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도 속이는 ‘허위 이력자들’
대기업도 속이는 ‘허위 이력자들’
  • 조택영 기자
  • 입력 2016-12-30 22:54
  • 승인 2016.12.30 22:54
  • 호수 1183
  • 27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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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1명 잘못 뽑으면 임원 연봉 7배 손해”
본 사진은 기사와 무관함 <뉴시스>

[일요서울 | 조택영 기자] 연말연시는 취업시즌이다. 이력서, 자기소개서와 씨름하는 구직자들에게는 고난의 나날이지만 ‘취업 성공’이라는 희망 하나로 꿋꿋이 버티고 있다. 하지만 수십 장의 이력서를 보내도 면접까지 가는 경우는 겨우 한두 건. 힘이 쭉쭉 빠지는 구직자들에게 이력서 포장 및 위조는 악마의 속삭임처럼 참을 수 없는 유혹이다. 실제 이런 유혹을 견디지 못하고 취업 시 허위·과대 포장된 이력서를 넣는 경우도 많다. 문제는 기업이 제대로 된 검증을 하지 못하다 보니 허위 이력서를 낸 구직자들이 그대로 합격해 각종 사고를 터트리거나 마찰을 일으키기도 한다.

이름·주소조차 확인 안 하는 게 현실

“대기업 공채가 학력·경력 조작 원인될 수 있어···”

지난 19일 가명으로 의료기기 판매 업체에 취업해 물품 대금을 자신의 계좌로 빼돌린 강모(45)씨가 경찰에 구속됐다.

강 씨는 2015년 10월 경기 성남시 소재 의료기기 판매 업체 A사에 경력직으로 입사했다. 체코 등 외국 기업에 의료기기를 판매하면서 회사에는 외상으로 판매했다고 보고한 뒤 23차례에 걸쳐 총 9500여만 원을 개인 계좌로 받아 챙긴 혐의를 받았다.

경찰조사 결과 강 씨는 입사에 앞서 인터넷을 이용해 가명의 주민등록등본을 50만 원에 산 뒤 이를 이용해 A사에 취업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후 강 씨는 범행을 저지른 뒤 잠적했고, 잠적 직전에는 A사 사무실에 침입해 과거 자신이 제출한 주민등록등본을 갖고 나오기도 한 것으로 드러났다.

강 씨 사례에서 알 수 있듯이 국내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입사 시 직원들의 신분 확인 과정을 제대로 거치치 않는 경우가 많다. 인력난이 심하기도 하거니와 경력·업무 능력 확인을 위한 시스템 자체가 갖춰져 있지 않다.

정혜련 하이어베스트 대표

기업 피해 막으려면

인재 검증 이용해야

13년 경력의 인재 검증 전문가이자 인재 검증 서비스 기업 하이어베스트를 운영하고 있는 정혜련 대표는 한국 기업들의 문제점과 해결책을 제시했다. 정 대표는 “기업들이 인재 검증에 대해 합법적이면서 대기업·외국계 기업에 부합하는 프로그램이 있음에도 사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대표가 처음 인재 검증 기업에 입사할 때만 해도 이 시스템에 대한 확신은 없었다. 한국에서는 생소한 분야며, 안 좋게 말하면 사람들의 뒷조사(?)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 대표는 허위·위조 이력들을 통해 기업들이 겪는 업무상 피해, 영업상 손실 등을 접했고, 합법적인 인재 검증 시스템을 이용해 사고를 방지하는 편이 옳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이어베스트의 인재 검증 서비스는 구직자의 인적사항과 같은 기본 정보부터 신용 등급, 특허 출원, 수상기록, 논문, 자격증, 평판 등 이력서에 기재된 모든 내용을 관련 기관에 직접 연락을 취하거나 공문 전송을 통해 서면으로 확인한다. 검증 과정은 사실 조회와 평판 조회로 나뉜다.

사실 조회는 학력, 범죄기록, 신용도 등 구직자가 이력서에 기재한 정보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절차다. 평판 조회는 주로 지원자의 전 직속 상사를 미팅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지원자가 임원급 등 핵심 인력일수록 심층 미팅을 진행한다.

