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다시피는 불로초 아십니까?”
“21세기 다시피는 불로초 아십니까?”
  • 이규성 
  • 입력 2005-09-12 09:00
  • 승인 2005.09.12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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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나 항공CF 모델로 각광받았던 탤런트 박주미씨는 지난 2002년 6월 ‘S탯줄은행’에 당시 갓 출산한 아들의 탯줄혈액(제대혈)에서 분리한 줄기세포를 보관 중이다. 아기의 탯줄혈액에는 적혈구·백혈구·혈소판 등 혈액세포를 생성하는 조혈모세포(Hemopoietic Stem Cell)가 다량 함유돼 있어, 골수이식을 보완 혹은 대체해 각종 난치성 혈액질환이나 유전성 질환을 치료할 수 있다. 비용이 100만원이 넘었지만 아들의 건강을 보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결심했다고 한다. 불과 3년 전만해도 이처럼 제대혈 보관은행은 연예인이나 극소수의 부유층을 상대로 한 생소한 비즈니스였다. 하지만 지금은 보관된 제대혈을 결혼할 때 혼수에도 포함시킬 정도로 유행하고 있다.

220억원의 주식평가액을 보유하여 코스닥 여성부호로 떠오른 양윤선 메디포스트 사장도 바로 제대혈 비즈니스를 통해 돈방석에 앉을 수 있었다. 인간은 몇 살까지 살 수 있나? 인명재천(人命在天)이라고 하지만 요즘 인명은 ‘각자 하기 나름’이다. 과학과 의료기술의 발달로 돈만 있으면 수명연장이 더 이상 꿈이 아닌 시대가 왔기 때문이다. 어떤 이는 70세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40대처럼 보이는가 하면 이제 50세가 넘은 사람이 70세처럼 아주 늙어 보이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사람마다 노화의 속도는 차이가 난다. 누구나 ‘천천히 늙고 오래 살고 싶어’ 하지만 누구든지 젊고 장수할 수는 없다. 그래서 최근에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관리하면서 오랫동안 젊게 살 수 있는 이른바 생로병사 비즈니스가 각광을 받고 있다. 해외진료중개 비즈니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탄탄한 중견기업을 경영해온 70대의 A사장.

그는 같은 또래 부인과 함께 25년간 일본의 성누가 병원을 오가며 건강검진을 받아왔다. 대장암에 걸린 부인의 수술도 일본에서 받았다. A사장은 환자에 대한 불친절, 무한정 기다려야 하는 진료대기시간, 검사 남발 등 국내 의료서비스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 때문에 수십 년간 현해탄을 건널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A사장은 요즘 잠 못 이룰 때가 많다. 특별한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고령이 되다 보니 눈, 귀, 심장, 갑상선 등 여러 가지 이상이 나타나며 노화가 급진전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모든 건강 기록이 일본에 있는데 저녁에 갑자기 응급실에 실려 가면 어떻게 하나.” A사장은 이 같은 걱정이 하루라도 떠나지 않았다. 고민하던 A사장은 해외진료중개업체인 E사의 문을 두드렸다. E사가 제공하는 ‘건강비서’서비스를 받기 위해서다. A사장의 건강비서는 바로 일본에 보관되어 있는 모든 건강검진자료를 가지고와 한글로 번역해 놓고 데이터베이스화했다. 만일의 경우 국내 의료진들이 이 자료만을 가지고도 불필요한 검사를 하지 않고 정확한 진료서비스를 실시할 수 있기 위해서다.

영문화도 했다. 혹시 미국의 유명 의료진에게 진찰을 받게 될 경우를 대비해서다. A사장의 예처럼 병적인 노화를 미연에 예방하고 질병에 대해 국내는 물론 해외의료진과 연결시켜주는 의료업체들이 생겨나고 있다. 아예 ‘무병장수’와 ‘노화방지’만을 진료과목으로 내건 클리닉도 강남을 중심으로 성행하고 있다. 압구정동에 위치한 M클리닉은 미국의 ‘크로노스’프로그램을 들여와 한국인의 실정에 맞게 재구성하여 돈 많은 부자들에게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유전자 암 검사, 호르몬검사, 생체나이 측정, 초음파 검사, 정밀 종합 진단이 가능하며 태반주사, 비타민요법, 호르몬치료, 스트레스치료, 면역요법, 해독요법 등 노화를 방지하는 각종 치료요법을 진행하고 있다. 특히 태반주사의 경우, 일부 부유층에서는 “10년의 시간을 되돌려 주는 마법의 약물”이라고까지 알려져 있다.

