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촛불집회] 진보.보수 총집결, “추락한 국격을 높였다!”
[11.12 촛불집회] 진보.보수 총집결, “추락한 국격을 높였다!”
  • 홍준철 기자
  • 입력 2016-11-14 09:49
  • 승인 2016.11.14 09:49
  • 호수 1176
  • 12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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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3당, ‘박근혜 퇴진’ 압박 수위 고조...장외로?
- 보수단체 ‘맞불 시위’ 60~70대 주축...기세는

[일요서울ㅣ홍준철 기자] 11월12 광화문 촛불집회는 당일 집회로 역대 최대로 기록될 전망이다. 이명박 정권 당시 열렸던 ‘광우병 촛불집회’보다 더 많은 시민들이 함께했다. 특히 야3당 정치인들로부터 보수단체 반대집회까지 개최되면서 광화문일대는 발디딜틈이 없을 정도로 꽉찼다. 야3당은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였고 반면 보수단체 시위는 ‘동원집회’, ‘종북 집회’로 규정하며 맞불 집회를 열었지만 기세는 약했다. 국내.외신들은 일제히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으로 떨어진 국격이 대규모 숫자가 모였음에도 ‘큰 사고’가 없아 평화적으로 마무리됐다며 ‘시민들 스스로 추락한 국격을 높였다’고 호평이 이어졌다.

민주노총 등 진보진영 시민사회단체의 모임인 ‘민중총궐기투쟁본부’가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며 개최한 이날 집회에는 본집회가 시작되기 서너 시간 전부터 중고학생부대, 유모차 부대, 회사원, 가족단위로 대거 참석해 이미 발 디딜 틈이 없이 꽉찼다.

광화문 왕복 12차선 도로는 집회 참가자들로 가득했고 남대문에서 태평로로 이어지는 도로, 서대문에서 세종로 사거리로 들어오는 길목, 그리고 대학로와 탑골공원에서 청계천까지 서울 도심 전체에 성난 시민의 목소리가 밤늦도록 울려 퍼졌다. 12일 집회는 주최 측 추산 100만 명, 경찰 추산 26만 명이 모였다고 추산했다.

87년 6월 항쟁이후 최대 규모 집회

특히 2000년대 들어 최대 규모의 집회였던 지난 2008년 6월 10일 이른바 '광우병 촛불집회' 때 상당히 많은 숫자다. 또한 민주화를 요구하며 전국적으로 백만 명이 모였던 87년 6월 항쟁 이후 최대 규모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이번 대규모 집회는 야권에게 ‘장외투쟁’으로 나설 명분을 제공할 전망이다. 야권은 박 대통령 ‘즉각 하야'를 주장하는 촛불민심으로 인해 향후 야권 전체를 장외 투쟁으로 나설 공산이 높게 됐다.

민주당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주최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규탄대회'에는 3만여 명의 당원과 90명의 의원들이 참여했다. 국민의당, 정의당과 달리 민주당 지도부는 '정권 퇴진' 요구에 상대적으로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민주당의 이날 첫 대규모 장외투쟁에서는 정권 퇴진 요구가 참석자들 사이에서 줄을 이었다.

추미애 대표는 “박 대통령이 지속적으로 국민의 요구를 무시하고 국민의 명령을 거부한다면 전면적으로 정권퇴진 운동에 들어갈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권 퇴진이 당론인 국민의당의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도 역시 청계광장에서 열린 당원보고대회에서 마이크를 잡고 직접 '박근혜 대통령 퇴진' 구호를 선창했다. 야권은 폭발적인 촛불민심이 분명하게 확인된 만큼 박 대통령 압박 수위를 한껏 고조시킨다는 방침이다.

같은날 ‘대통령 퇴진’을 요구하는 진보진영 대규모 집회에 맞서 보수단체의 맞불 집회도 개최됐다. 보수단체들이 모인 '애국시민연합'은 같은 날 서울 여의도 국민은행 앞에서 700명(경찰추산·주최측 추산 1천300명)이 모여 도심 집회를 비난했다.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 서경석 집행위원장은 단상에 올라 "야당과 노동계 등은 대규모 인원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들은 종북좌파로 민주주의를 무너뜨리는 세력"이라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4·19처럼 학생들이 총에 맞은 것도 아니고 대통령이 검찰 조사를 거부한 것도 아닌데도 이들은 대통령이 하야하라고 하며 권력을 찬탈하려 한다”며 “과거 민주화 운동을 하는 심정으로 우리가 대한민국을 지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 참석자 대부분은 60∼70대가 다수였고 20∼30대는 눈에 띄지 않았다.

한편 이날 집회는 내자동 로터리까지 행진이 이어져 청와대와의 거리가 1KM내까지 시위자자들이 근접했다. 이는 서울행정법원 행정6부(부장 김정숙)가 투쟁본부 측이 낸 집행정지 신청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청와대 지근거리인 율곡로에서 행진이 허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그간 교통불편과 질서유지 등을 이유로 청와대 인근 구간의 행진을 금지해왔다.

내외신, “과거 노조 이끈 폭력시위와 대조적”

이로 인해 집회 마지막까지 내자동 로터리는 청와대로 진입할려는 강경 시위자들과 밤늦게까지 대치했다. 이 과정에서 시민 23명이 연행됐다. 경찰은 의경 포함 총 8명이 부상을 당했지만 대규모 집회 인원에 비해 큰 사고없이 마무리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주요 외신들이 광화문, 서울광장 등에서 벌어진 '박근혜 대통령 퇴진' 요구 촛불 집회를 일제히 보도했다. AP통신.CNN방송은 "1987년 군부 독재 저항 시위 이래 한국에서 열린 최대 규모 집회"라고 전했다. BBC방송은 주최 측 추산 100만 명이 거리로 나오면서 지난주보다 시위대 목소리가 더욱 커졌지만 여전히 평화로운 방식으로 시위가 이뤄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로이터통신.중국신화토인은 학생, 가족, 젊은 연인, 휠체어를 탄 장애인 등이 참가한 평화 시위가 열렸고 참가자 대부분이 침착함을 유지해 과거 노동조합과 시민 단체가 이끈 일부 폭력 시위와는 대조적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내외신은 ‘최순실 국정 농단’파문으로 대한민국이 국내외적으로 망신을 당했지만 시민들의 평화적 집회로 인해 시민들이 추락한 국격을 높였다고 평했다.

홍준철 기자 mariocap@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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