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양시(시장 최성)와 정부가 당초 5년으로 계획한 도심 우회도로 건설공사를 13년째 계속하는 바람에 약 1900억원의 혈세(血稅)가 낭비되게 됐다.
토지수용보상비를 서로 더 부담할 수 없다며 맞서면서 빚어진 일이다.
서울지방국토관리청(이하 서울국토청)은 고양시 덕양구 일대 교통혼잡을 덜기 위해 2004년 국도 39호선 대체우회도로 개설공사에 착수했다. 덕양구 토당동(능곡고가)에서 관산동(통일로)까지 9.3㎞에 왕복 4차선 도로를 신설하는 것이다.
서울국토청에 따르면 정부와 고양시는 2003년쯤 공사비 1544억원은 정부에서 부담하고, 토지 수용보상비 375억원은 경기도와 고양시가 나눠 내기로 협약을 체결했다.
그러나 도로에 편입되는 땅값이 2배 이상 폭등하면서 예산 부족으로 수용보상이 제때 이뤄지지 않았다.
정부와 고양시가 보상비를 서로 덜 내기 위해 줄다리기하는 가운데 2010년에는 국도 대체우회도로 개설 때 보상비가 전체 사업비의 30%를 넘길 경우 보상비 일부를 국비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법령이 바뀌었다.
고양시가 정부의 추가 보상을 요구, 완공 기한이 2009년에서 2013년으로 미뤄졌다. 고양시는 2014년부터 남은 보상비 376억원을 지급하지 않아 최근에 다시 내년으로 연기됐다.
공사와 보상이 늦어지면서 공사비는 설계 때보다 618억원 증액된 2162억원으로, 토지보상비는 1272억원 늘어난 1647억원으로 급증했다.
서울국토청 측은 “2014년 공정률 70%에서 공사가 사실상 멈춰 공사 기간 연장으로 매년 20억원 상당의 간접비·감리비 등이 낭비된다”고 밝혔다.
국비 지원 결정권을 가진 기획재정부는 “2010년 법이 바뀐 뒤 보상비를 181억원 지원했다”며 추가 지원은 없다는 입장이다.
반면 고양시 관계자는 “그동안 도비를 포함해 모두 1090억원을 투입했기 때문에 나머지 376억원 대부분은 국비에서 지원하는 게 마땅하다”고 주장한다. 내년 예산에도 보상비를 반영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시공업체들과 지역주민들만 고스란히 피해를 보고 있다.
한 시공업체 관계자는 “공사가 지연되면서 물가상승률에 따른 자재비, 인건비 인상은 물론 간접비 추가 지출로 큰 손실을 보고 있다”며 “공사가 끝난 뒤 정부와 지자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