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그룹이 유통 강자로 등극했다. 롯데는 유통사업 부문에서 총매출 기준 1위 자리를 신세계로부터 탈환했다. 신세계가 지난 5월말 월마트를 인수한 효과로 롯데를 추월한지 2개월만의 일이다. 롯데는 여세를 몰아 TV홈쇼핑업체인 우리홈쇼핑을 인수하여 부동의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 모든 프로젝트를 진두지휘를 하고 있는 브레인이 롯데그룹 신동빈 부회장인 것으로 알려져 화제이다. 경영자로서 확실한 경영실적을 보여주지 못했던 신 부회장은 롯데쇼핑 상장이후 거침없는 행보를 통해 유통업계의 뉴 리더로 거듭나고 있다.
롯데그룹이 백화점(롯데백화점)-할인점(롯데쇼핑)-홈쇼핑(우리홈쇼핑) 등 삼각 편대를 통해 부동의 유통 최강자를 꿈꾼다.
지난 5월 신세계에 내준 1위 자리 2개월만에 탈환
지난 5월말 신세계가 월마트를 인수하면서 롯데는 2위로 추락했다. 불과 2개월만에 공격적인 마케팅 활동을 통해 1위 자리를 재탈환했다. 이러한 여세를 몰아 TV홈쇼핑업체인 우리홈쇼핑을 인수하여 부동의 유통업계 1위 자리 굳히기에 들어갔다. 지난 8월 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롯데가 우리 홈쇼핑을 인수하면 지난해 말 기준 총매출은 10조4,516억원이다. 이는 신세계의 10조412억원보다 4,104억원 많은 규모로 산출됐다. 롯데는 지난해 롯데쇼핑에서 8조9,632억원의 총매출을 올린 것을 비롯해 롯데미도파 2,988억원, 롯데역사 6,413억원 등 유통사업에서 9조 8,946억원의 총매출을 기록했다. 여기에 인수 예정업체인 우리홈쇼핑 5,570억원을 더하면 10조 4,516억원이다. 또한 슈퍼와 편의점, 인터넷 쇼핑몰 등을 포함시키면 총매출은 11조7,000억원대로 확대된다. 업계에선 신세계가 추가적인 M&A나 공격적인 마케팅을 보여주지 못하면, 롯데가 부동의 유통업계 1위 자리를 고수할 것으로 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규모의 경제가 다가 아니다. 하지만 유통 사업에서 규모는 매우 중요한 요소인 것만은 사실이다. 덩치에 걸맞게 이익의 질을 높이는데 중점을 두고 사업을 펼쳐나갈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유통업계 부동의 1위 자리 지키기 전략
롯데가 유통 사업에서 부동의 1위를 지키기 위해선 남은 숙제가 있다. 우선 지난 2일 경방과 계약 체결한 우리홈쇼핑 인수에 성공해야 한다. 문제는 만만치 않다. 우리홈쇼핑에 눈독을 들였던 2대주주인 태광산업이 어떤 입장을 보이느냐이다. 태광은 여전히 우리홈쇼핑을 인수한 롯데에 협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편으로는 태광 측이 시간이 지나면 롯데와 협조에 합의할 가능성에 대해 조심스러운 전망이 나오고 있다. 우선 우리홈쇼핑 지분 46%를 가진 태광이 1대주주인 롯데와 협조하지 않을 경우 지분 보유만으로는 연말 배당소득을 기다리는 것 외에 경영권에 참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또한 롯데가 막강한 자금력을 바탕으로 다른 SO인수와 제휴를 적극적으로 모색할 경우 태광 측으로도 난처한 입장에 빠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롯데와 태광이 극적인 타협점을 찾을 것이라는 설들이 설득력을 갖고 있는 것이다. 특히 롯데가(家)와 태광가(家)는 사돈 관계라서 모종의 합의가 이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롯데 관계자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대비한다는 게 회사의 기본 입장”이라며 “지금은 뭐라 말할 수 있는 단계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롯데로선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슈퍼 홈쇼핑을 아우르는 ‘유통 수직계열화’를 이루기 위해서도 홈쇼핑 진출에 중요한 의미가 있다. 이런 상황 때문인지 신 회장은 우리홈쇼핑 인수 작업을 진두지휘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주간사 선정부터 경방 측과의 접촉까지도 신 회장은 국내에 들어오는 홀수 달을 통해 비밀리에 진행해 왔다는 것. 그간 잇단 M&A 실패로 궁지에 몰린 신 회장이 경방의 요청을 받아 구원투수로 등판한 게 아니냐는 분석이다. 2004년 롯데 경영기획실장으로 취임하면서 출범한 신동빈 체제는 이후 해태제과와 진로 인수 실패에 이어 한국까르푸 인수 불발, 경쟁 업체인 신세계의 월마트 코리아 전격 인수 등으로 궁지에 몰려왔다. 이번 우리 홈쇼핑 인수를 통해 그간 실패를 한방에 씻어 버리고, 경영자로서 경영능력을 보여준 셈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2004년 KP케미칼을 1,785억원에 인수한 이후 굵직굵직한 인수합병 경쟁에서 잇달아 고배를 마셨다. 실제 2004년 해태제과 인수전에서 크라운제과에 밀렸고, 2005년 진로 인수전에서는 하이트맥주에 덜미를 잡혔다. 올해 들어서는 유통업계 최대 M&A매물이었던 까르푸마저 이랜드에 내주면서 ‘까다로운 식성의 3전3패’라는 불명예스런 별명을 얻기도 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리홈쇼핑을 인수함으로써 롯데그룹은 그 동안 꿈꿔왔던 홈쇼핑 사업 진출의 꿈을 이뤘다. 특히 2004년 이후 인수합병 경쟁에서 ‘종이 호랑이’로 전락해 온 과거를 말끔히 털어내게 됐다.
롯데의 거침없는 M&A시장 행보‘다음 먹이감은 어느 기업?
신동빈 부회장은 올 들어 제과, 음료, 유통부문에서 소규모 인수합병을 진행했다. 그룹 계열사간 시너지 극대화와 함께 세계시장 진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겨냥해 왔다. 또한 그룹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기 위한 신사업 진출을 위해 대한통운, 에스오일 등 대형 M&A경쟁에도 뛰어든 상태다. M&A업계에선 롯데가 롯데쇼핑 상장을 통해 막대한 자금을 가지고 앞으로 어떤 먹이감을 노리고 있느냐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경호 news002@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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