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횡령피의자 단체 구명탄원 파문 확산
대구 횡령피의자 단체 구명탄원 파문 확산
  • 경북매일신문 기자
  • 입력 2008-05-13 00:40
  • 승인 2008.05.13 00: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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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정치권 등 “검찰, 정·관계 로비의혹 철저히 수사해야”
김범일 대구시장을 비롯한 기초단체장, 정치권, 언론사 대표, 지역은행장 등 지역 유력 인사들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난하는 시민단체와 정치권의 성명이 잇따르는 등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

지역 유력 인사들이 지난 7일 100여억 원의 횡령 피의자인 대구 H시행사 대표 박모씨 구명탄원서를 법원에 낸 것과 관련해 지역 시민단체에서는 이를 두고 ‘부패 프렌들리(Friendly)’라고 싸잡아 비난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등 비난의 강도를 높이고 있다.

대구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은 성명을 통해 “탄원서가 구속영장 기각에 영향을 미쳤는지는 알 수 없지만 김 시장 등 탄원자들의 사회적 지위와 힘 등을 감안하면 상당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박 모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 내용이 대구시와 수성구청 등 공무원들도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는 아파트 사업승인 과정에서의 정관계 로비 의혹이라는 점에 주목한다”며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당부했다.

또 경실련은“김 시장이 탄원에 대해 분명한 매듭을 짓지 않는다면 대구시는‘부패 불감증’을 넘어 ‘부패 프렌들리’로 전락하고 말 것”이라며 김 시장이 탄원을 철회하고 시민들에게 사과할 것을 요구했다.

통합민주당과 민주노동당 등 정치권도 이번 사태를 두고 지역 유력인사들의 단체행동을 맹비난했다.

통합민주당 대구시당은 “시장을 비롯한 지역 유력인사 10여 명이 아직 수사가 끝나지도 않은 사건에 대해 구명운동을 벌이는 등 웃지 못 할 추태가 벌어졌다”며“지역경제 살리기를 핑계삼아 범죄사실이 밝혀지지도 않은 일에 대해 집단으로 탄원서를 제출한 것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주장했다.

또 “일반적으로 법원에 제출하는 탄원서는 명백한 범죄행위가 드러난 상태에서 형량을 감형하거나 선처를 호소하기 위한 행위인데, 지역 유력인사들이 부패행위로 수사가 진행중인 사건에 탄원서를 제출해 석연치 않으며 수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명백한 사법권 침해”라며 검찰의 엄정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민주노동당 대구시당도“이번 일은‘경제를 살린다’는 핑계로 엄격하게 처벌을 받아야 할 기업인을 위해 물타기식으로 탄원서를 보낸 것”이라고 규정하고“그런 조치가 결국 수사기관의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져 법질서가 교란될까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를 바라보는 지역민들도 곱지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대구시민들은“100여억 원이 넘는 돈을 황령한 혐의로 검찰에 수사를 받는 업체 대표를 감싸려 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며 “대구를 대표하는 유력인사들이 이같은 부도덕한 행위는 지역민들을 우롱하는 처사”라고 비난했다.

지역 모 공무원도“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직자가 비리혐의로 수사대상에 있는데도 시장과 구청장 등이 탄원서를 낸 것은 마치 함께 저지른 부정을 감싸기 위한 행위로 여겨질 정도이다”며 부적적한 행동이라는 지적이다.

한편, 대구지방검찰청 특수부는 박씨가 횡령한 100여억 원의 용처를 밝히기 위해 계좌추적을 강화하고 로비 대상으로 거론되는 건설 및 인·허가 관련 공무원들을 내주부터 잇따라 소환해 조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북매일신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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