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약 43억원 최고, 사외이사는 1억
‘대기업 임원은 얼마나 받을까’ 샐러리맨이 임원에게 가장 먼저 갖는 궁금증이다. 로또 당첨금을 웃도는 연봉과 주식 배당금을 받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기업
임원들의 자세한 연봉은 알려진 바 없다. 기업의 연간보고서에 사내 이사들의 평균 보수액만 공개될 뿐이다. 이마저 공개를 꺼리는 대기업도 있다. 소득 신고를
담당하는 국세청도 대기업 대표이사의 소득자료 공개를 꺼리고 있다. 때문에 일부에서는 투명한 경영을 위해서는 기업 스스로가 임원들의 보수를 밝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본지는 공개된 대기업 사업보고서를 통해 임원들의 소득을 집어본다.
상장기업은 주주총회를 통해 임원보수를 승인받고 총액만을 사업보고서에 명시하고 있다. 공개되는 사항은 임원별 보수가 아닌 임원보수 총액과 임원들의 평균 보수뿐이다.
게다가 일부 대기업들은 주주총회를 통해 임원보수가 결정됐다는 내용만 명시하는 등 임원들의 보수 총액도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선진국 기업들은 우리와 상반된 모습이다.
연봉제가 정착된 미국에서는 임원의 보수와 보수 책정 기준·절차를 의무적으로 공시토록 하고 있다. 일본도 임원보수를 공시토록 하고 있다.
임원 보수 공시의 배경은 소액주주라도 각 임원들이 실적에 맞게 합리적인 보수를 받고 있는지 확인할 권리가 있기 때문이다.
삼성 윤종용 부회장 50억 초과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국내 10대 기업의 임원들 평균 보수는 얼마나 될까. 기업규모에 맞게 삼성전자가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삼성전자의 200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주주총회가 결정한 사내외 이사에게 지급할 수 있는 보수 총액을 600억원으로 승인했다.
사내이사 6명의 보수 지급총액은 256억원으로 국내 기업 중 가장 많다. 사내이사들이 1인당 43억원의 연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의 사외이사들도 억대의 보수를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사업보고서의 사외이사 7명의 1인당 평균보수는 1억원이다.
사업보고서는 ‘지급총액은 실지급 기준으로 충당성 인건비 제외 기준’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윤종용 삼성전자 대표이사는 자사 주식 10만주를 보유하고 있어 회사수익에 따라 결정되는 주식 수입까지 합하면 50억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학수 대표이사도 10만주의 자사 주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자동차 사내 임원들의 연 평균 보수는 23억2,400만원에 이른다. 현대자동차는 지난해 사내 임원 3명에게 보수 지급총액 69억4,200만원을 지급했다. 또 감사위원회 위원과 사외이사에게는 1인당 연 평균 7,700만원을 지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주총회가 승인한 보수 총액은 100억원이다.
국민은행은 지난해 사업보고서를 통해 사내이사 3명의 연간 보수 총액과 이사회 활동 평가 결과를 공개했다.
국민은행 사내 이사의 1인당 연 평균 보수는 10억8,100만원이다. 사외이사 5명에게도 1인당 평균 6,500만원을 지급했으며 감사위원회 위원 5명에게는 평균 2억2,100만원을 줬다.
주주총회의 보수 승인금액은 80억원이다. 게다가 국민은행은 지난해 이사회 활동 자체평가 결과, 7.7점(10점 만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포스코의 임원 보수가 국민은행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포스코의 2006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임이사 6명의 연 보수총액은 41억5,6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KT, 회의 1회당 1백만원
상임이사들이 1인당 평균 6억9,300만원의 현금을 받은 셈이다. 사외이사 15명은 보수 총액이 5억5,600만원으로 1인당 평균 6,200만원을 받았
다.
포스코 주주총회가 승인한 이사 및 감사위원회 위원들의 보수 승인액은 60억원이다.
KT는 지난해 사내이사 3명에게 연 보수로 18억2,200만원을 지급했다고 사업보고서를 통해 공시했다. 상임이사들이 1인당 6억7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셈이다. 또 상임이사에게 지급된 보수는 기본급과 성과급을 포함한 금액이라고 덧붙였다.
