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고 ‘탈’ 많은 한국마사회
‘말’ 많고 ‘탈’ 많은 한국마사회
  • 장익창 
  • 입력 2007-12-06 13:18
  • 승인 2007.12.06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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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은 정치 활동, 직원은 도덕적 해이

한국마사회가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일들로 다시 한 번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노승대 마사회 상임감사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해임됐다. 공기업 감사가 기획예산처의 해임결의안 통과와 대통령의 해임 결정으로 중도하차하긴 사상 처음이다. 겉으로 나타난 노 전 감사의 해임 사유는 직무태만. 그러나 이면엔 그가 직무 중 한나라당 정치활동을 도왔다는 이유로 해임됐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사행성 조장’에 대한 끊임없는 논란이 일고 있는 경마산업. 이를 주관하는 마사회는 방만한 경영과 임직원들의 ‘행각’으로 매년 국정감사 때 질타를 받아 왔다. 정부가 최근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를 발족, 경마를 건전산업으로 키워갈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뒷말이 많은 마사회 내부를 들여다봤다.


정치권 출신 임원들 마음은 콩밭


경마 외에도 마사 육성과 축산업 발전 기여가 설립목적인 마사회 임원에게는 전문성이 요구되고 있다. 그러나 마사회 임원들은 공공기관 중에서도 대표적인 정부의 낙하산 인사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다. 공공기관 중 회장, 부회장 모두가 여권 정치인 출신인 유일한 곳이다.

이우재 마사회 회장은 15·16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15대 땐 한나라당 부총재를 지냈고 16대 땐 열린우리당 창당 주역으로 현 정권과 인연을 맺었다. 그 뒤 2005년 4월부터 마사회 장을 맡고 있다.

김도훈 부회장은 아주대 공업경영학과 졸업 후 경마업무와 무관한 삶을 살아왔다. 마사회에 몸담기 전 노무현 대통령후보 경남선거대책위원회 수석본부장과 창원YMCA 시민사업위원장, 열린우리당 창원을 지구당 창당위원장을 지냈다. 그랬던 그가 마사회 부산·경남경마본부장을 거쳐 2005년 11월 마사회 부회장에 임명됐다.

마사회 노조는 이런 인사에 대해 정권과 농림부의 ‘마구잡이식 낙하산 폭탄 투하’라고 맹비난하며 저지결의대회와 천막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배응기 부산·경남경마공원 본부장도 2005년 4.30재보선에서 열린우리당 서울 강서구청장 후보로 출마했으나 떨어졌다. 이후 그는 2005년 11월 부산·경남경마본부장으로 임명됐다.

마사회 한 직원은 “이우재 회장을 비롯, 임원 8명중 5명이 낙하산 인사였다. 낙하산 임원들은 비리에 걸려 임기 중 옷을 벗거나 정치권으로 되돌아가는 행태를 보일 뿐 마사회 발전을 위해 한 일이 없었다”고 성토했다.

마사회 노조 관계자는 “최근 경영진이 짜고 있는 중장기 경영계획을 보면 수백억~수천억원 대 투자 사업들이 터져 나온다. 실례로 2016년까지 해외 유명 경마대회에 우승을 위한 국산말 개량에 2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 왜 나왔는지 모르겠다”고 주장했다.


감사 해임 정치적 보복인가

지금 마사회엔 상임감사가 공석이다. 2005년 11월 선임된 노승대 감사는 올 9월 기획예산처가 해임건의안을 의결, 10월 노 대통령이 해임하면서 물러났다.

기획예산처는 “감사원 감사를 통해 노 전 감사가 골프와 동문회 참석 등으로 20여회 근무지를 무단이탈하는 등 근무태만으로 해임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정치인 출신의 공기업 감사들은 근무시간 중 정당행사 참석 등 일정 정도의 정치적 활동을 하고 있다. 노 전 감사의 해임 명분인 근무지 이탈도 기준 자체가 모호하다.

