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정부지로 치솟는 소비자물가…고통 호소하는 서민들
천정부지로 치솟는 소비자물가…고통 호소하는 서민들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7-05-04 19:59
  • 승인 2017.05.04 19:59
  • 호수 1201
  • 43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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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녀 성적 말고는 다 오른다” 울상
서민 대표 음식들 많게는 ‘두 자릿수’ 가격 인상돼
 
황금연휴로 수요 늘어나 가격 인상 시기 앞당겨져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5월 황금연휴의 시작과 함께 식품 가격 줄 인상과 공공요금 인상 등이 이어지며 서민들의 한숨은 깊어지고 있다. 닭·돼지고기의 물가는 물론 도시가스 등 연료비, 서민 음식으로 대표되는 라면과 치킨 등 가공식품까지 인상된 것. 생활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5% 상승이고 2% 내외로 상승했다. 하지만 식품 부물 물가는 3.1% 상승해 높은 수치를 나타내며 식탁물가가 여전히 높음을 보였다. 이에 서민들은 “월급과 자녀 성적 말고는 다오른다”며 가계 부담을 간접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대형 마트에서 만난 소비자 A씨는 다른 국가에 비해 소비자물가가 높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온라인을 통해 한국과 다른 국가들의 비슷한 식료품의 가격 비교 글을 봤다”며 “올라야 한다면 올릴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가 소비자 물가는 독일, 일본 등에 비해 비싼 것 같다”고 말했다.
 
지난 2일 통계청이 발표한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4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2.66으로 전년 동월 대비 1.9% 상승했다. 다만 봄철 출하량 증가에 따라 채소값이 하락하면서 소비자물가의 상승률을 끌어내린 것으로 해석됐다.
 
소비자물가는 올해 1월 2.0% 상승하며 4년 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른 것을 시작으로 2월 1.9%, 3월 2.2% 등 2%대 안팎의 상승률이 지속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 말 ‘치킨게임’으로 하락하던 국제 유가가 올해 회복세를 보이며 물가 인상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출목적별 가격 상승률이 높은 항목은 교통(5.4%), 식료품 및 비주류음료(2.6%), 기타상품 및 서비스(2.5%), 음식 및 숙박 등이다.
 
특히 5월 황금연휴에 맞춰 업체들은 권력 공백기를 틈타 나들이객의 수요가 많을 것으로 예측되는 제품 가격을 올려 서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는 치킨과 라면, 삼겹살 등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분류되는 식품들의 줄 인상 때문이다.
 
라면·치킨 줄 인상 우려
 
삼양식품은 지난 1일부터 라면을 비롯해 주요 제품 12개 브랜드에 대한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4% 올린다고 밝혔다. 삼양식품은 지난 2012년 8월 이후 4년 9개월 만에 라면값 인상에 나섰으며 인상 원인으로 인건비와 물류비·스프 재료비 등의 원가 상승을 꼽았다. 삼양라면 가격은 기존 760원에서 50원(6.5%) 오른 810원으로 상승했으며, 짜짜로니 50원(5.9%)·나가사끼짬뽕 50원(5.0%), SNS와 해외 등 엄청난 인기를 끌며 ‘불닭볶음면 신드롬’이라고 불리는 불닭볶음면 역시 50원(5%) 인상된다. 앞서 라면 업계 1위 농심은 지난해 12월 신라면과 너구리 등 12개 브랜드의 권장소비자가격을 평균 5.5% 올린 바 있다.
 
업계 1위 농심과 3위 삼양의 라면 가격 인상에 타 라면 업체들의 인상 행렬 동참 가능성이 높아지며 줄 인상의 우려가 제기됐다. 하지만 업계 2위 오뚜기는 라면 값 인상 계획이 없다는 뜻을 밝혔고, 팔도 역시 당분간 라면값 인상 계획이 없다며 논란을 일축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두 업체가 당장 가격 인상에 나서지는 않을 뿐 시간차를 두고 올릴 것이라고 관측했다. 일각에서는 대형 유통업체가 나들이객 유치를 위해 가격 인하에 나서 연휴 이후 실제 인상가가 적용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 다른 서민 음식이자 나들이 음식의 대표 격인 치킨 값 역시 인상됐다. 프랜차이즈 업계 1위인 BBQ가 지난 1일부터 주요 메뉴 가격을 9%에서 10% 인상에 나선 것. 대표 메뉴인 황금올리브치킨은 마리당 1만6000원에서 1만8000원으로 올랐다.
 
BBQ 측은 이번 인상에 대해 ‘경영상 어려움에 가맹점주들이 가격 인상을 희망하고 있어 9~10% 수준으로 인상한다’고 밝혔다. 앞서 BBQ는 지난 3월 조류플루엔자(이하 AI) 여파를 이유로 가격을 인상하려 한 바 있다.
 
하지만 AI 빌미로 가격인상은 부당하다며 세무조사 의뢰를 검토하겠다는 정부의 발표와 불매 운동 등 비난여론이 확산되자 가격 인상을 연기한 바 있다. 그러나 BBQ가 한 달여 만에 다시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업계 1위 BBQ의 가격인상이 이뤄지자 경쟁사인 BHC, 교촌, 굽네 등 타 업체들도 잇달아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앞서 정부가 치킨가격 인상에 대해 강력 대응하자 치킨 업계는 가격 인상 계획이 없다고 밝힌 바 있지만, 라면 업계와 동일하게 시간차를 두고 인상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물가 상승에 대해 “기업 입장에서 물가상승률에 맞춰 제품 가격을 올려 점주와 본사 마진을 유지할지, 동결함으로써 비용을 흡수할지 결정해야 한다”며 “결정하는 데 있어서 올릴 때는 정부 제재든 소비자단체의 부정적 여론을 걱정해야 하고, 안올리면 점주들의 수입률 제고가 더디다는 점을 생각해야 한다”고 입장을 전했다.
 
공공요금·삼겹살도 인상
 
지난 1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기준 삼겹살 소매가격은 100g당 2070원으로 지난해 대비 9.2% 올랐으며 평년보다는 13.5% 상승했다. 돼지고기의 도매가격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 ㎏당 4400원대였던 것이 올해(4월 27일 기준)는 5400원대로 약 1000원(22%) 상승했다.
 
일반적으로 나들이 수요가 가장 많은 6월부터 8월까지 돼지고기가 최고 가격을 기록하지만 올해 5월 첫째 주 황금연휴로 돼지고기 수요가 급격히 늘어나며 가격 인상 시기가 앞당겨졌다는 분석이다.
 
닭고기 가격 역시 최근 한 달 사이 육계 산지 가격이 다시 오르기 시작하며 지난 4월 27일 기준 2163원을 기록했다. 황금연휴 시작과 함께 닭고기 수요가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이지만 고병원성 AI(조류인플루엔자)로 병아리 값이 지난해 동기 대비 2.6배 수준인 820원까지 오르고 병아리 생산량도 감소해 닭고기 공급량은 줄어들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닭고기 수요는 증가한 반면 공급이 감소해 당분간 가격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일부터 도시가스 요금을 평균 3.1% 인상했다. 이에 도시가스 사용 가구의 월평균 가스요금이 현행 3만5137원에서 3만5757원으로 620원 오른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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