KT는 상임이사를 제외한 사외이사 8명에게도 회의 1회 참석당 100만원의 참석실비와 월 400만원의 업무 활동비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KT 주주총회가 승인한 임원 보수 총액은 35억원이다.
SK텔레콤은 현재 국내 유가증권시장의 시가총액 7위를 달리고 있지만 임원들의 연 평균 보수는 3억7,000만원으로 경쟁업체와 비교해 초라하다.
이는 SK텔레콤이 사업보고서를 통해 사내외이사들의 총급여액수만 공개했기 때문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SK텔레콤 사내외 이사 12명의 연간 보수는 44억7,200만원이다. 하지만 총급여액에 사외이사가 포함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사내이사의 연 보수는 표면에 나타난 액수를 크게 웃돌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임원에게 지급된 퇴직급여는 9억3,500만원에 이른다. SK텔레콤은 임원 8명에게 자사 주식 1만5,000여주를 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일부 기업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공개된 사업보고서에서 임원 보수 부분을 누락 해 공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대기업들은 임원별 보수 공개는 개인 신상정보 보호를 침해할 우려가 크다는 입장이다.
경영자 단체들도 임원들의 개별 보수 공개는 샐러리맨들의 임금 인상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며 공개 입장에 강경한 반대의 뜻을 밝히고 있다. 이는 임원연봉이 높은 대기업일수록 수익성이 높고 주가가 높다는 논리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소득 신고와 과세를 책임지고 있는 국세청의 입장도 경영자단체와 다르지 않다. 실제 본지는 지난 3일 열린정부(www.open.go.kr)를 통해 국내 10대 기업 대표이사의 연간 소득액 신고자료를 요청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공개불가’ 였다.
국세청은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 1항 1호와 6호에 따라 관련 자료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또 10대 기업 대표이사는 공인이 아닌 개인이기 때문에 과세자 신상정보 보호에 관한 법률에도 저촉이 된다고 덧붙였다. 정부기관 정보공개 9조 1호 1항과 6항은 ‘다른 법률 또는 법률이 위임한 명령에 의해 비밀 또는 비공개 사항으로 규정된 정보와 정보에 이름·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에 관한 사항으로 공개되면 개인의
사생활의 비밀 또는 자유를 침해하는 경우는 공개대상에서 제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대기업 대표이사도 개인이기 때문에 납세정보는 철저하게 보호돼야 한다”며 “국회의원의 정보 요청도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 이라고 말했다.
비공개 방침은 철옹성
하지만 대기업 임원들의 개별 보수 정보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비공개 입장은 설득력이 크지 않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연봉제가 정착된 미국은 주주의 알 권리를 우선시 해 상장회사 임원들의 개별 보수를 주주에게 공개토록 의무화 하고 있다.
이는 대기업 임원들의 보수 정보가 개별 능력을 상징하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들이 확인할 권리가 있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다.
최근 뉴스메이커로 등장한 전 삼성물산 출신 차용규씨도 카자흐스탄 구리 생산업체 카작무스에 재직 당시 사업보고서를 통해 자신의 연봉과 성과급을 공개했다.
임원들의 개별연봉 비공개 원칙은 오히려 각종 의혹을 낳는 씨앗이 되고 있다.
대기업 A사 직원들이 자주 찾는 인터넷 게시판에는 모 기업 대표이사의 연봉이 회사 경영이 악화됐음에도 암암리에 올랐다는 불만의 글이 잇따르고 있다. B사와 C사 등은 순이익이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임원들의 연봉을 대폭 인상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는 일부 임원들의 보수가 사원들과 소액 주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방식으로 결정되고 있음을 시사하는 부분들이다.
김선웅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장은 “상장회사 임원의 보수라는 것은 능력 평가가 담겨 있는 것”이라며 “주주들이 확인해야 할 사항이다”고 말했다.
또 “상장회사들은 임원들의 개별 연봉을 감출 것이 아니라 합리적인 공개방법을 찾아 주주들에게 알려야 한다” 고 강조했다.
현유섭 hys07@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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