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쳐나는 ‘오일머니’…중동 활황 ‘신호탄’
넘쳐나는 ‘오일머니’…중동 활황 ‘신호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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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06-03-29 09:00
  • 승인 2006.03.29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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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프만 국가들이 벌어들이는 석유 수입은 1998년 61억 달러에 불과하였으나 이젠 연간 3,000억 달러로 껑충 뛰어 올랐고 그 대부분의 수입을 사우디가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9·11테러로 인해 미국에 투자됐다가 중동에 다시 돌아온 자금이 약 1,000억불로 추정되고 있어 지금 중동에는 오일달러가 넘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 같다. 바야흐로 제 2차 오일붐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사우디 경제개발회사(SEDCO)의 CFO인 ‘살렘 바레이스’는 “지난 2004년부터 사우디 등 중동지역에 두 번째 오일 붐이 조성됐다며 원유가격 급등에 따른 이익뿐만 아니라 미국을 빠져나온 뭉칫돈들이 유입되면서 중동지역엔 유동성이 넘쳐흐르는 상황”이라고 밝히고 있다.

증시 900% ‘폭등’

사우디는 오일머니가 넘쳐흐르면서 증시가 4년 전에 비해 700% 폭등했다. 증시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치솟으면서 오래된 건물을 헐고 새로운 빌딩을 올리는 작업이 한창이다.사우디는 지난 90년 걸프전쟁으로 많은 군사비가 지출되는 동안 사회 간접자본 투자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그간 중동 정세가 불안하게 전개되면서 국가에서 군비증강에 모든 힘을 기울여왔지만 이젠 일차적인 군사비 지출이 마무리 된 상황으로 군비 확충이 어느 정도 끝난 만큼 앞으로는 석유정제시설과 공항시설확충 등 사회기반시설에 많은 투자를 할 것이라고 사우디 경제 전문가들은 예상하고 있다.

그리고 쿠웨이트도 최대 원유생산 능력(일산 270만 배럴)의 거의 전부를 생산하면서 5년 연속 흑자재정을 유지하며 지난해 110억불의 흑자를 내었고, 이중 10%를 차세대 기금으로 적립하고 있다 한다.앞으로 쿠웨이트는 인근 중동국과 CIS국가 등 대규모 배후시장을 대상으로 한 중계 무역기지 역할 수행이 가능하다고 보고, 과거 무역 중심지로서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 의욕적인 개발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한편 UAE는 두바이를 관문으로 하여 과감한 개방 정책으로 중동인근 부호들의 투자자금이 몰리면서 중동의 금융 센터로 부상하고 있다.두바이에서 추진되고 있는 개발 자금은 UAE 자체 오일머니도 있지만, 대부분은 중동 인근국의 부호들이 투자하고 있는 자금들이 몰려오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2005년 해외 건설 수주액은 108억 5,927만 달러로 이중 중동은 23억 6,358만 달러였으나, 2006년에는 전체 해외 건설 수주액이 140억 달러로 전망되며 이 가운데 65%가 중동 물량이 차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지난 연말 국무총리를 단장으로 한 중동 5개국 순방단에 참여한 기업인에 의하면 “오만의 산업단지 한곳에서만 발주 물량이 30억 달러에 달하고, 중동에 흘러 다니는 오일 달러만 2조 달러이며 향후 10년간 중동에서 발주될 물량이 1조 달러에 달한다”고 하였다.세계 각국의 기업인들이 중동으로 몰려들고 있다. 모두들 21세기의 중동 특수에 제외되지 않기 위해서이다.

석유고갈 대비…산업 다변화 마련

지금 중동은 고유가 덕분에 대규모 건설 붐과 플랜트 발주가 이어지고 있는데 두바이로 대표되는 UAE를 비롯하여 사우디, 쿠웨이트, 카타르, 오만이 ‘공사판’이라고 할 정도로 아라비아반도는 들썩거리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향후 5년간 7,000억 달러를 대규모 프로젝트에 투자할 것이라는 통계도 나왔다.UAE가 아부다비 국제공항, 항만확장, 인공 섬 건설 등에 2,214억 달러를, 카타르가 가스전 개발과 스포츠 산업 등에 1,026억 달러를, 사우디가 석유화학산업에만 1,461억 달러를, 이라크와 이란이 앞으로 5년간 각각 1,000억 달러 이상을 투자한다고 한다.

두바이 상공회의소 우바이드 알타이르 회장은 중동의 대규모 사업 발주에 대해 “단순히 오일머니를 쓰려고 하는 것으로 보면 곤란하다. 중동 산유국들은 석유 고갈에 대비해 중장기 산업 다변화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나라마다 다르지만 우리는 석유가 아니라 서비스 산업에 역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지난 2월 13일자 월스트리트 저널은 아시아, 중동, 라틴아메리카기업들이 유럽 기업들을 인수하는데 42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보도했다. 이는 2004년보다 2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며, 미국 기업 인수에만 140억 달러가 투자(2000년 100억 달러)되었다 한다.지난 2월 18일 영국의 항만운영 업체가 아랍에미리트 국영회사 ‘두바이포트월드(DP World)’에 68억 달러에 매각되었고, IBM의 PC 부문도 중국에 인수되었다.

과거 선진국 기업의 먹잇감이었던 개도국 기업들이 거꾸로 해외기업 인수에 나서고 있는 것은 풍부한 자금을 바탕으로 M&A를 활용, 글로벌 경쟁에 뛰어들고 있기 때문이다.서구 투자자들이 증시에 몰리고 있지만, 개도국들은 풍부한 자금을 해외기업 인수에 투자하고 있으며 특히 이들 기업들은 산업 다변화를 추진하는 자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어 앞으로 산유국들의 해외 기업인수는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중동 산유국들은 장래 다가올 석유 고갈에 대비하여 중장기 산업다변화를 위한 프로젝트를 미국 등 선진국 연구기관에 의뢰해 새로운 장기적인 투자 전략을 모색하고 있다고 하였다.이는 필자가 지난 12월말 사우디, 쿠웨이트, 두바이를 방문하였을 때 정부 고위인사들이 설명한 내용이다.대부분의 산유국들은 석유 수입금을 일률적으로 일정 비율 비축을 하고 있으며 이 자금으로 석유 고갈 이후를 대비하여 외국 기업을 매수하려 한다며 한국의 유망한 기업들을 소개해 달라 하였다.

경제 우선하는 시대 도래

나는 오일 달러의 위력을 실감하였다. 그리고 이제 중동 진출도 예전처럼 왕족이나 정권과의 연줄로 사업을 따거나 대충 대충하던 시대는 지났다.중동국가들도 이제 정치나 종교의 틀에서 벗어나 경제의 효율성을 중시하고 있고 여성의 사회참여를 늘리고 서구와의 교류를 확대하면서 경제를 우선하자는 것이 대세이다.외국의 감리 회사를 동원해 입찰업체를 철저하게 분석하고 사후감사도 꼼꼼히 한다며 중동이 뜨는 이유를 가볍게 보아서는 안 되며 중동국가들이 오일머니를 쉽게 벌었다고 외국기업들이 이를 쉽게 챙겨가겠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라고 외국 컨설턴트들은 지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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