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고소영이 SBS TV ‘푸른 물고기’(극본 구선경·연출 김수룡)를 통해 9년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했다. 지난 4월7일 첫 방송된 ‘푸른 물고기’는 남녀 커플의 지고지순한 사랑을 그린 미스터리 멜로 드라마. 운명처럼 만난 남녀가 부모 세대의 악연으로 영문도 모른 채 헤어지게 되면서 일어나는 우여곡절이 펼쳐진다. ‘태양의 남쪽’과 ‘그린 로즈’에 이어 김수룡 PD가 내놓는 미스터리 3부작 완결편으로 고소영, 박정철, 류태준, 박한별 등이 출연한다. 드라마 제작발표회장에서 만난 고소영은 “막판까지 출연 여부를 두고 고심했다”며 “극중 바이올리니스트 역할이라 바이올린 연습도 해야하고 연기자끼리 호흡도 맞추느라 시간이 다소 지체됐다”고 말했다.
고소영의 드라마 출연은 1998년 MBC TV ‘추억’ 이후 9년 만이다. 그동안 그는 스크린과 CF를 통해서만 얼굴을 내비쳤다.
“9년만의 TV 드라마 출연이라니 세월이 정말 빨리 지나가요. 사실 컴백이라 말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쑥스럽네요. 그동안 영화의 매력에 푹 빠졌던 게 사실이에요. 드라마와 달리 가족 같은 분위기가 너무 마음에 들었거든요.”
고소영은 드라마 ‘못된 사랑’으로 2년전부터 컴백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이 무산되면서 ‘푸른 물고기’가 컴백작이 됐다.
“‘푸른 물고기’는 제목의 느낌이 좋았어요. 오랜만에 출연하는 드라마인데 정통 멜로를 하고 싶었죠. ‘푸른 물고기’는 제가 받았던 제안 가운데 정통 멜로에 가장 가까웠고, 반전과 미스터리가 가미돼 선택했어요.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겁을 많이 먹었어요. 실제 오랜만에 드라마를 하다보니 체력 소모가 심해 촬영장에서 많이 챙겨먹고 있어요. 어떤 때는 화장실에 갈 시간도 없이 촬영한다니까요.”
고소영은 그동안 깍쟁이 이미지 때문에 연기 변신이 자유롭지 못했던 것이 사실.
“이제는 착한 역도 해보고 싶어요. 대중에게 보이는 이미지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새삼 깨닫고 있어요. 내성적인 면은 잘 안 고쳐지는 것 같아요.
게다가 워낙 화려하고 도시적인 이미지인 까닭에 오해도 많이 받고 억울할 때도 많지요.”
대본 보자마자 출연 결정
‘푸른 물고기’는 원수인 부모의 반대 속에 운명적 사랑을 나누는 남녀의 이야기다. 사랑을 키우지만 양가 사이에 벌어진 일을 모른 채 오해속에 이별하고 3년 뒤 다시 만나 뜨거운 사랑을 이어간다. 고소영은 바이올리니스트 정은수로 출연해 박정철(이현우 역)과 지고지순한 사랑을 나눈다.
“이번에 맡은 ‘은수’는 초반에는 밝고 사랑스러운 여자상을 드러내지만, 사랑으로 고통을 겪으면서 조용하고 차분해지는 역이에요.”
고소영은 최근 개봉된 ‘아파트’ ‘언니가 간다’를 비롯해 많은 영화를 촬영했다. 하지만 번번이 흥행에 실패했다. ‘엄마의 바다’ 등 드라마로 큰 성공을 거둔 고소영이 ‘푸른 물고기’를 통해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
“영화가 잘 됐더라면 좋았겠지만 모든 작품이 잘 될 수는 없잖아요. 드라마를 하면서 시청률에 신경 쓰지 않는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일단 열심히 하는 게 중요하죠. 시청자들이 ‘주인공 남녀가 헤어지지 않게 해주세요’와 같은 요청을 드라마 게시판에 올리는 등의 모습이 연출됐으면 좋겠어요.”
전도연 결혼에 자극
고소영은 정통 멜로 드라마인 ‘푸른 물고기’로 안방극장에 연착륙한 뒤 차기작은 전문직을 다룬 드라마에 출연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예전에 비해 다양한 드라마 캐릭터가 개발되고 있다는 것은 정말 반가운 소식이죠. 앞으로 그런 작품을 만나면 꼭 한번 도전해 보고 싶어요.‘
90년대 트로이카를 형성했던 심은하, 전도연, 고소영. 이들 중 고소영만 혼자 솔로로 남았다. 평소 결혼에 대해 언급을 꺼려온 고소영이 슬며시 말을 건넸다.
“호주 퍼스에서 드라마 촬영을 하다 우연히 전도연씨의 결혼 소식을 들었어요. 나도 이제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어요.”
‘푸른 물고기’에서 지고지순한 사랑을 펼치게 되는 고소영은 실제로도 항상 지고지순한 사랑을 해왔단다.
“화려하고 도시적인 이미지 때문에 오해를 받거나 억울한 경우가 많아요. 이 직업에 종사하다 보면 좋아하는 사람(연애 상대)을 만나기가 힘들죠. 그러다 보니 한 사람을 만나면 오래도록 만나게 돼요. 매번 새로운 사람을 만나 또다시 서로를 알아가야 하는 과정은 힘든 것 같아요. 정말 잘 맞는 좋은 짝이 있다면 노력해서 계속 잘 맞춰가야지 짧은 텀으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긴 힘들어요. 그래서 한번 사귀면 오래 사귀죠.”
이정민 com423@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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