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그룹 유통업체 홈에버는 최근 보도자료를 통해 이달 초 32개 전체 점포에 대한 리뉴얼 작업을 완료했고 지난달 사상 최대 매출액을 기록하며 까르푸 인수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 했다고 밝혔다. 또한 홈에버가 유통업계 최초로 ‘직무급제’란 정규직화 방안을 발표했으나 노사 양측은 평행선만 달리고 있다. 왜 노사의 골은 깊어만 가는 걸까. 그 이면을 들여다봤다.
본지는 이랜드가 까르푸를 인수해 홈에버로 단장하는데 인수가와 리뉴얼 비용을 합해 2조원 이상 비용이 소요된다고 밝혀 왔다. 이랜드그룹의 유동성 위기 조짐도 사례를 들어 보도해 왔다. 이런 가운데 홈에버는 매출 증대와 비용절감에 사활을 걸고 있다.
홈에버 오상흔 사장은 까르푸를 인수한 지난해 9월 기자회견을 통해 2007년도 홈에버의 매출목표가 ‘3조5000억원’이라고 발표했다. 2005년 까르푸 매출 1조7000억원의 두배에 달하는 목표치다.
지난해 8월 한국기업평가는 홈에버의 올해 추정매출은 최대 2조3000억~2조5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다.
패션 브랜드 매출 계산법과 연장 영업시간
지난주 홈에버는 5월 2047억원의 매출액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약 40%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까르푸 당시 월 최고 매출 1790억원(2005년 7월)을 14%
정도 웃도는 금액이었으며 둔산점과 계산점이 5월 리뉴얼 작업으로 영업을 하지 못한 상황에서 괄목할만한 실적이라고 사측은 평가했다.
지난달 영업이익은 13억원을 기록, 지난해 4월 까르푸 인수 이후 처음으로 흑자전환했고 지난해 5월 189억원(전체 매출의 11.3%)에 그쳤던 패션 부문 매출도 올 5월 400억원(전체 매출의 20%)으로 두 배 이상 신장했다고 사측은 밝혔다.
본지 취재결과 홈에버의 매출 증대는 이랜드 그룹의 패션 브랜드들이 매장 내 직영 운영을 통해 매출이 직접 계상되고 동종업체 대비 매장 운영시간이 많기 때문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랜드그룹은 그간 공격적인 기업 인수와 합병을 통해 패션 사업에서 이랜드, 헌트, 리틀브렌, 로엠, 제이빔, 앙떼떼 등 운영 브랜드만 100여개를 넘고 있다. 이랜드는 지난해 패션사업에서 제일모직을 누르고 업계 1위에 올라서며 지각 변동을 일으켰다.
매장 한 관계자는 “까르푸 매장은 임대 운영에 따라 패션 매출이 매장 매출로 잡히지 않았으나 이랜드는 수많은 자체 브랜드들의 매출이 직접 잡히고 있다”고 말했다.
홈에버 사측 역시 “일부 임대 계약이 끝나지 않은 매장은 아직 홈에버 매출로 계상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부분에 대해 시인했다.
현재 홈에버 매장 영업시간은 대체로 오전 9시부터 다음날 새벽 1시까지로 여타 동종업체들에 비해 두 세 시간 정도 더 영업을 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롯데마트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1시 또는 12시(하절기 새벽 1시까지 연장)까지 운영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55개 매장 중 32개 매장에서 지하 매장을 하이퍼 매장으로 24시간 운영중이다. 출퇴근 시간의 유동성을 통해 법정근무시간인 8시간 노동은 대체로 준수하고 있다.
홈에버는 매출 증대를 위해 올 1월부터 4월까지 상암, 야탑, 면목 점 등 8개 매장에 대해 식품, 패션, 잡화 생활용품을 취급하는 지하 하이퍼 매장을 대상으로 24시간 시범 운영을 시도하고 5월부터 이를 전국 매장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세웠으나 최근 철회했다.
철회 전까지 이랜드 노조는 “야간근무와 새벽근무는 여성노동자들에게 더 해롭고 노동법에서도 여성노동자의 야간근무를 엄격하게 제한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강력 반발해 왔다.
홈에버 사측은 “시범 운영 결과 매출 대비 인력 과다 투입에 따른 인건비 상승과 전기요금 등 비용을 감안해 철회했다”고 밝혔다.
홈에버는 비정규직과 관련, 노조의 반발이 거세지자 매장 직원 3100명 중 2년 이상 근무한 약 1100명을 대상으로 선발 과정을 거쳐 직무급제를 적용한다고 밝혔다. 직무급제는 성격이 유사한 직무를 하나로 묶어 급여를 결정하며 고용보장과 근로조건은 정직원과 같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그러나 상여금이 지급되지 않는 등 차별이 드러나고 있다.
이에 대해 김경욱 이랜드 노조 위원장은 “비정규직법이 시행되는 7월부터는 비정규직도 정규직과 동일한 임금을 받아야 한다”며 “매장 직원들이 보는 포스터에는 ‘직무급제’의 급여제도에 대한 내용이 없지만 사내 공지에는 직무에 따른 급여제도로 별도 급여 테이블이 적용된다는 내용이 명시돼 이는 명백한 사측의 기만행위”라고 성토했다.
이어 직무급제는 입사지원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해서 제출하면 팀장과 점장이 추천하고 본사에서 면접해 채용하는 절차를 거치는 등 문제점을 지적했다.
홍윤경 이랜드 노조 국장은 “홈에버의 정규직 전환은 나머지 2년 미만 2000여 명의 비정규직원은 전원 해고하겠다는 셈”이라며 “사측과 의견을 좁히지 못한다면 뉴코아 노조와 연계한 투쟁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무급제 시행 끝없는 잡음
이에 대해 사측은 “직종 간 임금체계 차이는 법적으로 문제되지 않는다”며 “2년이 넘는 사람들의 공헌 등을 고려해 우선 배려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최근 신세계는 비정규직의 근무, 보수, 휴가, 의료비, 복리후생도 기존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결국 홈에버는 비정규직의 대량 해고, 정규직 전환 직원들의 ‘직무급제’라는 일반 정규 직원과는 다른 급여 체계를 적용함에 따라 노사 간 갈등의 골은 깊어만 가고 있는 것이다.
장익창 sanbada@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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