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박시은 기자] “그럼, 살려요”란 대사와 함께 신드롬을 일으킨 드라마 ‘태양의 후예’와 예능 프로그램 ‘런닝맨’ 등의 배경이 됐던 아랍연맹(AL)에 대한 관심이 커졌다.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가상 국가를 배경으로 했지만 아랍연맹 의장 등장 등의 설정이 이뤄졌으며, 런닝맨에서는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 등장으로 눈길을 끌었다. 이와 더불어 국제사회의 아랍연맹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추세다. 우선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대형 발주로 인한 국내 건설업계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중동 분쟁으로 인한 난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노력에 적극 동참해나가고 있다. 중국도 중동 평화와 발전의 조력자로서 새로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섰다.

건설업계 기대 높아…중국도 중재자 자처해
최근 인기리에 종영된 KBS 드라마 ‘태양의 후예’는 아랍연맹 중 한 국가를 연상케 하는 배경으로 설정됐다. 가상 국가인 ‘우르크’가 배경이지만 아랍권과 경계를 둔 분쟁지구 같은 느낌을 주는 공간으로 설정된 것이다.
특히 이 같은 상황은 주인공인 군인 유시진(송중기) 대위가 아랍연맹 의장의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서 여주인공 의사 강모연(송혜교)에게 그를 살릴 수 있는지 묻는 장면에서 극대화 됐다. 유시진 대위가 아랍연맹 의장을 살릴 수 있다고 대답하는 강모연에게 “그럼, 살려요”라고 말한 뒤 총을 들고 아랍 측과 대치하는 장면과, 이 수술로 목숨을 구한 아랍연맹 의장이 두 사람에게 각각 명함 한 장씩을 내밀며 “아랍동포가 사는 땅에서 그 명함을 내밀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하는 장면 등에서다.
해당 장면이 전파를 탄 뒤 아랍연맹에 대한 관심이 증폭됐다. 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배경으로 설정된 곳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또 SBS 예능 프로그램인 ‘런닝맨’에 아랍에미리트의 두바이가 등장하면서 아랍연맹국에 대한 인기는 더욱 높아졌다.
두바이는 사막 위에 세워진 도시로 세계 최고층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 7성급 호텔인 버즈 알 아랍 등이 유명하다. 버즈칼리파는 영화 ‘미션 임파서블’에 등장하기도 했다.
런닝맨 방영 전 한 달과 비교해볼 때 스카이스캐너 서비스를 통해 두바이 항공권을 검색한 수치는 런닝맨 방영 후 25% 증가했다.
아랍연맹은 ▲이집트 아랍 공화국(Arab Republic of Egypt) ▲알제리 인민 민주주의 공화국(People’s Democratic Republic of Algeria) ▲모로코(Kingdom of Morocco) ▲수단 공화국(Republic of Sudan) ▲이라크 공화국(Republic of Iraq) ▲사우디 아라비아 왕국(Kingdom of Saudi Arabia) ▲예멘 공화국(Republic of yemen) ▲시리아 아랍 공화국(Arab Republic of Syria) ▲튀니지 공화국(Republic of Tunisia) ▲소말리아 연방 공화국(Federal Republic of Somalia) ▲대리비아 아랍 사회 인민 공화국(구 카다피 정권 명) ▲요르단 하쉬마이트 왕국(Kingdom of Jordan Hashimite) ▲아랍에미레이트(United Arab Emirates nation) ▲레바논 공화국(Republic of Lebanon) ▲모리타니아 이슬람 공화국(Islamic Republic of Mauritania) ▲오만 술탄국(Sultanese Oman) ▲쿠웨이트국(Kuwait Nation) ▲카타르(Qatar Nation) ▲코모로 연방국( Union of the Comoros) ▲지부티 공화국(Republic of Djibouti) ▲바레인 왕국(Kingdom of Bahrain) ▲팔레스타인 자치지구(Palestine) 등 아랍권 22개국으로 구성돼 있다.
아랍연맹에 대한 관심은 국제사회에서도 커지고 있는 추세다.
앞서 우리나라는 중동 분쟁으로 인한 난민 위기에 대처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에 적극 동참해 나가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국내 건설사 진출 ‘러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해 9월 유엔총회 참석을 위해 뉴욕을 방문하던 중 나빌 알아라비 아랍연맹 사무총장과 회담을 가졌다.
윤 장관은 “한국이 시리아, 이라크 난민에 2011년 이래로 총 2700만 달러 규모의 인도적 지원을 해왔다”며 “앞으로도 지원을 계속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같은날 회담을 가진 이라크의 이브라힘 알 자파리 외교장관도 “IS(이슬람국가) 등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이산민이 대량 발생해 인도적 지원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며 적극적인 지원을 요청했다.
이에 대해 윤 장관은 “1000여 명의 한국인들이 어려운 치안 여건에서도 인프라 건설 등 이라크 재건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윤 장관은 셰이크 압둘라 빈자이드 알나흐얀 아랍에미리트 외무장관과도 만나 양국 협력 강화 방안 등을 논의하면서, 아랍에미리트 내 병원 위탁운영 입찰에 참가한 한국 병원에 대해 지지를 요청했다.
