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와 함께 환경사랑에 솔선수범하고 있다며 대대적으로 소비자들에게 기업의 이미지를 부각시킨 대표 패스트푸드 ㈜두산 KFC와 ㈜두산 버거킹.
대부분 1회용 컵을 사용하면 1백원을 더 내고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는다. 매장 내에 환경운동에 앞장서고 있다는 스티커나 포스트를 부착하고 분리수거함을 마련해 고객들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이는 1회용품 재활용을 늘리기 위한 것. 하지만 본지가 두산이 운영하는 패스트푸드점들을 조사한 결과 당초 약속과는 달리 ‘말로만 분리수거’에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본지는 지난 11월 18일과 19일 양일에 걸쳐 서울시내 KFC와 버거킹을 무작위로 선정해 돌아보며 분리수거 실태를 파악했다.
조사방법은 매장에서 나온 쓰레기를 담은 커다란 쓰레기봉투를 열어 안을 조사하는 형식을 택했다.
강남구에 위치한 KFC, 버거킹 매장의 쓰레기봉투를 열자 종이컵, 플라스틱 용기, 빨대와 종이박스 등 다량의 재활용 쓰레기들이 쏟아져 나왔다.
무작위 분리수거 실태 파악
같은 날 서대문구 있는 또 다른 KFC 매장은 규격봉투 안쪽에 검은색 비닐봉투로 덧입혀 절대 안쪽 내용물을 볼 수 없게 가렸다. 하지만 종량제봉투를 뒤져보자 이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쓰레기량을 줄이고 종이나 유리, 플라스틱 등 자원을 재활용하기 위해 분리 배출하는 쓰레기 종량제가 시작된 것은 지난 1995년 시행 8년째 접어들고 있지만 두산은 ‘쇠귀에 경 읽기’식으로 정부의 정책을 무시하고 있는 셈이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에게 해당업체가 분리수거를 잘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는지 질문해 봤다.
“환경부와 함께 환경사랑에 앞장서고 있다고 써있네요, 잘하겠죠.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요. 분리수거 우리가 하는데요. 매장이야 봉투 묶어 버리기만 하면 되죠.” 대부분 두산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점들이 성실히 분리수거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믿고 있었다.
본지가 조사결과를 놓고 KFC와 버거킹 담당자에게 문의한 결과 양측 모두 “매장관리자가 철저히 관리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본지가 사진촬영까지 마친 상황이라 말하자 “점검된 곳이 어디냐, 질문에는 내가 말할 사항이 아니다. 이메일로 질문지를 보내라”고 답했다. 하지만 질문지를 보낸 시점에서 수일이 지나도 답변은 돌아오지 않았다. KFC에 다시 문의전화를 걸었지만 돌아오는 답변은 “그동안 바빠 보내지 못했다. 손으로 쓰든 발로 쓰든 맘대로 해라”며 어이없는 행동을 보였다. 한편 버거킹은 여전히 준비 중이란 말만 전했다.
지난 2002년 두산은 환경부와 자율적으로 쓰레기를 분리배출하는 대신 일회용품 사용규제와 신고포상금 제도 대상에서 제외토록 하는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자발적 협약’을 맺었다.
사정이 이렇지만 정부는 이 협약만 믿고 제대로 된 관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두산과 협약한 환경부 관계자는 “지자체에서 담당하고 있다. 환경지원금 받는 것과 감독은 별개의 문제.”라며 책임을 지자체에 떠넘겼다.
분리수거를 실시하지 않는 체인의 관련 구청 담당부서에 문의한 결과 “단속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무를 맡은 지 1개월이 되지 않아 파악도 힘들다. 서류감독을 충실히 하고 있다.” 등 어느 곳에서도 정확히 단속에 대한 자신 있는 답변은 찾기 힘들었
다.
또 감독을 충실히 시행한다고 밝힌한 지자체는 감독 방식을 물어보자 “공무원 업무시간에 매장에 나가 서류와 분리수거함을 보고 있다.”고 말했고 저녁시간대 감독은 언제 하느냐는 질문에 “업무시간이 아니기 때문에 감독은 힘들다.”고 답변했다.
홍보담당자“맘대로 쓰세요” 엄포
야간에 쓰레기봉투를 내놓은 모습을 본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어느 곳도 답변하지 못했다.
아름다운 환경을 지켜나가기 위해 전 국민이 참여하는 분리수거 제도를 패스트푸드 선두주자 두산은 무시하고 정부는 무효나 다름없는 자발적 협약만 믿고 뒷집지고 서류감독만 하고 있는 실정이다.
지금부터라도 두산은 협약에 따라 쓰레기 분리배출에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한편 정부도 업체에 대한 조사와 점검을 명확히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와 패스트푸드점 협약 내용 전문
패스트푸드점 1회용품 사용 줄이기
환경을 생각하는 우리 모두를 위한 약속입니다.
오늘날 편리성을 추구하는 소비행태로 1회용품의 사용이 범람하여 자원의 낭비는 물론 우리와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소중한 삶의 터전이 크게 훼손되고 있습니다.
이에 패스트푸드 사업자들은 1회용품으로 인한 폐기물의 발생을 줄이는데 적극 동참하기로 뜻을 모았습니다.
▲1회용품의 사용을 줄이기 위해 333제곱미터 이상의 매장안에서는 1회용품을 다회용품으로 전환한다.
▲1회용컵의 회수와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고객이 매장 밖으로 들고 나가는 1회용컵에 개당 100원의 보증금환불제를 실시한다.
▲환불제 실시로 발생되는 수익금은 사은품 제공 등의 방법으로 고객에게 환원하거나 환경보전활동을 지원하는데 사용한다.
송효찬 s2501@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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