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자동차그룹 이중가격 논란
현대·기아자동차그룹 이중가격 논란
  • 박지영 기자
  • 입력 2008-02-12 16:58
  • 승인 2008.02.12 16:58
  • 호수 720
  • 2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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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로 돈 챙기고 앞에선 밑지는 장사?

현대·기아자동차그룹이 야심차게 준비한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가 때 아닌 이중가격 논란에 휩싸였다. 안방(국내)에선 이윤을 엄청 챙기는 반면 밖(해외)에선 밑지면서 판다는 게 골자다. 문제가 처음 제기된 것은 올 1월 8일 차세대 럭셔리 세단 제네시스의 미국 수출가격이 발표되면서부터다.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기본형 기준)의 미국 수출가는 3만 달러대가 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반면 국내 판매가는 4050만원대. 달러로 치면 4만 달러를 넘는다. 이에 따라 국내 고객들은 제네시스의 한국과 미국 자동차가격을 조목조목 비교하며 현대차에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에 현대차는 “제네시스의 정확한 미국 판매가는 오는 4월께나 정해질 것”이라고 해명하고 나섰다. 그러나 이런 현대차의 공식입장에도 고객들은 “해외언론을 통해 현대차 안팎의 입장을 따져볼 때 제네시스 기본형의 해외판매가는 3만달러 중후반대”라며 “현대차가 국내고객을 봉으로 보는 게 아니라면 어떻게 이런 이중가격을 붙이겠느냐”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내용과 수출용 값 차이가 나는 이유는 뭔가요. 국내가격이 너무 비싸든지, 해외가격이 너무 싸든지 둘 중 하나 아닙니까? 이번 기회에 공정거래위원회에서 가려주세요” 현대·기아차 값에 대한 소비자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제네시스의 미국 수출가는 3만4000달러. 우리나라 돈으론 3190만원대다. 반면 국내 소비가는 최하가 4050만원 이상으로 이중가격 논란이 일고 있다.

현대차가 북미 자동차시장에 제네시스를 처음 선 보인 것은 지난 1월 13일.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2008 북미국제모토쇼(NAIAS)’를 통해서였다.

현대차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오는 6월 미국 판매를 본격 시작할 예정이다.

현대차가 북미 고객들에게 심어주려는 제네시스 이미지는 ‘당신도 가질 수 있는 프리미엄 세단’이다. 이는 북미 국제모토쇼에서 방영한 영상물에도 잘 나타나 있다. 영상물내용은 비엠베(BMW), 벤츠, 렉서스 등 명품차를 타보지도 못한 중산층에게 제네시스가 달려와서 문을 열어준다는 것이다.


같은 차, 다른 가격

현대차 미주법인 존 크레프틱 마케팅담당 부사장은 이날 행사에서 “BMW 5시리즈의 성능을 3시리즈 값으로 만나볼 수 있다”고 공언했다.

미국 내 BMW 3시리즈 값은 3만2000달러. 우리 돈으로 약 3000만원이다. 그렇다면 제네시스 값(배기량 3800㏄짜리)은 약 3만4000달러(3190만원) 정도로 예상할 수 있다.

참고로 메르세데스 벤츠 E-클래스는 5만 달러, 렉서스 GS는 4만6000달러에 팔리고 있다. 또 BMW 5시리즈는 4만4000달러에 팔린다.

이에 따라 행사에 참석한 미 언론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제네시스 값은 약 3만달러 가량”이라며 “경쟁차종보다 최고 1만 달러 싼 값에 팔릴 것”이라고 보도했다.


소비자가 봉?

제네시스의 내수용차와 수출용차 차이는 이뿐만이 아니다. 국내모델의 경우 6기통(V6)에 3.3ℓ, 3.8ℓ 람다엔진이 탑재되고 수출용은 현대차가 새로 개발
한 380마력의 8기통(V8)에 4.6ℓ 타우엔진이 추가 탑재된다는 게 회사 쪽 설명이다.

