촬영기자들 고가도로까지 북새통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특검에 출두키로 한 지난 4월 4일. 서울 한남동에 위치한 삼성특검 사무실은 일찍부터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이 회장이 특검 사무실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2층 로비뿐만 아니라 3층 테라스까지 기자들로 빼곡했다. 건물 안에 자리를 잡지 못한 사진기자들은 건물 맞은편에 위치한 2층 높이의 고가도로 난간에 매달리기도 했다.
특검팀은 이날 이 회장 출석 시 일어날 수 있는 사태를 대비하기 위해 관할 경찰서에 지원요청을 해 놓았다. 경찰인력은 특검 사무실 앞 도로부터 3층 테라스까지 곳곳에 배치됐다.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 회장은 1시 59분경 특검 사무실이 위치한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에 잠시 눈을 감기도 했다. 감색정장에 은색 넥타이 차림의 이 회장은 약간 상기된 표정을 진 채 특유의 느릿한 걸음으로 포토라인에 섰다.
이 회장은 취재진의 질문에 성의껏 답했다. 질문하는 취재진 쪽을 직접 바라보면서 답하는 등 평소보다 많은 말을 했다. 하지만 민감한 질문에
는 말을 아낀 채 고개를 젓기도 했다. 다음은 쏟아지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이건희 회장이 직접 답한 내용들이다.
- CB발행 실권한 것을 직접 지시했나?
▲그런 기억 없다.
- 삼성생명 차명주식이 본인의 상속재산이 맞나?
▲난 모르겠는데.
- 계열사 비자금 조성 지시한 적이 있나?
▲한 적 없다.
- 경영권 불법 승계 과정에 대해 직접 보고 받았나?
▲아니다.
- 글로벌 기업 삼성이 범죄 집단으로 몰리는 현재 상황이 누구 책임이라고 생각하나?
▲범죄집단이라고 생각해 본 적도 없고 (그렇게) 옮긴 여러분들이 문제가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
- 정관계 로비를 직접 지시한 것 있나?
▲없다.
- 매번 수사받을 때마다 임원들만 처벌받는 것을 어떻게 생각하나
▲(묵묵부답) ….
- 국민 여러분께 한 말씀해 달라
▲여러 달 동안 소란을 끼쳐 대단히 죄송하고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간에 이런 일은 없어야 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 건강은 좀 어떻나
▲그렇게 좋은 것이 아니다
- 책임을 느끼나
▲그룹회장이니까 당연히 책임을 느끼지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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