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 남동희 기자] 올해 초부터 몇몇 은행들이 현금자동화입출금기(ATM) 인출 수수료를 평균 200원에서 300원 정도 차례로 인상했다.
하지만 대다수의 은행권 관계자들은 수수료를 인상했지만 매우 소폭 상승한 것이고 미국, 영국, 일본 등과 비교했을 때 국내 은행들의 기기서비스 수수료 및 온·오프라인 송금 서비스에 대한 수수료는 현저히 낮은 편이라고 주장한다.
한국의 은행 창구 송금 수수료는 최소 500원에서 최대 3000원으로 집계됐다. 미국의 은행 창구 송금 수수료는 3만9700원이다.
한국이 미국보다 창구에서 송금할 때 3만 원이 넘게 저렴하다. 온라인 뱅킹 송금 수수료는 한국은 600원인 반면 미국은 2만9000원까지 받는다.
만약 미국에서 한국 온라인 뱅킹 송금 수수료를 생각하고 돈을 보내면 1회에 2만 원이 넘는 수수료를 내야 하는 것이다. 가까운 일본도 온라인 뱅킹 송금 수수료로 3500원을 받아 국내보다 2900원이 더 비싼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화기기 인출 수수료도 한국이 최대 1000원 미국이 최대 2800원으로 한국이 1800원 싸다.
전문가들은 은행들이 계속되는 저금리에 이처럼 수수료 이익도 기대할 수 없다면 은행지점 통폐합과 ATM 수를 줄이는 것이 불가피하기에 고객들에게 제공하는 서비스 질이 떨어질 것을 우려했다.
2014년 말부터 지난해 말까지 지점 통폐합으로 사라진 국내 은행 점포는 165개에 달한다. 지점 감소 폭이 가장 큰 SC제일은행의 경우 같은 기간 283개에서 지난해 212개로 71개 줄었다.
ATM도 이 기간 1469개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현금자동화입출금기의 경우 기계 구입 비용을 제외한 CCTV 비용, 기타 관련 장비 설치비 등 기계 유지 관리에만 한 달에 600만 원 가까이 든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번 수수료 인상에 200원을 올렸을 뿐인데도 소비자들의 반발이 극심했다며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그는 “은행 통폐합과 자동업무기기들이 줄어든 것이 오로지 수수료 이익이 저하된 때문만은 아니지만 영향이 있을 수밖에 없다”며 “국내 소비자들의 수수료에 대한 인식 개선이 시급하다”고 했다.
한 외국계 은행 직원은 국내 소비자들의 금융서비스 수수료 지불에 대한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내 소비자들이 아직 ‘은행 서비스는 무료여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의 통장 유지 수수료를 예로 설명했다. 미국의 통장 유지 수수료는 일정 기간 동안 적은 금액을 통장에 보관할 시 고객이 오히려 보관 수수료를 지급하는 서비스다.
그는 “이런 통장 유지 수수료와 같은 경우도 지급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할 정도로 미국 같은 경우 금융 서비스 수수료 지급이 합당하다는 인식이 소비자들에게 자리잡아 있는 편이다”고 했다.
또 그는 “이런 수수료는 고객들의 서비스 향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은행 업무 시간과 비교하며 “미국 은행의 경우 영업시간도 한국보다 평균 두세 시간 더 길다.
주말에도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대체적으로 영업을 한다”며 “앞으로 국내 은행들도 수수료 인상과 동시에 서비스 개선이 고객들의 눈에 띄게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국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들이 합당한 수수료를 통해 고객들에게 제공할 서비스 개선은 금융서비스 기술력 증대와 특수 인력배치 같은 형태로 나올 것이라 말했다.
그는 자동화기기(현금자동입출금기(ATM), 현금자동지급기(CD), 공과금수납기 등)를 예로 들며 “(수수료를 높이면) 앞으로 새롭고 편리한 기술을 탑재해 고객들이 보다 쉽고 간편하게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도록 할 것이고, 기술력이 받쳐준다면 한 기계에서 더 많은 업무를 처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그는 “모바일 뱅킹 업무 전담을 하는 특수 인력들을 배치해 점차 확대되는 은행업무 전산화 및 전자 금융서비스에 고객들이 적응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라고 했다.
금융소비자원 관계자는 “은행권의 입장처럼 현재 수수료가 너무 불합당한 것이라면 개선이 필요할 것이다”고 했다. 이어 “합당한 수수료로 은행들이 서비스 품질을 향상한다면 고객들도 불평만 하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남동희 기자 donghee070@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