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 물리는 진실게임 …누구 말이 진짜?
물고 물리는 진실게임 …누구 말이 진짜?
  • 박혁진 
  • 입력 2007-04-12 09:51
  • 승인 2007.04.12 09: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SK케미칼 국세청법정공방 제2탄
국세청과 SK케미칼이 벌이는 법정공방(본지 675호 18면)은 동신제약의 전임원들끼리 벌이는 ‘진실게임’ 양상을 띠고 있다.
국세청이 소송을 제기한 것이 동신제약 전대표인 김세현 대표가 진정서를 제출해서 시작된 것이고, 소송당사자인 SK케미칼의 현임원들 중에는 김 전대표와 대립각을 세우는 전 동신제약 임원들이 재직 중이기 때문이다. 이들은 법정공방에서 전면에 나서고 있지 않지만 그 누구보다도 이번 재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번 소송의 핵심은 구상권이 존재하느냐이지만 이를 판단하기 위해서는 동신제약이 부도가 났던 98년 당시의 상황과 동신제약이 거대제약회사로 발돋움할 수 있었던 배경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거슬러 올라가다보면 김세현 전대표와 현 SK케미칼 임원으로 재직하고 있는 전 동신제약 임원들간의 진실공방이 얽혀있다.

특히 김 전대표는 SK케미칼에 대해 “과거 동신제약이 알부민 제조로 비자금 조성에 관여했던 담당자들을 그대로 SK 케미칼의 임원으로 받아들였다면서 이익을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대기업의 전형적인 모럴해저드”라고 비판했다.

SK케미칼도 이번 소송이 김 전대표와 깊이 관련 있다고 판단하고 가장 먼저 김 전대표의 이력을 문제삼고 있다.

이번 소송이나 SK케미칼의 도덕성과 관련한 김 전대표의 주장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김씨는 이미 동신제약 경영과정에서 사기·횡령 등의 혐의로 구속된 적이 있는 사람”이라며 그의 도덕성을 걸고 넘어졌다. SK케미칼측은 또한 “김씨가 자신의 주장에 신빙성을 더하기 위해 언론에 자신이 미국의 명문사립대를 나온 이력을 부각시켰으나 사실 확인 결과 이는 거짓”이라고 말했다.

그는 “김씨가 나왔다는 미국의 브랜다이스 대학에 직접 문의해본 결과 김씨가 이 대학을 졸업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또한 SK측은 “김씨가 국세청과 SK와의 소송에서 SK가 승소할 경우 동원산업의 과점주주였던 자신이 세무상 부담이 커질 우려가 있기 때문에 ‘외곽 때리기’를 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즉 이번 소송이 김세현 전대표 자신과 어떤 식으로든 연관이 돼 있기 때문에 소송 당사자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것.

그러나 김 전대표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김 전대표는 “내가 사기·횡령 혐의로 구속된 것은 모두 동신제약의 전임원들이 의도적으로 음해·조작한 것”이라며 “그들의 주장대로 내가 회삿돈을 개인적으로 가로챘다면 법원판결에서 이와 관련된 추징금이 부과됐어야 하는데 어떠한 금전적인 책임도 지지 않았다”고 강하게 반박했다.

오히려 SK케미칼로 영입된 임원들이 회사를 차지하는 과정에서 계획적으로 자신을 곤경에 빠뜨렸으며, 이를 위해 노조관계자들을 돈으로 매수
하는 등 부도덕한 전횡을 일삼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김 전대표는 “SK케미칼 측이 주장하는 학력위조는 말도 안 된다”며 “이것은 분명한 사실인만큼 명예훼손 등으로 법적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10년 전의 악연

김 전대표의 주장에 등장하는 SK케미칼에 재직 중인 동신제약 출신 임원은 모두 2명이다.

한 명은 A전무로 동신제약의 공장장 출신이며 다른 한명은 B상무로 동신제약의 기획관리실장이었다.

김 전대표는 이들이 모두 동신제약 전사주였던 유영식씨의 측근이며 이들이 회사에서 자신의 지배력을 유지하기 위해 제약업에 ‘문외한’이었던 자신을 동신제약 인수에 끌어들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리고 이 배경에는 당시 알부민을 통해 비자금을 조성하던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외부인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다.

실제로 동신제약은 녹십자와 함께 적십자로부터 헌혈을 공급받아 알부민을 생산했던 두 기업중 하나이며 이를 바탕으로 성장을 이뤄낸 회사다.

김 전대표는 “어느 순간부터 알부민 생산과정에서 유영식 전회장을 비롯한 측근들은 막대한 비자금을 조성하기 시작했으며 이를 통해 개인의 욕심을 채우는데 사용했다”며 “그 주역들이 고스란히 SK케미칼의 임원 자리 중 하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경과를 보면 이렇다.

김세현 전대표는 지난 98년 10월 동신제약과 계열사인 동원산업개발을 전회장이던 유영식씨로부터 인수했다.

그의 주장대로라면 제약업계와는 전혀 연관이 없던 자신이 인수에 참여하게 된 것은 당시 자신이 IMF로 위기에 처한 쌍용정보통신의 부분적 M&A를 성공시켰다는 소문을 듣고 B상무가 자신에게 접근했다는 것이다. 이때는 동신제약이 부도가 난 지 45일 정도 지난 시점이었으며 회사 측은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었다.

