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는 현역인 박원순 서울시장에 박영선, 우상호 의원이 도전함으로써 맹숭맹숭하게만 흐를 것 같았던 이번 서울시장선거가 겉으로 보기에는 빅 매치가 성사된 듯싶다.
안철수 후보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박 시장이 7년간 하지 못한 일을 4년 더 임기 보장받는다고 할 수 있겠나. 이제 박시장은 필요한 변화를 만들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자신의 과오에 대하여 사과하지 않고, 염치없는 것이 안철수 후보의 특기이기는 하지만, 나가도 너무 나갔다는 생각이다.
박 시장이 그 정도의 능력밖에 가지고 있지 못한 사람이라면, 자신이 당대표를 할 때 그에게 서울시장 공천을 주어 4년이나 더 허송세월을 보내게 한 것에 대해 서울시민들에게 먼저 사과해야 하는 것 아닌가?
또한 당내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경쟁을 하면서 박원순 시장에게 그토록 구애를 한 것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닌가? 그가 정치적으로 성공하지 못하는 근본적인 원인은 바로 이런 것에 있다는 생각이다.
박원순 시장은 4년 전 지방선거에서 안철수 당대표에게 공천을 받아 서울시장에 당선됨으로써 두 사람 간의 공적인 채무관계는 이자까지 쳐서 갚아준 것이 되었다. 안철수 후보의 탈당으로 두 사람 간의 공적인 관계도 끝나게 되었고, 안철수 후보의 서울시장 출마로 두 사람 간의 사적인 인연도 자연스럽게 정리되었다. 안철수 후보가 두 사람 간의 관계가 더 구차하게 흐르는 것을 막을 사람은 안철수 본인임을 깨닫지 못할 정도로 우둔한 사람은 아니지 않는가?
배종찬 리서치앤리서치 본부장이 여론조사 전문가로서 쓴 칼럼에, 안철수 전 대표가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3개의 산을 ‘40대 표심’, ‘보수층 표심’, 그리고 ‘자영업·가정주부층 표심’이라고 했는데, 몰라도 한참 모르는 소리다. 안철수 후보는, 예전 김병조라는 개그맨이 만들어 낸, “먼저 인간이 되어라!”라는 유행어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에서부터 선거운동을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자유한국당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서울시장 출마는 보는 관점에 따라 희극처럼 보이는 면이 없는 것은 아니나, 필자는 자유한국당이 만들어 낼 수 있는 최고의 역작이 아니었나 싶다. 과거에는 누구나 탐을 내던 서울시장 후보 자리가 지금은 누구도 꺼리는 자리가 되었다는 것이 자유한국당의 비극이라면, 김문수 전 경기지사의 서울시장 출마는 그야말로 선당후사(先黨後私)의 결정체이기 때문이다.
그가 진정으로 서울시의 발전과 서울시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 서울시장이 된다면, 그가 대통령에 도전하기 위하여 경기지사에서 대구로 지역구를 옮겨 총선에 출마하고, 이번에는 또다시 대구를 버리고 서울시장에 도전하게 된 것이 어느 정도 용서될 수도 있을 것이다.
또한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후보 단일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면, 청와대의 독주를 허용하며 일방적으로 끌려가고 있는 야당으로서는 일대 전기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더불어민주당은 박원순 시장이 우여곡절은 있겠지만 서울시장후보가 되는 것에 크게 문제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본선은 다르다. 박원순 시장에게는 서울시장이 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3개의 산이 있다.
첫 번째 산은 ‘미세먼지’이고, 두 번째 산은 ‘야권후보단일화’이며, 세 번째 산은 ‘여당 후보’라는 핸디캡이다. 서울시장 선거가 더욱 흥미를 갖게 하는 이유이다. 박원순-김문수-안철수, 세 사람의 정치생명을 건 싸움을 보고 싶다.
이경립 ilyo@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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