마사회 노조는 노 전 감사가 지난 5월 한나라당으로부터 15인의 대선후보검증위원으로 활동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2개월여 위원으로 뛰어온 데 따른 정치보복으로 해임됐다고 보고 있다.

노조 관계자는 “현 정권과 정부가 석연치 않은 이유로 상임감사를 해임, 몇 달 동안 공석으로 두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 정권 말기 또다시 낙하산 감사를 임명하려는 의도에 대해 주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사회는 이번 해임 건에 대한 입장 표명을 회피하고 있다. 마사회 관계자는 “노 전 감사가 해임된 정확한 이유는 말할 수 없다. 기획예산처에 감사 선임과 관련, 추천위원회를 구성해 관련 서류를 냈고 임명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신이 빚은 직장’ 끊이지
않는 도덕적 해이


마사회는 높은 급여와 후생복지에도 업무강도는 비교적 약해 공기업 중 ‘최고의 직장’ 대열에 들어간다.

올 국감에서 대통합민주신당 전병헌 의원은 전체 296개 공공기관 중 공기업으로 분류되는 24개 기관에서 마사회의 직원 평균 연봉(6487만9000원)은 한국방송공사(7784만7000원)에 이어 두 번째였다고 주장했다.

마사회가 지난 7월 마감한 올해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14명을 뽑는데 4250명이 지원해 30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한 명을 뽑는 재경직엔 1500여 명이 지원, 역대 공기업 모집부문 입사 경쟁률 가운데 최고였다. 마사회는 그 달 노사합동연수 40명, 선진경마연수 25명 등 65명을 대상으로 7박8일간 해외여행행사를 가졌다. 연수대상자는 노조활동 참여를 기준으로 노조가 결정했다.

마사회가 방만한 경영으로 지적받은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월 예산처가 공개한 ‘2006년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잘 드러난다. 마사회는 금융수익군 중 종합경영부분 최하위를 기록했다. 인사관리합리성분야에서도 꼴찌였다. 전략비전 설정이 부적절하고 성과관리 중장기경영전략이 미흡하다는 평가도 받았다. 예산처에 따르면 2002년 마사회 매출은 7조6971억원이었으나 해마다 줄어 2006년엔 5조3715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직원 수는 2002년 1178명에서 1407명으로 불었다.

마사회는 지난 1월 18일 열린 1차 이사회에서 명예퇴직자에게 3년간 건강검진과 경조사비 등의 혜택을 재직직원들과 같은 수준에서 제공한다는 내용의 안건을 이사회에 내 통과시켰다. 농림부 감사결과에선 지난해 입사한 지 1~2개월 지난 신입사원들에게 6개월 분 근속수당을 줘 ‘돈 잔치’를 벌였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지난해 바다이야기 사태가 잠잠해지자 올 들어 마사회 경마수입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마사회에 따르면 올 들어 3분기까지 경마매출은 4조8345억원. 전년보다 19%가 늘었다.

마사회는 현재 서울 7개 지역 장외발매소 안에 회원전용실을 운영하고 있다. 마사회 경마수입 중 장외발매소 부문은 전체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올 국감에서 통합신당 한광원 의원은 마사회가 경마팬 편의제공 차원에서 설치한 장외발매소 내 회원전용실이 고액 배팅을 조
장한다고 주장했다.

한 의원은 “회원전용실 1인 하루 평균 배팅액이 244만원에 달해 마사회의 수익 우선주의 전략이 경마팬들을 중독자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정부는 7월 국무총리실 밑에 사감위를 발족했다. 사감위는 경마 중독 예방을 위해 장외발매소 폐지와 마권 발매에서 실명제 도
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마사회 한 관계자는 “경마사업으로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지 않고 출근하고 있다. 사감위 출범은 경마산업 자체를 없애려는 의도로 보인다. 경마 중독을 막기 위해 마사회도 유캔센터 등을 통해 심리상담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우재 회장은 줄곧 “경마수입은 각종 세금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영은 기획예산처 지침대로 운영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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