정 대표는 “다년간 인재 검증을 해온 결과 한국 기업은 학력에 치중하는 경우가 높다. 대기업은 지원자가 워낙 많다보니 자체 소프트웨어를 돌려 소위 말하는 ‘S(서울대)K(고려대)Y(연세대) 대학교’가 아니면 면접을 볼 수 없다. 구직자가 특별한 이력과 능력이 있어도 학력이 안 되면 기회조차 없는 것이다. 이는 구직자들에게 이력서를 조작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국내 대기업들의 공개채용(이하 공채) 문화를 비판하기도 했다. 정 대표는 “공채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인재는 한정적이다. 공채로 들어온 신입사원 퇴사율도 높다. 외국계 기업에서는 공채 문화가 거의 없다. 비어 있는 포지션에 알맞은 인재를 뽑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라며 “구글의 경우 총 6~9번 정도 1:1 인터뷰를 통해 채용을 한다. 또 CEO가 구직자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져 전용기를 타고 직접 만나러 가는 경우도 적잖다. 이는 CEO의 직접적인 관심을 통해 정확·정밀, 객관적 판단으로 구직자를 채용할 수 있으며 회사문화(직원들)에게도 자긍심을 고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라고 말했다.

기밀 자료 빼내기 위해

위장 취업하기도

실제 한국경영자총협회가 306개 기업을 대상으로 2016년 채용실태를 조사한 결과 신입사원 4명 중 1명은 입사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두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졸 신입사원 기준 27.7%가 1년 안에 퇴사한다는 의미다.

정혜련 대표는 “검증 절차가 없으면 구직자들이 이력을 포장할 수 있는 경우가 무궁무진하다. 확인 결과 한 IT컨설팅 회사에 지원한 5년 경력의 구직자가 허위 이력을 기재했다. 본교가 아닌 분교로 검증됐다. 일반사람들은 이 것이 ‘별것 아니다’ 라고 느낄 수 있으나 컨설턴트는 외부 업체·의뢰인 등에게 자신의 이력을 보여야 한다. 이는 의뢰인에게 확신을 주며 자신을 어필하는 방식이다”라며 “진행 상황에서 업무 부진 등이 발생하고 영업적 손실을 겪으면 의뢰인은 컨설턴트의 이력사항에 대해 관심이 쏠리게 된다. 이때 검증이 이뤄지고 허위사실이 밝혀지면 그것은 ‘법적소송으로 가는 지름길’이다”라고 말했다.

또 정 대표는 “한 IT회사에 지원했던 미국계 중국인은 중국의 4대 컨설팅 회사를 다녔다고 기재했고 학사는 MIT, 석사는 MBA 왓튼 스쿨 등으로 엄청난 이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업무 부진 상황이 벌어졌고, 의심을 한 기업에서 인재 검증을 요청했다. 확인해 보니 미국 사회보장번호 조회도 안 될뿐더러 모든 이력사항이 가짜였다”며 “정황을 보고 추측하건대 이 중국인은 위장취업을 해서 IT데이터를 자국으로 넘기지 않았을까 싶다. 인재 검증이 없었다면 지금까지도 근무 중이었을 것이다. 이처럼 회사의 주요·기밀 자료들을 빼돌리기 위해 위장취업을 하는 사례도 끊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해외 가짜 정보 사이트,

졸업증 위조·거짓 답변까지

정혜련 대표는 “외국에서는 가짜 정보 사이트에서 크지 않은 비용으로 허위 이력 원-스톱 시스템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위조 증빙서류 제작부터 결탁된 업체에게 답변, 학교 증명까지도 진행한다. 돈으로 경력을 사고 모든 절차를 완벽하게 속이는 작업을 해준다. 이러한 서비스가 한국에 도입된다면 큰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사고를 미리 막기 위해서라도 정확하고 공정하며 객관적인 검증 시스템 도입·정착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 대표는 “구직자는 이력 검증을 불쾌하다고 느낄 것이 아니라 본인의 장점을 객관적으로 부각할 수 있다. 본인보다 못한 사람이 허위 이력을 통해 채용될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이는 공정한 기회를 뜻한다”라고 말했다.

또 “기업의 경우 회사를 보호하기 위한 정책일 것이다. 기업이 잘못된 사람을 뽑을 시 큰 피해를 입는다. 실제 시뮬레이션을 돌렸던 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을 한 명 잘못 뽑으면 임원급 연봉의 24배에 해당하는 비용을 날린다고 한다. 이는 외국의 경우고 한국은 7배에 달하는 비용을 ‘공중분해’ 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조택영 기자 cty@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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