이를 발판으로 국내 건설업계는 ‘중동의 봄’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최근 쿠웨이트, 아랍에미리트 등에서 대형 발주가 대기하면서 중동시장 전체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쿠웨이트 국영정유회사 KNPC가 발주한 미나알아마디(MAA) 정유공장 유황 처리시설 프로젝트에 대한 EPC(설계·조달·시공) 입찰서가 국내 업체에 발급됐다. PQ(입찰사전심사)에 통과한 건설업체는 현대건설과 대림산업, 대우건설, GS건설, SK건설, 한화건설, 현대엔지니어링, 삼성엔지니어링, 현대중공업 등이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6월 19일이다.
쿠웨이트 민자사업청(KAPP)가 발주한 30억 달러 규모 북부 아주르 2단계 민자 발전소·담수공장 프로젝트도 입찰을 앞두고 있다.
PQ에 통과한 3개 컨소시엄에 모두 국내 업체가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입찰 마감은 당초 지난 10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는 6월 21일로 연기됐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과거 전통적 수주 텃밭인 중동시장은 최근 유가하락으로 인해 주춤했지만 우리 기업은 EPC 분야의 기술력이 충분하고 유가가 반등한다면 강점을 보일 것이다”고 전했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수전력청(DEWA)가 발주한 제벨알리 K발전소 3단계 확장 프로젝트의 EPC 입찰서도 지난 8일 발급됐다. 500 MW급 가스발전소를 추가로 건설하는 4억 달러 규모의 공사다.
아랍에미리트 연방수전력청(FEWA)가 발주한 4억 달러 규모의 움 알콰인 민자 담수공장 프로젝트의 PQ도 발급됐다. 입찰 마감일은 오는 10월말로 예정돼 있다.
아부다비 스웨이한 민자 태양광 발전소 프로젝트의 PQ 역시 통과한 34개 업체 중 단독으로 참여할 수 있는 8개 팀에 한전·GS건설·한화큐셀 컨소시엄이 포함됐다. 공사 규모는 7억 달러이며 오는 9월 중순 입찰 마감일이 예정돼 있다.
앞서 지난달 업무협약을 맺으며 가시화되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 신도시 건설공사도 오는 9월 내로 결판날 전망이다. 이 공사는 사우디 수도인 리야드에서 동쪽으로 14km 떨어진 다흐야 알푸르산에 분당신도시 2배 규모(38㎢)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으로, 총 사업비가 최소 180억 달러(2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시공은 대우건설과 한화건설이 맡았다. 지난 9일엔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쿠웨이트 주거복지청과 신도시 개발사업 구체화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카타르는 오는 2022년 카타르월드컵을 앞두고 대대적인 발주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우리나라와 고위급 면담을 통해 주택·교통·플랜트 분야 등의 협력방안을 논의한 바 있다.
다만, 이라크에서 진행중인 카르발라 정유공장 사업은 발주처의 대금지급 지연으로 중단될 위기에 놓였다.
중국도 총 공세 구상
중국도 아랍에 대한 경제지원 총공세를 구상하고 있다.
지난 1월 중동을 순방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아랍연맹 본부에서의 연설을 통해 “중동 지역의 평화를 회복하고 아랍 세계의 발전을 촉진하기 위한다”면서 “중동 지역은 전쟁과 혼동의 지역으로 비춰질지 모르지만 풍부한 가능성을 가진 지역이다. 중국이 아랍 세계의 발전을 위한 조력자 역할을 맡을 것”이라고 밝혔다.
시진핑 주석은 “중동 지역의 혼란은 발전이 되지 않고 있는 데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궁극적인 해결책은 중동 경제 발전에 달려 있다”고 지적했다.
마무드 알람 전 주중 이집트 대사 역시 “아랍 세계가 직면한 근본적 문제들은 대부분 성공적인 경제발전 모델을 찾지 못한 데 기인한 것”이라면서 “경제발전이 사람들로 하여금 공통의 이익을 추구하고 이견을 극복하도록 하는 가장 바람직한 길이다”고 공감했다.
이에 따라 시진핑 주석은 “차관과 재정 지원, 투자 등을 통해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삶을 개선하는 데 5000만 위안(753만 달러), 시리아와 요르단, 레바논, 리비아 및 예멘 국민들을 위한 인도적 지원에 2억3000만 위안(3500만 달러)을 지원하겠다고 알렸다.
또 중동 지역의 산업화를 위해 150억 달러의 독점적 차관(exclusive loan)과 100억 달러의 기업 대출, 100억 달러의 양허성 차관 등 다양한 차관 프로그램들을 통해 중국과 아랍 국가들 간 생산 능력 협력을 촉진시켜 나간다는 계획이다.
이밖에 “아랍에미리트 및 카타르와 함께 에너지 자원 개발 및 인프라 건설, 첨단 제조업에 초점을 맞춘 200억 달러 규모의 공동투자기금을 조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아랍 국가들의 치안 유지 능력 제고를 위해 경찰 병력 훈련 등에 3억 달러를 지원할 것을 약속했다.
중국은 이와 함께 1000명의 아랍 청년 지도자들에게 중국 내 연수 기회를 제공하고 양측 간 싱크탱크 및 학자들의 교류도 크게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의 움직임은 중동의 새로운 중재자 역할을 통한 영향력 확대 의도로 풀이된다. 중동지역 갈등과 분쟁 등에 수십 년간 직접적으로 개입해온 미국의 중동개입전략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또 지난 13일 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에 관한 국제 재판소의 판결을 앞두고 아랍연맹 회원국 지지를 한꺼번에 확보해 우군 확보에 힘을 실었다.
박시은 기자 seun897@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