김 전대표가 인수하기 바로 전에 법원은 동신제약 측에서 법정 관리인으로 임승규(당시 전무)를 신청한 것을 기각하고 외부인이었던 양영대를 법정 관리인으로 임명했다.

김 전대표는 “A전무나 B상무 등 동신제약 임원들이 자신들 쪽 사람이었던 임씨를 법정관리인으로 세워 그 동안의 비리를 감추려 했으나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새로운 사람을 세우는 바람에 자신들의 비리가 드러나는 것이 두려워 새로운 인수자를 찾아 법정관리취하 신청을 할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 모든 과정에서 유영식 전대표도 이들과 깊숙하게 연관돼 있었다는 것이 김 전대표의 주장. 한편 법정관리를 취하하는 과정에서 B 상무는 2,500만원을 주는 조건으로 노조 간부로 하여금 허위진술을 하게했다.

결국 김 전대표는 유씨가 소유하던 동신제약 지분 10.5%와 동원산업 지분 100%를 인수했으며 계약조건으로 동신제약의 부채 382억원도 떠안기로 했다. 이 때까지만해도 김 전대표가 유씨로부터 주식을 인수하기는 했으나 법적으로 대표이사 자리에 오르지는 않았다.


엇갈리는 주장들

김 전대표가 회사를 인수하기로 한 조건부터 양측의 말이 엇갈린다. A나 B는 김 전대표가 외자유치를 통해 회사를 정상화시킨다는 조건으로 회사를 인수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김 전대표는 당시 B가 먼저 외자유치를 도와달라고 했으며 알아본 결과 이는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분명하게 줬다는 것. 이에 대해 김 전대표는 “만약 두 사람의 말이 사실이라면 유 전회장이 회사를 넘길 당시 계약서에 명시돼 있거나 직원들에게 보내는 사과문에 이같은 내용이 나와있을텐데 이러한 내용은 전혀 나와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당시 계약을 하는 자리에 동신제약 측에서는 몇 명이 나온 반면 자신은 혼자였기 때문에 외자유치는 이들의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두 사람 간에 맺어진 계약서를 확인한 결과 외자유치에 대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다.


‘외자유치’를 둘러싼 진실

김세현 전대표가 주주총회를 통해 대표이사에 취임한 이후에도 A 전무, B 상무와의 갈등은 계속됐다. 결국 김 전대표는 두 사람을 해임했고, 두 사람은 김 전대표를 사기 및 횡령, 배임 등의 혐의로 김 전대표를 고소했다.

결국 두 사람은 대표이사와 전무이사로 동신제약에 복귀했고 이후 SK케미칼과의 인수, 합병 작업이 이뤄진 것.

김 전대표는 “국민의 피로 비자금을 조성한 주역들은 이후에도 부도덕한 방법으로 회사를 차지했다”며 “SK케미칼은 이러한 과정들을 모두 알고 있었을텐데도 임원으로 이들을 앉힌 것은 대기업의 모럴해저드”라고 비판했다.

기자는 사실 확인을 위해 두 임원과 접촉을 시도했으나 SK케미칼 측은 “모든 언론 접촉은 홍보실을 통해 이뤄진다”며 난색을 표했다.

묘하게도 이번 취재 시점 즈음에 B씨는 SK케미칼 상무직을 내놓고 회사를 그만둘 의사를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안에 대해 SK케미칼 측은 이들을 영입한 것이 무슨 문제가 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회사를 인수할 때 관련임원들을 영입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동신제약 비자금 사건은 무엇?

알부민은 혈액 중 혈장만을 따로 뽑아 만든 혈액성분 제제다. 혈액대체제로 사용되기도 하고 최근에는 건강한 사람들도 이 알부민을 맞는 등 일종의 ‘영양제’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 수요도 막대하다는 뜻이다. 국내에서는 SK 케미칼과 녹십자만이 생산한다. 두 회사는 30년동안 대한적십자로부터 혈액을 공급받아 독점 생산해왔다. 동신제약은 이 알부민 때문에 크게 홍역을 치렀다. 이 사실 역시 회사가 부도나면서 드러났으며 유영식 전회장이 계속해서 회사를 경영했다면 여전히 드러나지 않았을지 모른다.

동신제약 비자금 사건이란 제약회사 측이 적십자로부터 공급받은 혈액으로 알부민을 만들 때 일정부분 순도가 넘으면 식약청으로부터 ‘알부민’허가가 난다는 점에 착안해 순도 100%가 아닌 그 이하 알부민으로 정해져 있는 생산량을 생산하고 남는 것으로 초과 생산해 이를 비자금으로 만드는 것이다. 동신제약은 매해 10%를 초과 생산해 이 양에 대해서는 무자료 현금거래를 통해 자료를 누락시켜 비자금을 조성하는 것이다.

유영식 전회장은 비자금을 조성해 가로챌 목적으로 1996년 12월 알부민 1,500병을 판매한 대금 1억1,220만원을 빼돌리는 등 98년 10월까지 12차례에 걸쳐 총 6억9,2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지난 2003년 경찰에 구속됐다.

그러나 유 전회장 이후에 회사를 인수한 김세현 전대표는 “실제 조성한 비자금 금액은 더 막대한 수준”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박혁진  phj1977@dailysun.co.kr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