그렇다면 제네시스의 국내 값은 얼마나 될까. △BH330 그랜드 4050만원 △BH330 럭셔리 4520만원 △BH380 로열 5280만원이다. 미국 수출용 제네시스는 8기통에 타우엔진으로 내수용보다 한층 뛰어난 성능을 갖추고 있음에도 가격면에선 내수용차가 최고 1700만원가량 비싼 셈이다.

한 소비자단체는 “해외시장 상황을 고려해도 수출용보다 성능이 떨어진 제네시스 차종을 국내에서 40%이상 더 받겠다는 건 현대차가 국내 소비자를 봉으로 보는 것이나 다름없다. 국내 자동차시장이 완전개방되면 현대차가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폭리를 취해왔는지 소비자들이 알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
다.


#자동차 CEO는 ‘신차 홍보모델’

자동차업계 CEO들은 무슨 차를 타고 다닐까. 당연한 얘기지만 자신의 회사에서 만든 최상급 모델을 탄다. 자동차는 길 위를 달리는 것 자체가 홍보요 ‘움직이는 광고간판’이다.

모임이나 행사 때 자기 회사가 만든 차를 타고가야 차에 대해 한번이라도 더 설명하는 기회를 갖게 된다. 더욱이 ‘오너가 타는 차’ ‘CEO가 타는 차’란 입소문은 부가적인 효과다.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프리미엄 세단 제네시스를 시판한 뒤 ‘애마’를 제네시스로 바꿨다. 제네시스 신차발표회 때 참석, 행사의 격을 높인 데 이어 제네시스를 직접 타고 다니면서 홍보활동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이 탔던 차는 에쿠스 리무진이었다. 4.5리터 배기량에 차 값만 9078만원의 최고급 모델이었다. 제네시스는 에쿠스 리무진보다 크기도 작고 값도
절반 대다. 차 길이는 40cm 쯤 짧고, 값은 5830만원 정도다.

그러나 제네시스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더 큰 차를 버렸다. 제네시스에 쏟는 관심과 열의를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제네시스는 현대차가 처음 개발한 후륜구동방식의 럭셔리 세단이다. 글로벌 명차를 만들겠다는 야심을 담았다.

정의선 기아차 사장은 오피러스를 탄다. 오피러스 3.8프리미엄모델로 5600만원짜리다.

정 사장은 지난 3일 기아의 신차 대형 SUV 모하비 발표회 때 ‘모하비 한 대를 사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공식행사엔 오피러스를 타고, 모하비는 세컨드 카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까진 모하비를 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워낙 잘 팔려 고객들에게 우선 기회를 줘야한다는 생각에 구매를 늦추고 있는 것이다.

르노삼성자동차의 장 마리 위르띠제 사장은 지난해까지 SM7 RE 350모델을 타다 올 들어 SM7뉴아트로 바꿨다. SM7 뉴아트는 르노삼성이 지난 1월 3일 선보인 SM7의 마이너체인지모델이다. 위르띠제 사장이 타는 SM7뉴아트(RE35)는 4100만원에 팔린다.

위르띠제 사장은 지난해 말 시판한 르노삼성의 첫 SUV QM5를 직접 타고 로드테스트를 하기도 했다.

아직 대형 세단신차를 내지 않은 GM대우와 쌍용자동차의 CEO들도 신차가 나오면 새 차로 바꿀 계획이다.

GM대우 그리말디 사장은 스테이츠맨 V6 3.6을 탄다. 값은 5850만원. GM대우의 중대형 세단 출시 일정은 미정이다.

쌍용차 최형탁 사장은 체어맨 CM700S모델을 탄다. 쌍용차는 오는 3월 배기량 3.6리터와 5.0리터짜리 체어맨W를 내놓을 예정이다. 이 차가 나오면 최 사장은 체어맨W 5.0모델로 바꾸게 된다. 이 모델의 판매가는 1억원 이상으로 정해질 전망이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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