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 허울뿐인 ‘희망퇴직’
대우조선해양 허울뿐인 ‘희망퇴직’
  • 오유진 기자
  • 입력 2016-11-04 18:47
  • 승인 2016.11.04 18:47
  • 호수 1175
  • 3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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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청 과정에서 압력 행사? 피해는 결국 노동자 몫

‘육아휴직 여사원·계약직 출신 직원 나가라’ 강요 논란

노동조합 “해결방안은 안 찾고 노동자들만 떠밀어”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존폐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이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한 자구안 마련에 힘쓰고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불미스런 문제가 불거졌다. 앞서 정부는 대우조선해양의 존치 결정을 내리며 4조2000억 원의 유동성 지원에 나섰고 대우조선해양은 조선 빅3 체제를 간신히 유지했다. 그러나 대우조선해양은 2017년 9400억 원의 회사채 만기와 2020년까지 갚아야 할 3조 원 규모의 자금 압박으로 인해 체계적으로 진행하려 했던 인력 감축 자구안 실행을 서두르고 있다. 이로 인한 노사 간의 갈등은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다. 일요서울은 대우조선해양 구조조정 과정의 문제점을 짚어봤다.

대우조선해양의 지난해 말 부실 규모는 부채 비율이 약 7000%를 넘어서며 지난 3년간 적자가 4조4500억 원에 달했다.

문제가 심화되자 청와대와 기획재정부, 금융당국은 대우조선해양의 존치 결정과 함께 유동성 지원에 나섰다. 산업은행(주채권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이 지난해 10월 결정된 자본 확충 규모보다 2배 수준으로 늘어난 액수로 출자전환이나 유상증자 형태로 대우조선해양 자본 확충에 투입할 예정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서울 본사 거제 이전’, ‘직원 급여 삭감’, ‘희망퇴직’ 등 자구안 마련에 힘쓰고 있지만 그 과정에서 문제점이 지적돼 논란이 확대되고 있다.

선결과제였던 ‘희망퇴직’

대우조선해양은 지난달 7일부터 28일까지 10년차 이상 직원들로부터 희망퇴직 신청을 받았다. 대우조선해양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은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퇴직자들은 지난 1일에 근속연수와 직급에 따라 최대 8000만 원의 위로금을 받고 회사를 나왔다. 10년차 이상의 부서장급 이상의 지위에 있는 200여 명은 이미 사표를 제출했으며 전체 희망퇴직자 중 70%가 사무직, 30%는 생산직이다.

앞서 대우조선해양의 희망퇴직자 수가 당초 목표였던 1000여 명에서 500여 명만 신청해 목표의 절반에 그쳤다.

목표치에 도달하지 못한 이유로는 희망퇴직자들에게 위로금의 명목으로 34개월치의 기본급을 주기로 한 평균 6000만 원 수준이 지난해 부장급 이상 희망퇴직자에게 준 7000만 원에도 못 미쳐 신청자 수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대우조선해양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압력을 행사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육아휴직 여사원들과 계약직 출신의 정규직 직원들에게 ‘나가라고’ 일방적인 통보를 한 일부 사실이 드러났다. 정규직이 돼도 꼬리가 붙는 비정규직 경력이 결국 희망퇴직이 아닌 쫓겨나는 형상을 만들어 놓았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무기 계약직들은 “실질적인 해고 통보다”, “인사 담당자가 ‘당장 나가라’는 식”이라고 주장했다.

결과적으로 대우조선해양이 진행한 ‘희망퇴직’은 지난달 28일까지 900여 명에 이르렀으며 신청 일을 31일까지 연장해 목표치이던 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노동조합 측은 “1000명의 기준을 두고 700명, 300명 이렇게 이야기를 했는데 거기에 따라서 진행이 됐다. 희망퇴직의 바람을 불게 한 것 자체가 문제다”며 “희망퇴직을 수치만 맞춰서 진행을 한 것에 대해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무분별하게 사람을 자르는 것이 조선 산업을 살리는 방안인지 의문을 가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그런 것들은 조선 산업의 경쟁력을 저하시키고 무너뜨린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또 그는 “‘희망퇴직’은 반강제적으로 진행을 한 거다. 목표치를 맞춰놓고 거기에 맞춰 진행을 했다는 게 저희들의 판단이고, 구조조정을 하는 것은 반대한다”고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저희들은 구조조정 방향을 정부와 주 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이 일방적 운영이 아닌 당사자들과 머리를 맞대 회사를 살릴 방안들을 이야기를 해보자고 계속 제안하고 있었는데, 그런 것 들은 전혀 지켜지지 않고 노동조합은 배제한 채 경쟁력 발전방안을 위한 구조조정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반대한다”고 말했다.

특히 ‘희망퇴직’의 영향은 본사 인력 이탈보다 협력업체 직원들의 퇴사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실제 한 팀에서 협력업체 직원이 한 주에 두 명꼴로 나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한 협력사 관계자는 “운영진의 실수가 됐든, 뭐가 됐든 조선업 자체가 힘들다 보니 흐름이 그렇다. 굳이 사람을 감축 안하고 운영할 수 있는 방안이 있으면 그렇게 운영을 하면 되는데, 조선업 같은 경우 인건비 부담이 높은 업종이다 보니 하청뿐만 아니라 직영도 많이 나간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0월 31일 존폐 위기에 빠진 대우조선해양을 포함시킨 조선 ‘빅3’ 체제 유지 내용을 담은 조선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했다.

견제해야 할 국가가 나서

대우조선해양 측도 자구안 내용을 추가했다. 연말까지 분사와 희망퇴직을 통해 인력 3000명을 추가로 줄이며 직원 수를 1만 명 이하로 맞추기 위해 계획을 앞당기는 방안 등 업계 최대인 총 3조 원대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게 제출했다.

이에 대우조선해양 노조는 지난 1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람을 자르는 구조조정을 견제해야 할 국가가 오히려 자본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한 구조조정안을 발표하고 나섰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회사가 보유한 우수한 인적자원을 없애고 생산설비를 처분하겠다는 것은 대우조선해양을 죽이겠다는 의도로밖에 보이지 않는다”며 “결국 정규직은 줄이고 비정규직만 늘이는 대책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일요서울이 대우조선해양 측에 관련 내용의 입장을 전해 듣기 위해 며칠에 걸쳐 수차례 전화를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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