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데이트 - 배우 최화정

최화정은 요즘 5월 18일까지 공연되는 연극 <리타 길들이기>에 출연 중이다. 1991년 국내 초연에 이어 17년 만에 다시 ‘리타’ 역을 맡았다. 그 사이 20대에서 40대가 된 최화정. 26살 리타를 연기하는 게 부담스럽지 않을까 싶지만 그녀는 특유의 하이톤으로 “나이는 그냥 먹은 게 아니다”며 여유롭게 웃는다. 그런 최화정에게 연륜의 힘이 느껴진다. 밝고 당당한 리타가 엿보인다.
<연극열전2>의 세 번째 작품 <리타 길들이기>는 영국작가 윌리 러셀의 대표작으로 1980년 초연 뒤 지금까지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다.
주인공은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배움과 자아발견에 대한 열망이 강한 26살 주부 미용사 리타와 지식의 허무함을 깨닫고 술에 찌들어 사는 문학교수 프랭크.
연극은 두 사람의 교감과 충돌, 가르침과 배움, 애정과 우정을 통해 ‘자아실현’이란 인간의 본질적인 욕구를 이야기한다. 두 명의 출연진과 진지한 주제를 갖고 있지만 극은 지루하지 않다. 솔직하고 쾌활한 리타가 활력을 불어넣고 웃음을 안겨준다.
불혹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사랑스럽고 통통 튀는 매력을 지닌 최화정은 ‘리타’ 역에 제격이다. 프레스 콜에서 가슴이 깊게 파인 붉은 드레스를 입고 담배를 문채 속사포처럼 대사를 내뱉는 최화정의 모습은 리타 그 자체였다. 가히 원년멤버다운 내공이었다.
최화정은 1991년 <리타 길들이기> 국내 초연 때 리타로 분해 폭발적 호응을 얻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올해 <연극열전2> 프로그래머를 맡은 배우 조재현에게 리타역을 제의 받은 최화정은 처음엔 거절했다. 초연 때의 영광을 가리기 싫어서였다.
“<리타 길들이기>가 첫 연극이라 아무것도 몰라서 힘든 점이 많았는데 자의든 타의든 굉장히 크게 성공했어요. 그 영광을 가리기 싫어서 처음엔 출연을 안 하려고 했죠. 17년 만에 다시 연극을 하는 게 너무 겁났고 모험이다 싶기도 했고요.”
두려움에 떨던 최화정을 무대에 서게 만든 건 주변사람들이었다. 거절의사를 밝히기 위해 만난 조재현은 그녀를 끈질기게 설득했고 초연에 이어 다시 ‘프랭크’ 역을 맡은 윤주상은 “최화정이 하면 나도 한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절친한 동료연예인들 말도 출연을 자극했다.
“이영자씨가 ‘언니를 안지 10년이 넘었는데 연기하는 걸 본적이 없다. 해봐라’고 해서 욱 했어요. 제가 연기를 좀 한다는 걸 보여줘야겠다 싶더라고요.(웃음) 요즘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도 출연 중인데 (최)진실이가 연극티켓 20매를 사준다면서 출연을 부탁해 퉁 쳤어요.(웃음)”
출연을 결정하고부턴 최고의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연습에만 매달렸다. 3월 14일이 첫 공연이었기에 구정연휴도 잊고 연습실에서 구슬땀을 흘렸다. 길고 힘든 연습기간 동안 상대배우이자 대선배인 윤주상은 누구보다 든든한 버팀목이 돼줬다.
초연 때와 달리 대사, 액션 등 디테일한 부분에까지 아낌없는 조언을 건네줬고 그중 열에 아홉이 옳았다. 최화정은 “윤주상 선생님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사적으로도 친분이 두텁고요. 마치 프랭크와 리타 같아요”라며 애정을 나타냈다.
최선을 다했지만 공연을 하는 최화정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설레고 떨리고 긴장된다. ‘17년 전만큼 성공할 수 있을까’란 생각에 첫 공연 전날엔 잠까지 설쳤다.
초연 땐 리타와 같은 20대였지만 지금은 40대. 역할과의 나이차도 적잖다. 하지만 긍정적 사고방식을 가진 그는 나이에 대해 그리 걱정하지 않는다.
“초연 때 미모로 리타를 연기했다면(웃음) 이번엔 연기력으로 승부하려고 해요. 확실히 나이는 그냥 먹는 게 아니더라고요. 일단 작품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어요. 특히 초연 때보다 프랭크에 대한 배려와 연민이 커졌어요. 지식에 둘러싸여 사는 사람들의 공허함도 보다 많이 느끼게 된
것 같아요.”
무대에 서는 순간 ‘진짜 리타’가 되는 최화정은 실제로도 리타와 비슷한 점이 많다. 터프함과 사랑스러움, 잘못을 인정하고 용서를 구하는 용기, 동적인 성향과 열정이 특히 닮았다. 반면 많은 사람들이 도도하고 가식적이며 까칠하다고 생각하지만 알고 보면 장난스럽고 리타처럼 욕도 잘한단다.
그렇다면 삶에 대한 불만족으로 공부를 갈망한 리타처럼 최화정도 간절히 원하는 게 있을까?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최화정이 대답을 건넨다. 리타처럼 당당하고 장난스럽게.
“당연히 있죠. 일단 사랑을 해야겠죠. 결혼도 하고요. 아~돈도 부족하네요. 하하하!”
신혜숙 프리랜서 기자 tomboyshs@nat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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