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보험업계 부동의 1위 삼성생명이 상대적으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변액보험 시장과 관련, 심각한 고민에 빠져있다. 최근 들어 삼성생명은 변액보험 시장 확대 일환으로 보험설계사들을 중심으로 VIP고객을 위해 집중 ‘절세 컨설팅’을 펼쳐 편법 탈세를 조장하고 조세정의에 어긋난 행위를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변액보험은 고객이 낸 보험료를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한 뒤 그 수익률에 따라 보험금이 변하는 상품으로 보험 납입금의 납입과 인출을 자유롭게 할 수 있는 유니버셜 보험과 결합돼 보험업계에 널리 통용돼 왔다. 변액보험이 탈세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은 어제와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변액보험은 초기에는 외국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시장에 뿌리를 내린 이후 최근 증시 활황과 맞물려 올 하반기 전체 생보시장의 화두가 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관련 당국의 단속과 규제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쏟아지고 있다.
생명보험협회 통계에 따르면 삼성생명은 2005년 4월부터 올 3월까지 2006 회계연도 변액보험 수입보험료로 2조5228억원이었으며 시장 점유율은 21.9%에 달했다.
삼성생명은 변액보험 시장에서 지난 2002년도에는 64.1%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계속 점유율이 하락해 직전 회계연도인 2005년 31.0%로 하락했고 이번 회계연도에서 또다시 떨어진 셈이다.
선두자리 위협받는 삼성생명, 고심 끝에 선택
반면 생보업계 2위인 대한생명의 경우 변액보험 시장에서 2002년 3.5%에 불과했던 점유율을 지난해 19.0%로 끌어올리며 삼성생명을 바짝 따라붙었고, 변액보험 판매에 주력해 온 외국계 ING와 메트라이프도 각각 9.2%, 8.2%로 점유율을 높였다.
이러한 현상은 삼성생명이 2005년 변액유니버셜보험 중 적립형(저축형)의 판매를 중단하고 변액 종신보험과 변액 연금보험 관련 상품만을 판매한 이후 최근의 증시 활황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증시 수익률에 따라 움직이는 변액보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다른 보험사들도 적극적으로 영업강화에 힘썼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당시 적립형 판매를 중단한 것은 본래 상품취지와 달리 투자펀드 상품으로 오해가 있을 수 있고 국내 주식시장 여건 상 불완전 요소가 많은데다가 집단소송제 등에 노출될 수 있다는 점에서 판매를 중단한 것”이라고 밝혔다.
삼성생명은 최근 증시 활황으로 타 보험사들이 이 시장 점유를 높이고 있는 것에 대해 소속 설계사들의 불만이 많고 또한 상반기 중 역점을 둔 보장성 보험 상품 ‘당신의 보장자산은?’에 주력했으나 반응이 예상만큼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변액보험 시장에서 경쟁사의 약진으로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는 삼성생명은 임직원들에게 ‘특별 주문’을 하달했다는 후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생명 고위 관계자는 “회사가 변액보험 중 적립형 판매를 중단하는 결론을 내렸지만 최근의 증시 상황을 볼 때 당시 결정이 성급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며 “변액시장 확대를 위한 보완 상품과 마케팅을 수행하자는 목소리가 높다”고 말했다. 이러한 가운데 삼성생명은 최근 소속 설계사들을 중심으로 VIP고객을 대상으로 한 변액보험 마케팅 강화에 들어간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은 ‘VIP를 위한 절세전략’이라는 제목의 내부 교육문건까지 만들어 설계사들을 포함한 내부직원들을 대상으로 VIP고객들을 위해 절세를 넘은 탈세방법 컨설팅까지 동원해 영업을 강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생명 홍보팀 관계자는 “실제로 회사 차원에서 설계사들을 대상으로 상품교육을 하고 있으나 영업지침은 내리지 않고 있다” 며 “수없이 많은 내부문건이 쏟아지고 있어 그러한 내부문건이 있는지는 확인을 해봐야 알 수 있다”고 답변했다.
생명보험사들의 변액유니버셜 보험 관련 상품이 거액 자산가들의 증여·상속세 탈세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은 어제와 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1년간 주식형 펀드에 투자했던 변액보험의 경우 운용수익률이 최고 65% 달하고 있으며 특히 외국계인 메트라이프, AIG, ING 등은 이를 통해 국내 시장에 단기간 뿌리를 내릴 수 있는 원동력이 돼왔다.
변액보험은 대부분 10년 이상 유지 시 소득세가 비과세되는 장기상품인데다가 보험료 지급 명의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는 점이 탈세의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
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변액보험은 많게는 계약자로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고액의 보험료가 일시 납입된다는 점에서 설계사들에게 부여되는 수수료가 많고 계약자들에게도 탈세 유혹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맹점을 가지고 있다.
현재 삼성, 대한, 교보 등 보험사들은 VIP고객센터를 개설하고 있다. 고객의 대부분은 의사 등 전문직과 기타 거액의 자산가들로 이들이 가장 관심을 갖는 분야는 ‘상속증여’ 부분이다.
명의 세탁 등 변액보험은 탈세의 온상
변액보험을 이용한 탈세에는 계약자의 이름을 바꾸는 편법이 활용된다. 부모 명의로 보험 가입 후 자식이 직장을 구해 소득이 발생하면 계약자를 자식의 이름으로 바꾸는 방법이 가장 흔한 사례다.
또한 연금을 자녀의 생활비 명목으로 주면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고 자녀도 소득으로 보험료를 납부한 것처럼 위장할 수 있어 탈세가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도 악용되고 있다.
금융소득종합과세는 가구별 합산이 되지 않아 부인, 자녀 이름의 차명거래를 이용하면 4000만 원 기준을 비켜갈 수 있다.
금융감독원은 “우리나라에만 50만명에 달하는 변액보험가입자들에 대해 장기간 동안 추적하는 것은 사실상 난점이 있다” 며 “대안을 마련해 단속을 강화해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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