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 고양시장 ‘암환자’ 고소, 왜?
최성 고양시장 ‘암환자’ 고소, 왜?
  • 송승환 기자
  • 입력 2015-12-28 10:16
  • 승인 2015.12.28 10:16
  • 호수 1130
  • 20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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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예훼손” vs “건전한 비판과 정당한 견제”

[일요서울 | 송승환 기자] 2008년부터 현재까지 8년째 방광암으로 투병 중인 시민운동가 조대원(45) 맑은 고양 만들기 시민연대(이하 맑고연) 상임대표가 명예훼손 등의 혐의로 피소(被訴)됐다. 24일 일산경찰서에 따르면 최성(52) 경기도 고양시장(새정치민주연합)이 조 대표를 명예훼손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최근 고소(告訴)하자 해당 시민단체가 무고(誣告) 혐의로 맞고소, 갈등이 정점(頂點)을 찍고 있다. 지난달 출범한 시민단체 맑고연은 지난 23일 보도자료를 내고 최성 시장이 조대원 대표를 명예훼손 등으로 고소한 것에 대해 최 시장을 무고 혐의로 맞고소했다고 밝혔다. 맑고연은 “권력자의 행정 전반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정당한 견제가 명예훼손 대상이 된다면 이 나라에 더 이상 희망이 없다”며 “법(法)으로 보장된 시위와 비판에 재갈을 물리려는 시도에 대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 시장 측은 최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4월부터 일산 백석동 주상복합아파트 인허가와 관련해 사실이 아닌 내용을 사실인 것처럼 가장해 현수막을 시내 곳곳에 내걸고 SNS에 최 시장이 친북(親北)발언을 한 것처럼 묘사하는 등 정도가 지나쳐 고소했다”고 밝혔다.


일산 요진 와이시티’ 둘러싼 진실공방 ‘점입가경’

# 제1라운드
최성 시장 vs
김영선 전 시의원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들의 도시, 고양시 최성(崔星) 시장의 고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최 시장은 ‘최성 시장을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새누리당 김영선(48·여) 전 고양시의원에 대해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지난해 1월 11일 검찰에 고소했다. 최 시장은 이날 보도자료를 내고 “출판물에 허위사실을 적시함으로써 공직선거법을 위반했을뿐만 아니라 출판기념회에서 비방 토론은 지방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시민의 판단을 흐리게 하는 흑색선전”이라고 밝혔다. 당시 최 시장은 “김 전 시의원이 일방적으로 주장하는 내용을 유포하는 또 다른 행위 역시 법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김 전 시의원은 “최 시장이 시의원의 정상적인 의정활동을 왜곡하며 본질(本質)을 호도하고 있다”며 “대의기관인 시의원으로서 현직 시장에게 묻고 따진 것이지, 고양시장 출마 예정자인 자연인 최성 후보에게 묻거나 따진 바 없다”고 반박했다. 김 전 시의원은 “법정에서 모든 문제의 실체적 진실이 밝혀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김 전 시의원은 400여 쪽 분량의 책에서 일산 킨텍스(KINTEX·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공동 출자해 설립한 국제 전시·컨벤션 센터) 부지를 헐값에 매각하고 추가협약으로 기부채납(寄附採納) 대상인 학교용지를 개발업체인 요진건설에 돌려준 것은 최성 시장이 배임(背任), 직권남용(職權濫用)을 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8개월 후인 8월 21일 의정부지방법원 고양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주식)는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공직선거법상 허위 사실 유포 혐의로 기소된 김 전 시의원에게 징역 6개월을 선고했다. 법정구속된 김 전 시의원은 즉각 항소(抗訴)할 뜻을 밝혔다. 지난 10월 29일 서울고등법원 제2형사부(부장판사 김용빈)에서 열린 항소심에서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에게 징역 6월과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특히 재판부는 김 전 시의원의 책 내용 중 킨텍스 C2부지 헐값 매각과 고양 농수산물 유통센터 내 주유소 운영에 대한 저술 부분은 유죄로 봤고, 일산 백석동 요진 와이시티(Y-City)부분은 원심(原審)을 파기(破棄)했다.

