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차에 민주당 조순형 대표가 누구도 상상 못했던 대구 출마의 폭탄 선언을 하고 나선 것이다. 뒤이은 호남권출신 중진급 인사들의 오랜 기득권을 포기한 지역주의 탈출 선언은 정치권이 뿜어내는 모처럼의 신선한 향기였다. 이는 수십년 동안 지역주의를 볼모로 삼았던 정치 패턴을 일거에 뒤집는 쾌거라는 점에서 다분히 충격적이기까지 한 하나의 사건이기도 했다.유권자들의 또 다른 혼란이 때부터 TK 민심은 술렁거리기 시작했고 유권자들의 또 다른 혼란이 시작됐다. 그 전까지만 해도 한나라당에 대한 애증의 갈등이 혼란을 빚고있는 가운데 지역민들의 공허한 마음은 그래도 한나라당을 미워도 다시 한번 사랑할 수밖에 달리 대안이 없지 않느냐는 정서가 강했었다. 그랬던 것이 민주당 조 대표의 극적 행보가 살신성인의 모습으로 비춰지고 또 조병옥 박사가 반세기전 대구에서 민의원에 당선됐던 현대사의 한 페이지가 들춰지면서 지역 여론은 궤를 달리하는 측면 바람이 거세졌다.
즉 이 기회에 진정한 야당도시 대구의 명성을 회복하고 지역주의와 패권주의를 말살해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에 톤이 더해진 것이다. 내친김에 대구 동구 출마를 선언한 열린 우리당의 이강철씨도 노 대통령이 밉다고 해서 막무가내로 폄하할 일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정황도 예사롭지 만은 않다. 물론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아는 것이라지만 확실한 것은 TK민심이 과거처럼 예측이 가능해서 속단했던 것과는 거리가 멀어도 아주 한참 멀어졌다는 것이다.한 폭의 정치 예술을 그려낼지도어쩌면 대구 경북 유권자들이 한 폭의 정치 예술을 그려낼지도 모를 일이다.문제는 앞으로의 정치권 움직임이 변수일 것이다. 여야 할 것 없이 죽기 아니면 살기로 날을 세우고 있는 대립각을 거두고 마음을 비워야 할 때가 된 것 같다.
말 그대로 기필코 살려고만 들면 죽게 될 것이고 죽을 각오를 분명히 하면 반드시 살아남는 결과를 우리 유권자들이 만들어 낼 것이라는 기대가 지금처럼 충만했던 적은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이 표심을 바로 읽지 못하고 아전인수격 논리를 앞세워 네거티브로 일관하는 정치 행태를 답습한다면 그것이 곧 자멸의 수순이 될 수밖에 없을 터이다.민심이 술렁이는 곳이 비단 TK지역만이 아닐 것이다. 이번만은 확 바꿔보자는 국민여론을 꼭 이 사람을 바꾸자는 것만으로 간주해 이를 정략의 명분으로 삼는다면 이 역시 표심이 용납치 않을 것은 지역이 어디인들 다를손가.정치권은 지금 출렁대는 민심을 똑바로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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