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대하’(大河)로 가는 까닭은?”
“그들이 ‘대하’(大河)로 가는 까닭은?”
  • 김대현 
  • 입력 2007-02-21 10:19
  • 승인 2007.02.21 10: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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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주자 집합소 여의도 대하빌딩의 ‘비밀’

‘큰 물줄기(大河)를 따라가면 17대 대통령선거가 보인다.’(?)
최근 유력 대선주자들이 속속 여의도에 둥지를 틀고 있는 가운데, 국회 앞 ‘대하빌딩’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 대통령을 배출한 캠프가 있던 곳인데다, 풍수적으로도 명당이라는 풍문 때문이다.
지난 1997년 15대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된 김대중 전대통령. 당시 그의 ‘베이스캠프’는 여의도 소재 ‘대하(大河)빌딩’ ○층에 자리잡고 있었다. 이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또 다시 ‘대하빌딩’은 차기 대권을 거머쥐기 위한 각 캠프의 인력들로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루고 있는 것이다. 20여개에 이르는 대형 빌딩이 국회 앞에 들어서 있지만, 유독 대하빌딩으로 대선 캠프가 몰리고 있는 배경을 캠프와 ‘친위조직’ 관계자들로부터 직접 들어봤다.


지난 14일 <일요서울>이 확인한 결과, 이곳에는 모두 4명의 여야 대권주자들이 ‘둥지’를 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나라당 이명박 전서울시장, 박근혜 전대표, 열린우리당 정동영 전의장, 김두관 전장관 등이 그들이다.

이 전시장의 ‘본진’은 서울시 종로구 견지동 소재 ‘안국포럼’이지만, 최근 대하빌딩으로 이전을 준비하고 있다. 설 연휴가 지나고 나면 대하빌딩 4층
으로 이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MB 4층 통째로 사용할 듯

물론, 그 이전부터 일부 친이명박 관련 포럼은 대하빌딩에서 정책마련을 위한 활동을 전개해 왔다. 대표적인 단체가 바로 ‘한국의 힘’이다.

50여평 남짓한 대하빌딩 401호에는 한나라당 전문위원, 당직자, 의원 보좌관 출신 인사 20여명 이상이 상주하며, 이 전시장 관련 정책을 ‘생산’해 내고 있었다.

한국의힘 전신인 ‘원코리아’ 이영수 회장은 “이곳은 한나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장소에 불과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러나 이 회장은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이 전시장 쪽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할 수도 있다”면서 “조만간 안국포럼이 이 건물 또는 인근 건물로 이전할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예정대로 안국포럼이 이달 말 대하빌딩으로 이전할 경우, 이 건물 4층(150여평)은 사실상 이 전시장의 대선캠프로 채워질 것으로 보인다.
박 전대표의 ‘본진’은 국회 앞 엠빅스 빌딩에 자리잡고 있다. 하지만, 박 전대표 캠프의 핵심인사인 김무성 의원 등이 대하빌딩에 별도의 사무실을 운영 중이다.

‘아름다운공동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이 공간에는 김 의원을 비롯, 박 전대표측 관련 인사들이 수시로 드나들고 있어 그동안 주목을 받아왔다. 박
전대표와 관련된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그러나, 아름다운공동체는 아직 창립총회를 치르지 못했다. 대하빌딩 7층에 자리잡은 30여평 규모의 사무실 입구에는 호수나 현판조차 내걸지 않고, 철저하게 비공개로 운영되고 있다.

아름다운공동체 창립모임 소속 김영도씨는 “조만간 창립총회를 열어 우리 포럼이 나아갈 방향을 결정하게 될 것”이라며 “앞으로 문화 또는 정책과 관련된 주제를 갖고 활동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특히, “당분간 언론에 공개를 할 사안이 일절 없다”면서 극도로 말을 아꼈다. 이곳에는 당직
자 출신이기도 한 김씨 외에도 대학교수, 사업가 등 각계 인사가 상주하고 있다.

대하빌딩에 가장 먼저 입주한 것으로 알려진 정동영 전의장의 ‘친위조직’인 나라비전연구소는 상대적으로 비좁은 공간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 건물 612호를 사용하고 있는 연구소는 15평 규모다.

나라비전연구소에는 정 전의장의 최측근 인사인 이재경 실장 등 10여명이 상주하며, 원외인 정 전의장의 일정, 공보 등의 업무를 처리하고 있다. 고건 전총리의 대선 불출마 선언으로 탄력을 받은 정 전의장측은 최근들어 ‘정동영과 통하는 사람들’ 등의 지지모임을 결성하는 등 외곽조직을 확대하며 본격적인 대권행보에 돌입했다.

이 실장은 최근, “결국, 통합세력의 후보로 정동영 전의장이 결선까지 가게 될 것”이라며 강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대하빌딩 10층에는 ‘민부정책연구원’ 상호를 가진 사무실도 있다. 김두관 전장관이 이사장으로 있는 연구원이다. 김 전장관은 지난 1월 11일부터 민생투어의 일종인 ‘희망대장정’을 진행하고 있고, 향후 범여권에서 진행될 대선 경선에 출마할 계획이다.

대하빌딩으로 대선후보들이 ‘집결’하고 있는 것을 두고 전문가들은 이 건물이 가진 ‘내력’을 언급하곤 한다.

과거 대하빌딩은 대통령이 나온다는 속설이 전해질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실례로, 15대 대선에서 당선된 김대중 후보의 ‘베이스캠프’가 이곳에 있었다.

풍수 전문가들도 대하빌딩이 명당지세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는다.

한 풍수 전문가는 “여의도 전체를 놓고 봤을 때, 대하빌딩은 중심에 자리잡고 있을 뿐만 아니라, 건물의 방향과 안정성이 매우 좋다”고 분석했다.

일부 대선주자 관련 인사조차 “이 건물이 풍수적으로나, 정치적으로 좋은 공간이라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라며 관련 ‘설’을 언급했다.

이처럼 대하빌딩이 대선주자의 집합소가 되다보니, 벌써부터 ‘잡음’도 상당하다는 지적이다.

이 전시장 관련, 검증을 자처하고 나선 정인봉 전의원에 대한 박 전대표측 내부 회의가 열린 곳도 바로 이 건물 7층이다. 정 전의원은 박 전대표의
법률특보를 지냈다.


‘친위조직’도 대거 유입 중

지난 5일, 아름다운공동체 사무실에선 ‘이 전시장 부정적 이야기 홍보’ 등의 사안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날 회의록이 외부에 유출돼 파문이 일기도 했다. 이로 인해 친박 조직인 아름다운공동체는 창립대회를 개최하기도 전에 선관위 조사를 받는 ‘불명예’를 떠안게 됐다.

또한, 웃지 못할 해프닝도 연출되고 있다고 한다. 대하빌딩 1층 안내 데스크에서 경비원들이 각 캠프 사무실을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각종 우편물이 잘못 배달되는 경우가 왕왕 있다는 것.

대하빌딩에서 각 캠프 소속 ‘선수’들이 ‘자기들만의’ 치열한 전쟁을 치르고 있지만, 적어도 일반 시민(경비원)에게 있어서 캠프는 ‘적’도 ‘아군’도 아닌, 입주자 일 뿐이다.

김대현  suv15@dailysu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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