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아씨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의 커넥션 의혹이 하나 둘 씩 드러나면서 급기야 불똥이 재계로 번지고 있다. 신씨가 큐레이터로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을 후원했던 기업들이 변 전 실장의 압력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변양균-신정아 스캔들’은 폭풍을 넘어 나라 전체를 뒤흔드는 ‘신정아 쓰나미’로 확산일로다. 각 부처가 변 전 실장의 입김으로 신 씨의 성곡미술관에서 그림을 구입했는지 검찰이 샅샅이 조사하고 있다. 재계의 불안감은 더하다. 미술관에 대한 거액의 후원금 지원 배후에 기업 총수들에게까지 로비를 펼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메일에 재계 거물급 인사도 포함됐다는 이야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좌불안석인 정·재계 인사가 하나 둘이 아니라는 소문이 이미 파다하게 퍼져있다. 변 전 실장의 청탁과 ‘권력형 메세나’와의 함수관계 중간에 대기업들이 있다는 말이다.
신씨는 지난 2002년 4월 성곡미술관에 들어가 2005년 학예연구실장이 됐고 올 7월까지 근무했다. 성곡미술관은 신씨가 근무하기 전에는 별다른 기업후원 유치 실적이 없었지만 신씨가 학예연구실장을 맡은 후부터 국내 대기업들로부터 잇따라 후원을 받았다.
전시회 후원 급증한 이유?
2005년 4월 성곡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인‘쿨&웜’전에 대우건설, 2006년 7월‘존 버닝햄 40주년 기념’전에 대우건설, 산업은행, 기아자동차 등이 후원했다. 지난해만 11건의 후원을 받았다.
올해 3월‘윌리엄 웨그만’전을 후원했던 삼성전자는 대우건설은 박세흠 사장(현 대한주택공사 사장) 재직 시절인 2004년부터 2006년까지 성곡미술관에 총 2억9000만원의 후원금을 지원한 것으로 밝혀졌다.
박 사장은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부산고 동기이면서 평소 친분이 두터운 사이라 후원금 지원과정에서 변 전 실장의 외압이 작용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대우건설은 2004년‘세계 어린이 비엔날레’‘풍경 룩&씨’등 3개 전시회에 1억원, 2005년 미술관개관 10주년‘쿨&웜’등 4개 전시회에 1억원, 2006년‘존버님행 40주년 기념전’등 3개 전시회에 9000만원을 각각 입장료와 팸플릿 광고형식으로 지원했다.
이에 대해 대우건설 관계자는“당시 문화홍보팀 실무자가 성곡미술관장 명의의 공문을 받고 검토한 후에 전시효과도 있고 직원들 문화소양도 높일 수 있다고 판단한 적법한 절차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실상 업무추진은 신정아 씨가 하지 않았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 관계자는“후원을 추진하는 과정에 신씨가 큐레이터이기에 설명을 한 적도 있었겠지만 담당자는 수시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신정아씨가 진행하는 당시 전시회에 박세흠 전 사장이 참여한 적이 있었느냐고 묻자 “공식적으로는 참여한 적이 없는 걸로 안다”고 답변했다. 포스코도 알렝 플레셔 초대전에 1억원을 후원했다. 산업은행은 지난해 7월 ‘존버닝햄’에 2000만원을 지원한 것을 시작으로 2006년 9월에는‘김세중 기념전’에
1000만원, 11월에는‘알렝 플레셔 초대전’에 2000만원 등 총 5000만원을 성곡미술관에 지원했다.
산은은 올 3월에도 성곡미술관의‘윌리엄 웨그만’전에 2000만원을 후원하는 등 2년간 7000만원을 지원했다.
산은은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기인 김창록 산은 총재가 변 전 실장의 부탁을 받아 후원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지난해 성곡미술관의 ‘알렝플래셔’전에 1000만원을 지원한 하나은행 역시 김종열 행장이 변 전 실장과 부산고 동문이라는 점에서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기업들이 성곡미술관을 지원한 기간 변 전 실장은 기획예산처 차관, 장관, 청와대 정책실장을 지냈다.
아이러니하게도 변 실장의 동기 박세흠 사장이 재임할 당시 대우건설은 창사 33년 만에 처음으로 시공능력 평가 1위 건설사로 올랐는가 하면 정치권 인사 루머로 노조와의 갈등을 겪으며 대한주택공사 사장으로 임명됐다. 아직까지도 뒷말이 무성하다.
대기업 관계자 검찰소환 의혹 풀릴 듯
신씨가 근무했던 성곡미술관을 후원했던 기업들은 하나같이 일상적인 문화예술 후원 활동이었다는 입장이지만 여러 가지 정황 때문에 검찰 소환 대상에 오르는 등 사태는‘쓰나미’처럼 번지고 있고 재계는 폭풍전야에 민감한 반응이다.
한편 이번 사건을 수사중인 서울서부지검은 이날 성곡미술관이 기업체들의 후원을 유치하는 데 외압이 있었는지 여부를 밝혀내기 위해 기업체 관계자들을 소환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종훈 fun@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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