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이겨낸 명품 ‘사드 참외’? 전자파 유해성 소문과 진실
전자파 이겨낸 명품 ‘사드 참외’? 전자파 유해성 소문과 진실
  • 권녕찬 기자
  • 입력 2016-07-15 20:39
  • 승인 2016.07.15 20:39
  • 호수 115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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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시스>

각종 괴담 속출…인터넷 풍문 거짓 많아

[일요서울 | 권녕찬 기자] 지난 13일 국방부가 경북 성주군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결정함에 따라 ‘전자파’를 둘러싼 논란이 뜨겁다. 사드 레이더에서 나오는 전자파의 유해성 여부를 놓고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성주군의 지역특산물인 참외가 전자파에 노출돼 인체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른바 ‘사드 참외’가 생산될 것이란 괴담마저 나온다. 사드가 전자파 논란을 촉발시키면서 전자파에 대한 각종 루머와 소문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 성주군이 사드 배치지역으로 확정되자 사드에서 발생되는 전자파 유해성을 놓고 온갖 ‘괴담’이 나돌고 있다. ‘사드 레이더에서 내뿜는 전자파가 불임과 암을 유발한다’, ‘전자파가 원전 오작동을 일으킨다’는 말부터 ‘전자파 참외’ 우려까지 나온다.

특히 온라인에는 전자파 참외를 비꼬는 글이 쏟아지고 있다. 인터넷 사이트인 ‘오늘의유머’ 등에는 ‘전자파 먹고 자란 참외 사세요’, ‘이제 사드 참외 먹는 건가’ 등의 글이 올라왔고, 성주군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도 ‘전자파 이겨낸 명품 사드 참외’라는 제목으로 “평소 성주 참외를 좋아하는데 앞으로는 저렇게 광고하고 참외 스티커도 바꿔야겠네요”라는 글도 게시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우려가 지나친 억측이라고 입을 모은다. 국제생체전자파학회장인 김남 충북대 교수는 “전자파가 인체에 유해한 것은 사실이지만 사드 레이더는 하늘을 향하고 있어 그 지역에 생산되는 참외가 전자파 참외가 될 것이라는 걱정은 ‘넌센스’”라고 일축했다.

하상도 중앙대학교 식품공학부 교수도 “전자파는 핸드폰에서도 나오고 평소 자연방사능으로 인체에 노출된다. 사드 전자파에 노출된 참외를 먹은 사람이 건강에 영향을 받을 것이란 우려는 가능성이 낮다”고 말했다.

각종 ‘전자파 괴담’ 사실일까

전자파 유해성 논란은 이 뿐만이 아니다. 전자파가 우리 일상생활에 밀접한 관련이 있는 만큼 유해성 논란을 둘러싼 각종 소문도 파다하다.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면 딸 낳는다, 전자레인지로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암 걸린다, 휴대폰 오래 쓰면 암이나 백혈병 걸린다’ 등등. 이는 모두 사실일까.

▲ 전자파에 많이 노출되면 딸 낳는다?

국립전파연구원에 따르면 ‘전자파로 정자 수가 줄어들거나 유전자가 변형돼 딸을 낳는다’는 말은 속설에 불과하다. 연구원은 “아직까지 의학적으로 확실하게 검증된 내용은 없으며, 특히 전자파로 인해 태아의 성별에 영향을 준다는 연구는 아직까지 없다”고 밝혔다. 현재까지의 연구 결과로는 생활에서 방출되는 전자파로 인해 정자가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아 활동성에 문제가 생기거나 기형 등이 발생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또 휴대전화 등의 전자파가 정자의 수나 운동성을 감소시킨다는 연구는 있었지만 평소 생활습관이나 음식·음주·스트레스 등 다른 요인을 완벽히 통제하지 못해 인정받지 못했다.

▲ 전자레인지로 조리된 음식을 먹으면 암 걸린다?

전자레인지로 음식을 조리하면 영양소가 파괴되고 발암물질이 생긴다는 소문도 근거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레인지의 전자파 측정 결과 매우 미미한 수준으로 인체에 해를 가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전자레인지가 오래되거나 고장 난 경우는 주의가 필요하다. 작동 중에 전자레인지 내부를 가까이서 쳐다보는 걸 삼가고, 안전거리(약 30cm) 이상 떨어져서 있는 것이 보다 안전하다.

▲ 숯, 선인장 등이 전자파를 차단한다?

국립전파연구원에서 여러 실험을 통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숯, 선인장 등 흔히 전자파를 막아준다고 알려진 물품들은 효과가 없었다. 연구원은 선인장이 전자레인지에서 방출하는 일부 전자파를 흡수하긴 하지만 전자기기 전체를 선인장으로 막지 않는 한 효과가 없다고 밝혔다. 연구원은 “전자파 특성상 멀어질수록 약해지므로 숯이나 선인장보다는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전자파 차단에 효과적”이라고 설명했다.

▲ 휴대폰 오래 쓰면 암이나 백혈병 걸린다?

휴대전화 사용은 암·백혈병 발병과 연관성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11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역학조사 결과 이들의 연관성에 대해 ‘매우 제한적이고 약한 상관관계가 있다’”며 “10년 동안 매일 30분씩 한쪽 귀로 휴대전화 통화하면, 악성 뇌종양의 일종인 신경교종의 발병률이 높아진다”고 밝혔다. 휴대전화 전자파의 발암 등급은 커피나, 피클, 김치 등 절인채소와 동일한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전자파에 대처하는 자세

전자파의 위해성을 부각하고 경고하는 여러 정보가 있지만 전자기기를 멀리하라는 주의만 있을 뿐 똑 부러지는 대책은 현재 없는 상황이다.

김남 교수는 그 이유에 대해 “많은 연구를 통해 전자파가 확실한 발암물질이라고 판단되지 않고 그 위해성이 의심되지만 확실한 예방법이 도출되지 않았기에 사용자들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낮은 세기에서 장기간 노출됐을 때도 안전하다는 명확한 답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평소 조심할 필요가 있다”며 “가정에서 사용하지 않는 기기의 플러그는 뽑아놓고 기기가 동작 중일 때에는 50cm 이상 떨어져 있는 게 좋다”고 밝혔다.

국립전파연구원은 휴대폰 사용 시 직접 통화보다 이어폰, 스피커폰, 블루투스 등을 사용해 인체로부터 멀리할 것을 권고했고, 문자메시지나 SNS를 이용하는 것도 전자파 노출량을 줄이는 방법이라고 밝혔다.

kwoness7738@ilyoseoul.co.kr

권녕찬 기자 kwoness7738@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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