# 제2라운드
최성 시장 vs
조대원 시민운동가


지역의 대표적 시민단체인 일산포럼(대표 강현석 전 고양시장)은 지난 9월 3일 ‘고양시가 학교법인 휘경학원에 넘긴 와이시티(Y-City) 학교부지(379억 원) 어떻게 하나’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시민운동가 조대원 맑고연 대표는 “시민들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 이상한 것”이라며 “최성 시장은 좀 더 겸허한 자세로 시민들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의혹에 대해 당당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학교부지 논란에 대해 “최 시장의 말이 맞는지, 제 말이 맞는지 언제 어디서라도 좋으니 시민들 앞에서 한 번 제대로 판단을 받아보자”며 최 시장에게 ‘맞장토론’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최 시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계속되는 허위사실과 명예훼손 범죄는 끝까지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밝혔다. 최근 조대원 맑고연 대표는 “최 시장의 요진 와이시티(Y-City) 학교부지 기부채납 포기 및 일산 풍동 서울YMCA 청소년 수련시설 부지 특혜 의혹 등 고양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상식적인 행태에 문제제기를 해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고양시는 지난 11월 17일 보도자료를 내고 “‘서울YMCA 청소년 수련시설 부지 특혜 의혹’제기에 대해 단호한 법적 조치를 취하고 당시 위법적 행정을 바로잡아 진실규명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번 고소 사건에 대해 일산경찰서 수사과 사이버팀 김남식 경위는 “답변할 위치에 있지 않다”며 “조사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구체적인 혐의 내용을 밝히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의혹 제기 못하면
정치권력은 누가 감시하나”

고양시청 공보담당관실 김동원 언론홍보팀장은 “최근 언론 보도를 보고 최 시장이 시민운동가를 고소했다는 것을 인지하게 됐다”며 “현재 시(市)의 공식 입장은 없고, 계속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단체인 대한민국 정의구현 시민연합(정의연합) 윤광제 상임대표는 “의혹을 제기했다고 시민운동가를 고소하는 최 시장의 자질과 능력에 심각한 의문이 들 정도”라며 “시민단체와 언론이 의혹 제기를 못하면 정치권력은 누가 감시하느냐”고 반문했다. 윤 대표는 “명예훼손죄의 취지는 거대 언론사가 힘없는 개인의 명예를 훼손할 경우 보호하자는 것”이라며 “권력이나 돈 있는 사람들이 시민과 노동자, 시민단체들을 상대로 자신의 권리를 더 보호받기 위해 남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고양시에 많은 시민단체가 있는데 시민단체의 활동에 명예훼손 혐의를 들이댄다는 것은 최 시장 기분이 나쁘면 고소한다는 것 아니냐”며 강도높게 비판했다.

진실 공방 그 끝은 어디일까.


박근혜 대통령의 세월호 참사 당일 행적에 의혹을 제기해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된 일본 산케이(産經)신문 가토 다쓰야(加藤達也·49) 전 서울지국장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진실공방’의 불꽃이
법정으로?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30부(부장판사 이동근)는 지난 12월 17일 “피고인의 기사는 부적절한 점이 있지만, 공익적인 목적으로 작성한 측면이 있음을 고려하면 민주주의 사회에서 언론의 자유 보호 영역에 포함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우리나라가 민주주의 제도를 취하고 있는 이상 민주주의 존립과 발전의 필수인 언론의 자유를 중시해야 함은 분명하다. 헌법에도 언론의 자유 보호를 명시하고 있으므로 공직자에 대한 비판은 가능한 한 보장돼야 한다”고 판시했다.


고소한 최성 시장과 맞고소한 조대원 대표, 만약 어느 한 쪽의 주장이 허위로 드러날 경우 적지 않은 타격이 불가피해보인다. 그러나 이번 사건이 말만 무성한 정치적 공방으로 끝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관측된다. ‘진실공방’의 불꽃이 과연 법정으로 옮겨붙을 수 있을까. 

songwin@ilyoseoul.co.kr

송승환 기자 songwin@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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