 이익을 낼 수 있다는 방증이다. 이런 구도 변화를 생각해볼 때 당분간 범(汎) LG그룹으로 통하는 LG, GS, LS그룹의 광고 물량은 LG애드, 실버불렛, 엘베스트 3개 회사가 나눠가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LG그룹은 LG애드가, GS그룹은 실버불렛이 전담하다시피 했지만 엘베스트가 LG애드 물량을 상당 부분 가져갈 것으로 예상된다.

김종훈 기자 fun@ilyoseoul.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