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이웃이 수상하다
내 이웃이 수상하다
  •  
  • 입력 2007-09-05 16:19
  • 승인 2007.09.05 16:1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디스터비아

이웃이 유령 같을 때가 있다. 드나드는 소리에 짜증을 내기도 하고 호기심을 갖기도 하지만 아는 척도, 보고 있는 척도 하지 않는다. 옷차림이나 출퇴근 시간대로 미루어 직업과 연령, 교육 수준 등을 짐작하면서도 서로 안(못) 본다고 가정한다. 아마 당신의 이웃도 당신에 대해 그 정도는 간파했을 것이다.

<디스터비아>는 평범한 이웃집 남자가 살인마라는 설정에서 시작된다. 수업 중 교사를 때리고 법원으로부터 90일 동안 가택연금 처분을 받은 소년 케일(샤이아 라보프)은 몰두할 일을 찾다 이웃을 관찰하기 시작한다.

엄마 몰래 성인물에 심취해 있는 앞집 악동들, 목요일 밤마다 가정부와 애정행각을 벌이는 이웃집 아저씨, 도시에서 이사 온 퀸카 소녀 애슐리(사라 로머), 정원 손질에 열심인 뒷집 미스터 터너(데이비드 모즈)가 그의 관찰 대상.

망원경으로 이들의 생활을 훔쳐보던 케일은 터너가 여자를 데려와 술을 마시다 칼을 드는 장면을 목격하고 그가 언론에 대서특필되는 연쇄살인마라고 생각하게 된다. 애슐리와 친구 로니(아론 유)를 끌어들여 본격적인 관찰과 기록을 시작한다.

하지만 터너는 엄마(캐리 앤 모스)에게 친절을 베풀며 집안 출입을 시작한다. 장난처럼 시작된 훔쳐보기는 서서히 악몽으로 변한다. 마침내 본색을 드러낸 이웃집 살인마는 “너만 보고 있다고 생각했니?”라며 친절하게 묻는다.

엿보기와 청춘영화의 만남. 관음증에 대한 통찰력을 보여준 알프레드 히치콕의 <이창>과의 비교는 무의미해 보인다. 디지털 카메라 장비와 컴퓨터, 휴대전화로 무장한 문제적 10대 청소년들은 슈퍼마켓에서 구입한 칼을 이용해 빨강머리만을 상대로 연쇄살인 행각을 벌이고 자신의 집에 차곡차곡 묻어두는 고전적 살인마에 맞서 승리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