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흡연 습관 조장 vs 안정성 높여
[일요서울 | 변지영 기자] 청소년들 사이에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일명 ‘피우는 비타민’(이하 비타민 담배)이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공산품으로 건강을 위협한다는 주장 아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내일부터 이를 의약외품(醫藥外品)으로 지정했다. 이 같은 조치에 보건복지부는 오히려 흡연 습관을 조장하는 비타민 담배를 정부가 인증해주는 꼴이라고 반발하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식약처는 오는 10월 1일부터 비타민 담배를 ‘흡연습관개선보조제’로 분류하고 지난 1년 간 허가 신청을 받았지만 단 한 건도 신청이 들어오지 않아 내일부터 판매되는 비타민 담배는 모두 불법으로 처리된다.
반면 복지부는 이 조치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반발하고 나섰다.
비타민 담배는 청소년들에게 흡연 습관을 개선하기는커녕 오히려 흡연 습관을 조장한다는 것이다.
만약 식약처에서 이 제품을 흡연습관개선제의 용도로 허가한다면 오히려 관련 업체들의 매출에 날개를 달아주는 꼴이 된다고 주장한다.
관련 업체들이 앞다퉈 정부에서 인증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제품을 홍보할 것이라는 게 복지부의 주장이다.
그동안 비타민 담배는 인체에 작용이 경미한 약품인 ‘의약외품’이 아닌 ‘공산품’으로 지정돼 있어 별다른 제약 없이도 청소년들이 약국이나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었다.
문제는 비타민 담배의 위해성 여부가 검증되지 않은 상태라는 점이다.
비타민 담배는 비타민을 수증기 형태로 흡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진 스틱 모양의 제품이다. 흡입구를 빨면 연기가 나오는 모양이 전자담배나 담배와 흡사하다.
하지만 비타민에 열을 가해 수증기 상태로 폐로 흡입할 때의 독성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전혀 검증된 바 없다.
비타민 자체가 수증기로 변할 때 이미 모두 증발해 몸속에 전혀 흡수가 되지 않는다는 의견도 나온다.
식약처는 10월까지 비타민 담배 판매업체 중 ‘비타스틱’ 국내 총판에 제품의 성분과 안전성을 입증한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이 자료가 만약 식약처 기준의 검증을 통과하지 못하면 청소년 유해물건으로 결정해 유통을 제한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비타민 담배가 흡연율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커 의약외품으로 지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입을 모았다.
이성규 한국보건의료원 연구위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니코틴 패치 등 검증된 금연 보조제에는 아주 소량의 니코틴이 포함돼 있다.
이를 통해 점진적으로 금연을 하는 원리인데 니코틴이 없는 비타민 담배는 금연 보조제로서의 효과가 없다”며 “식약처가 이를 금연 보조제로 승인해 준다면 오히려 청소년들이 마음껏 제품을 구매해 흡연 습관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니코틴이 없는 전자담배가 흡연을 증진시킨다며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이 시기에 비타민 담배를 의약외품으로 승인하겠다는 식약처의 조치가 뭇매를 맞고 있다.
한편 복지부 관계자는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비타민 담배의 판매 금지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며 “청소년 유해물질로 지정하는 방법도 최근 논의 중에 있다”고 말했다.
변지영 기자 bjy-0211@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