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문불출’ 이건희·‘보복폭행’ 김승연 등 회장님들 총출동
현장 스케치이명박 대통령 당선자와 재계 총수들이 첫 대면한 지난 12월 28일. 경제인 간담회가 열린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은 오전 일찍부터 수많은 취재진과 경찰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가운데 드디어 재계총수들이 하나 둘 모습을 드러냈다.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은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 오전 10시 18분께 모습을 드러낸 그는 별도 경호원 없이 회관 밖 포토라인을 지나 로비로 들어섰다. 이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도착했지만 취재진 질문엔 ‘묵묵부답’이었다.
몇 분 간격으로 이구택 포스코 회장,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 허영섭 녹십자 회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중 이구택 회장만이 “아~예, 아~예”란 짧은 대답과 함께 “허 허 허” 웃어 보일뿐이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총수는 최용권 삼환기업 회장. 최 회장은 “일반적인 경제이야기를 할 것”이라며 “규제개혁을 건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취재진 질문에 가장 적극적으로 응한 회장은 신세계 구학서 부회장. 그는 서둘러 엘리베이터에 타는 다른 회장들과 달리 승강기 앞에 서서 기자들 질문에 비교적 자세히 답했다.
‘보복폭행 사건’으로 물의를 빚었던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도착하면서부터 전경련 로비는 아수라장으로 바뀌었다.
김 회장의 이니셜인 ‘YS’란 말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곳 좀 봐 달라!’는 사진기자들의 처절한 몸부림 현장이었다. 이어 한마디라도 들으려는 취재진과 이를 막으려는 경호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치열하게 벌어졌다.
그 틈을 타 한 취재진이 “최근 사회봉사명령을 시작하셨는데, 어떠세요? 지금”이라고 묻자 김 회장은 침착한 목소리로 “아주 즐겁습니다”라며 비교적 성의껏 답했다. 이에 질문을 건넨 기자는 “고생 많이 하셨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김 회장에 이어 정몽구 현대·기아자동차그룹 회장이 웃음을 머금은 얼굴로 모습을 드러냈다.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취재에 응한 그는 “이 당선자에게 어떤 이야기를 할 거냐”는 질문에 “이런 기회를 갖게 돼 아주, 음…. 앞으로의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는 바람직한 일”이라고 답했다.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이 들어서면서 전경련 회관의 혼란은 극에 달했다. 삼성사태 후 처음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냈기 때문이다. 다행히 불상사는 없었지만 삼성 경호원들, 홍보팀 직원들과 기자들이 뒤엉켜 고성이 오가고 충돌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펼쳐졌다.
“김용철 변호사 주장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 회장은 “그 얘기는 나중에 합시다”라고 짧게 말했다. “삼성비자금 문제에 대해 한마디만 해 달라”는 많은 기자들의 물음에도 그는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뿐이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가장 늦은 10시 54분께 도착했다. 당초 재벌총수들은 10시 50분까지 입장하고 55분에 이명박 당선자가 올 예정이었다. 재벌총수 중 막내격인 최 회장이 지각을 한 셈이다. 최 회장은 또 취재진이 이 당선자 도착에 신경이 쏠려있는 틈을 타 포토라인을 돌아 회의장으로 갔다. 몇몇 취재진들이 “이쪽으로 들어가세요”라고 불러도 봤지만 눈길만 한번 줄 뿐이었다. 때문에 곳곳에서 “아이씨” “정말” “도움이 안 되는구만”이란 불만이 터져 나왔다.
박지영 기자 pjy0925@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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