최근 강남을 중심으로 상류층의 중년 남녀는 물론이고 젊은 여성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피부의 미백효과와 탄력이 증가하고 기미치료에 도움이 되며, 기력이 떨어져 감기에 쉽게 잘 걸리는 이들의 증상을 완화시켜 주고, 간 기능 개선에도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한 탈모에도 뛰어난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것이 클리닉의 주장이다. 태반 주사는 1주일에 2∼3번씩 3개월 치료가 기초 프로그램이고, 그 후 상태를 보고 유지 치료를 하면 된다. 한번에 10만원이며 3개월 치료를 받으려면 500여만원이 필요하다. 이 병원의 원장에 따르면 “어느 정도 부를 축적한 50대 이후 사람은 얼마나 오래, 그리고 건강하게 살 수 있을지에 대해 모든 관심을 갖고 있을 정도”라면서 “보통 2~3개월에 걸쳐 300만~500만원이 들지만 젊어질 수 있다는 생각에서 관심을 많이 갖는다”고 말했다.

노화방지를 위한 클리닉은 앞서 ‘크로노스’프로그램말고도 프랑스에서도 들여온 ‘라 클리닉 드 파리 (LCDP)’프로그램과 토털안티에이징서비스(Total Anti-Aging Service)프로그램, 미국 팜스프링스 생명연장연구소의 노화방지 프로그램 등을 한국적인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여 시술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노화방지 클리닉에도 위험은 도사리고 있다. 노화방지에 대한 연구기간이 짧은데다가 제대로 검증이 되지 않아 인체에 대한 유해여부가 완전하게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일명 ‘산소주사’를 맞은 여인이 혈액응고로 사망하는 부작용 사례도 나왔다. 산소주사는 정확히 말하면 ‘H2O2’라는 과산화수소가 들어가 있는 약제를 주사로 몸에 투입하는 치료를 말한다. 한번에 10만원이며 15회 정도 주사할 경우 150만원이 드는 비싼 시술이지만 “주사를 맞으면 젊어진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최근까지 큰 인기를 모았던 것이다. 현재 산소주사에 대한 부작용사례가 불거지면서 보건복지부가 실태조사에 나선 상태다.


# 인간은 어떻게 늙나?

‘늙어 가는 것’, 즉 노화란 체세포의 기능이 전반적, 점진적으로 후퇴하는 상태이며 죽음이란 세포 기능의 정지를 뜻한다. 따라서 세포 내 소기관에 손상을 초래하는 요인은 모두 노화의 원인이 된다. 수명을 연장하고 노화를 막기 위해선 먼저 노화의 원인을 알아야 한다. 대표적인 이론으로 유해산소 이론, 내분비계의 노화 등을 꼽을 수 있다. 노화이론 가운데 유해산소 이론이 가장 주목받고 있다. 몸의 기능을 유지하는 데 필수적인 에너지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산화과정의 부산물로 생성되는 것이 유해산소다. 유해산소는 우리 몸의 중요한 세포막이나 염색체, 단백질 등을 변형시키고 궁극적으로는 손상을 준다. 노화현상은 물론 암, 동맥경화증, 백내장, 치매, 심장병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질환들이 유해산소의 과잉 생산으로 생긴다.젊은 시절에는 어느 정도의 유해산소가 발생해도 인체에서 스스로 SOD(Superoxide Dismutase), 카탈라제(Catalase)와 같은 물질이 분비되어 유해산소를 없애 주지만 40세를 넘기면서 이들의 생성도 점차 줄어들게 되어 더 이상 세포를 보호하기 힘들어지며 노화가 진행된다는 것이다.

다음은 내분비계의 노화다. 내분비계의 노화는 20대 말에서 30대 초반에 이미 시작이 된다. 그러나 이 시기에는 감소 정도가 미미해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40세나 50세 이전까지는 잘 느끼지 못한다. 여성의 경우 난소의 기능이 떨어져서 폐경이 오고 남성의 경우는 여성처럼 급격하지는 않지만 매년 남성호르몬이 조금씩 감소하면서 갱년기가 온다. 또한 성장호르몬의 경우 20대 이후에 매 10년마다 14.4%씩 감소하여 60대 이후에는 20대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 성장호르몬의 결핍은 노인에게 뇌경색의 위험을 2배 정도 증가시킨다. 또한 많은 이들이 고민하는 나잇살도 바로 이들 호르몬의 감소 때문이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똑같이 먹고 똑같이 움직여도 체중이 저절로 늘어나고, 특히 얼굴과 팔다리의 살은 빠지면서 유독 뱃살만 늘어나는 이유도 바로 여성호르몬과 성장호르몬의 감소에 기인한다. <도움말=최재호 미퍼스트 원장>

이규성  bobos@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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