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포스텍 월반 합격. 가정형편 어려워 학비마련 고심

유아때 부모를 여의고 조부모 밑에서 어렵게 자란 고교 2년생이 지난해 ‘대한민국 인재상’을 수상한 데 이어 월반으로 포항공대와 서울대 의대에 잇따라 합격했다.
주인공은 문경호서남 초등학교와 문경중학교를 졸업하고 경북과학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중인 김경회(17.사진)군.
현재 2009학년도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과 서울대학교에서 실시한 고등학교 2학년 조기졸업자 전형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물리학과와 의예과에 합격해 최종 진로를 위한 행복한 고민과 함께 학비 마련할 일을 고민하고 있다.
김군은 4세 때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2년 뒤에는 어머니마저 난소암으로 숨지자 누나와 함께 천애의 고아 신세가 됐다.
경북 문경시 산양면 평지2리에서 농사를 짓는 조부모의 돌봄으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문경소방서에 근무하는 삼촌 김재천씨가 물심양면으로 학업을 뒷바라지했다.
김군의 할아버지 김원묵(75)씨와 할머니 권재순(75)씨는 “경회는 어릴 때 부모가 죽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성실하게 공부만 했다”며 “학교에서 성적표와 상장을 받아 올 때마다 딱한 생각에 눈물이 왜 그렇게 났는지…”라며 말끝을 흐렸다.
조부모 밑에서 자란 김군은 초·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줄곧 상위성적을 유지했다.
김군은 중학교 3학년 2학기 때 조부모를 비롯해 주위에서 점촌고등학교 진학을 권유했으나 담임선생과의 상담 이후 본인이 경북과학고등학교를 선택했다.
김군은 입학하자마자 경북과학고의 빡빡한 일정에 적응하기 힘들었으나 이내 적응하면서 곧바로 학교성적을 상위권으로 끌어올렸고, 2학년이 되자 엄청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전국 각종 대회에 출전하기 시작해 각종 상을 휩쓸었다. 고등학생 중 최고 상인‘2008 대한민국 인재상’을 비롯해 2008 전국과학전람회 물리부문 특상, 2008 한국물리올림피아드 장려상 등 각종 수학·과학경시대회에서 10여 차례 이상 수상을 했다.
초등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영어를 몰랐다는 김군은 중학교 2학년 때 토익을 접하면서 영어에 재미를 느끼기 시작했다고 한다.
김군은 이때부터 학원에 다니지 않고 스스로 학습계획표를 작성한 뒤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한 결과 지금은 토익 970점, 텝스 844점이라는 우수한 실력을 자랑한다.
김군의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할머니와 삼촌이 아무리 정성을 기울였다 하지만 제 부모만 하겠느냐”며 “어린 시절 감당하기 어려운 충격을 겪었음에도 좌절하지 않고 열심히 제 미래를 개척해 나가는 경회 남매가 부모 없는 세상에서 잘 되기를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고도현 기자
저작권자 © 일요서울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