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서울 | 김종현 기자]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압축되며 세계 바둑계뿐만 아니라 IT계를 흥분시킨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이 연거푸 승리를 내준 가운데 이세돌 구단이 1승을 거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알파고를 통해 세간의 관심을 집중시킨 구글이 승패와 관계없이 진정한 승자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9일부터 알파고와 5국의 대결을 펼치고 있는 이세돌 9단은 지난 10일 진행된 대국을 마친 후 “초반부터 한순간도 앞섰다고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할 말이 없는 정도다. 알파고의 완벽한 대국”이라고 완패를 인정했다.
앞서 이세돌은 지난 9일 첫날 대국에서 “이제는 (승률이) 5대5”라고 말할 정도로 자신감을 이어왔지만 두 번째 대국 뒤엔 알파고의 실력이 자신보다 우월하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 됐다.
10일 대국을 놓고 전문가들은 알파고가 보인 기량이 상상을 넘어섰다고 평가했다. 단지 수 계산을 잘하는 차원이 아닌 전략적 판단과 창의성에서 인간을 압도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대해 관계자들은 “이세돌 9단이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다.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건 알파고 뿐”이라고 말한다.
이는 당초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대결이 일방적으로 불합리하다는 계산에서 시작된다. 알파고는 1202개의 컴퓨터 중앙처리장치(CPU)와 176개의 그래픽처리장치(GPU)로 이뤄져 있다. 여기에 알파고는 ‘정책망’과 ‘가치망’이라는 신경으로 구성돼 있어 정책망은 돌을 놓을 위치를 선택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가치망은 해당 수를 뒀을 때 이길 수 있는 확률을 분석해 최적의 방안을 도출해낸다.
즉 구글 측에 따르면 알파고는 1초에 최대 10만수를 내다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에 관해 전문가들은 이번 대국이 불공평하다며 “바둑의 경우의 수가 우주의 원자보다 많은 10의 170제곱에 달하지만 모든 수를 계산해낼 수 있는 인공지능에게는 불가능한 것이 아니다”라며 “애초에 구글은 확신이 없었으면 도전장도 내밀지 않았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이번 세기의 대결의 최종 승자는 구글이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 대결로 100만 달러(12억 원)의 상금을 내건 구글이 이미 100배가 넘는 광고 효과를 누린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이번 대결에 전 세계에서 주목을 받으며 이미 계산이 불가능할 정도로 톡톡한 마케팅 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된다.
김종현 기자 todida@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