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새로운 정황 ‘포착’… 새 국면 맞이하나
양측 주장 조사결과 거짓 들통 나
대학 동창 친분 관계에 수사 초점
[일요서울 | 오유진 기자] 넥슨이 진경준 검사장(법무연수원 연구위원)의 ‘주식 대박’ 의혹에 휩싸였다. 김정주 NXC(넥슨 지주회사) 대표와 진 검사장 측은 ‘개인투자자 간의 거래’라고 주장해 왔지만 검찰의 거듭된 조사 결과 거짓말로 밝혀졌다. 이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진경준 검사장은 2005년 취득한 넥슨 주식을 지난해 되팔아 약 120억 원가량의 시세차익을 얻었다. 진 검사장은 시세차익 의혹이 불거지자 자신의 돈으로 주식을 매입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검찰 수사 결과 주식 매입자금의 출처는 넥슨 측이 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
앞서 진 검사장은 2005년 비상장주인 넥슨 주식 1만 주를 4억2500만 원에 매입해 지난해 126억 원에 팔았다. 공직자윤리위원회 조사 결과 최초 매입자금 4억2500만 원은 넥슨이 빌려준 돈으로 드러났다.
당초 진 검사장은 넥슨 주식을 매입한 4억2500만 원에 대해 “원래 가지고 있던 돈”이라고 해명했지만 공직자 윤리위 조사에서는 “내 돈과 장모에게 빌린 돈을 합쳤다”고 말을 바꿨다.
그러나 공직자 윤리위 조사에 따르면 넥슨이 2005년 진 검사장과 함께 주식을 매입한 박성준 전 넥슨홀딩스 감사, 김상헌 네이버 대표에게 총 12억7500만 원을 빌려준 것으로 밝혀졌다.
넥슨 역시 “개인투자자 간의 거래”라고 해명해 오다 공직자윤리위 조사 결과가 나오면서 “주식 매입 자금을 빌려주기는 했지만 4개월 만에 모두 갚았다”고 말을 바꿨다.
넥슨 측은 “미국 법인장이던 이 씨가 넥슨을 떠나면서 지분을 매각하려 했고 급하게 투자자를 물색하는 과정에서 자금을 대출해주게 됐다”며 “주식이 외부로 유출되는 걸 막고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 심우정)는 지난달 27일 진경준 검사장에게 넥슨 비상장 주식을 넘긴 이모 전 넥슨 USA 법인장을 소환 조사해 이 씨가 가지고 있던 넥슨 비상장 주식 3만 주를 매각한 과정에 대해 조사했다. 이 씨는 검찰 조사에서 “미국으로 이민을 가게 돼 한국에 있는 재산을 정리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2005년 당시 넥슨은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코스닥에 상장하는 가운데 비상장으로 남아 있는 유일한 곳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주식이었다. 주식 매수 희망자를 찾기 어렵지 않은 상황이었음에도 급하게 투자자를 찾아야 했을 때 ‘진 검사장’이 선택된 데에 의혹이 따른다. 일각에서는 진 검사장과 김정주 회장은 서울대 86학번 동기로 대학 시절부터 절친한 사이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또 금융정보분석원 출신 검사에게 4억 원이 넘는 돈을 빌려주면서 주식을 매입하도록 했고 자금 출처에 대한 거짓 증언 여부도 의문점으로 남아 있다. 업계는 넥슨 주식의 손쉬운 취득에 대해서도 김 회장과 진 검사장은 충분히 해명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진 검사장 뇌물수수로 고발
현재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진 검사장과 관련 인물들에 대한 계좌 추적 영장을 발부받아 금융거래 내역을 조사하고 있다. 지난 4월 투기자본감시센터는 진 검사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다.
검찰은 뇌물 혐의 대신 ‘수뢰 후 부정처사’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뢰 후 부정처사는 공무원 등이 뇌물을 받은 뒤 직무와 관련된 부정행위를 의미한다. 공소시효는 부정한 행위를 한 때로부터 10년이다. 진 검사장이 수사와 관련해 넥슨에 편의를 제공한 사실이 밝혀지면 형사처분이 가능하다.
다만, 공소시효가 지나서 실제 처벌이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진 검사장이 주식을 취득한 시점이 2005년이므로 공소시효인 10년이 지난 것이다. 2007년 1억 원 이상 뇌물죄의 공소시효가 15년으로 늘어났지만, 진 검사장이 주식을 취득한 시점은 법이 개정되기 전이다.
그러나 진 검사장의 새로운 혐의가 드러나면서 해당 사건은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는 진 검사장과 넥슨 측의 주식거래를 조사 중 진경준 검사장이 지난 2005년 6월 취득한 1만 주를 2006년 11월 10억 원에 팔고 10억 원으로 넥슨재팬 주식 8500여 주를 사들인 사실을 새롭게 파악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2006년 11월 거래를 별도의 거래로 보고 공소시효를 적용할 수 있을지 관련 법리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넥슨은 저연령층을 주 타깃으로 잡아 캐쥬얼 게임 위주로 개발했다. 이에 일부 누리꾼들은 ‘코묻은 돈’을 모아 대한민국 대표 게임회사로 성장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넥슨의 ‘코묻은 돈’의 출처는 앞서 캐시 결제가 전화로 본인 확인 없이 전화해서 숫자만 누르면 결제되는 시스템을 갖췄던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학부모들은 전화비가 수십만 원씩 나오자 한국소비자원에 환불해달라는 항의 글을 올렸지만 돌려받을 수 없었다.
코묻은 돈 대학 동기에게
이후 넥슨은 부모님 동의 시스템을 도입해 논란을 잠재웠다. 하지만 문화상품권결제가 성행하면서 문제는 되풀이되며 넥슨의 성장세는 높아져갔다.
당시 넥슨의 캐시 결제 시스템은 법적인 제재와 전혀 무관했다. 현재는 캐시 사용내역이 없다면 운영진과 고객센터를 통해 환불절차를 밟아 환불을 받을 수 있다.
이 같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연간 2조 원대 매출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특히 넥슨의 게임 ‘메이플스토리’는 2003년 정식 서비스를 시작해 2009년 누적 매출 2000억 원을 돌파한 바 있다. ‘메이플스토리’뿐만 아니라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카트라이더’ 등 성공적으로 한국 게임 시장에 연착륙했다.
한 매체는 “이처럼 타고난 운을 바탕으로 넥슨을 대기업으로 키워낸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김 회장은 그 운을 자신의 대학 동기 동창인 진경준 검사장에게도 나눠주고 싶어했던 것 같다”며 꼬집었다.
oyjfox@ilyoseoul.co.kr
오유진 기자 oyjfox@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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