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보도 상이군경회 검침사업 입찰 제안서 위조해 거액 낙찰 의혹
단독보도 상이군경회 검침사업 입찰 제안서 위조해 거액 낙찰 의혹
  • 윤지환 기자
  • 입력 2011-09-06 14:02
  • 승인 2011.09.06 14:02
  • 호수 905
  • 14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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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전력 제안서 내용 허위 지적에도 “문제없다” 입장만
상이군경회 검침사업본부에서 한전 용역 입찰에 제출한 제안서 가운데 일부 해당 내용 중 상당 부분이 허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2700억 원대 용역사업 상군회가 대부분 독식 경쟁업체들 반발
전국 20% 물량, 20개사 응찰 경쟁 상이군경회 10건, 새서울산업 3건 수주


최근 상이군경회(이하 상군회)가 수주한 한국전력 검침용역사업을 두고 입찰특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전은 지난 8월 초 전국 13개 사업본부별로 실시한 검침용역 경쟁입찰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군회가 총 13개 입찰 중에 10개를 수주했다. 나머지 3개는 새서울산업이 수주했다. 이 입찰은 전국 1800만호 검침용역의 20%에 해당하며 추정예산액이 약 2682억 원에 달하는 대규모 물량이다.

[일요서울]이 입수한 문건에 따르면 상군회가 제출한 제안서 내용의 상당부분이 사실과 다르다. 용역사업과 관련해 한전의 입찰규정을 살펴보면 ▲제안서의 내용이 허위이거나 ▲한전이 마련한 제안서 작성방법을 따르지 않았거나 ▲제안서에 구체적 근거자료 없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기재했을 경우 입찰참여를 제한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 하지만 한전 측은 이에 대해 “자체적으로 제안서를 조사했으나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전 측에 따르면 이번 입찰에 총 20개사가 응찰해 치열한 경쟁을 벌였다. 낙찰률도 이전 입찰에 비해 10%p나 떨어졌다고 한전 측은 밝혔다. 낙찰률은 전반적으로 60%대와 70%대 초반을 기록했다.

이번 입찰에서 상군회는 서울본부, 남서울본부, 인천본부, 경기본부, 강원본부, 대전충남본부, 전북본부, 광주전남본부, 대구경북본부, 경남본부·제주특별지사 관할 사업소에 대한 검침용역을 수주했으며 새서울산업은 경기북부본부, 충북본부, 부산본부 관할 사업소 물량을 수주했다.

한전의 한 관계자는 “앞으로 세부 협상을 거친 뒤 8월 초 부터 본부별로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한전은 전기계량기 검침용역에 경쟁도입을 확대하고 있어 업체들의 수주전이 가열돼 왔다.

한전은 2005년까지는 한전산업개발, 신일종합시스템, 새서울산업, 상군회 등 4개 회사와 수의 계약해 왔으며 이후 경쟁 입찰이 도입되면서 전우실업과 삼영건설기술공사, 그린텔이 신규 진입했다. 한전은 검침용역을 오는 2012년까지 100% 경쟁체제로 전환한다는 계획아래 2006년부터 경쟁 입찰을 확대해 왔다.

한전이 경쟁입찰을 도입한 이유는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서였다.

검침사업과 관련해 용역업체 내부에서 횡령 등 여러 비리의혹이 불거짐에 따라 한전은 이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상군회는 이번 입찰에서 용역을 싹쓸이하다시피 했다. (정확히 말해 상군회의 이번 입찰 참여는 상군회에 소속된 검침사업본부가 주도했다.)

상이군경회 특혜 의혹

문제는 입찰 이후다. 경쟁업체들은 “상군회가 이번 입찰에서 특혜를 받은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경쟁 입찰은 그 특성상 업체들 간에 신경전이 치열하다. 때문에 입찰을 전후해 낙찰 받지 못한 업체들은 대부분 입찰에 불만을 제기하기 마련이다. 경쟁업체에 대해 음해성 루머를 퍼뜨리는 경우도 허다하다. 그러나 최근 한전 입찰에 참여했던 업체들 사이에서 돌고 있는 말을 들어보면 단순 루머가 아니다.

입찰에 참여한 A업체 관계자는 “이번 입찰은 경쟁 입찰인만큼 상군회가 정당하게 용역을 수주했다면 우리도 깨끗이 승복했을 것”이라며 “하지만 나중에 우리가 확인해보니 상군회는 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해 검침용역을 수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 측이 왜 이를 알면서도 묵인하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강력히 반발했다.

또 이 관계자는 “한 입찰 참여 업체가 한전 측에 ‘상군회가 제안서를 허위로 작성했으니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으나 한전 측은 ‘입찰에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문제는 없었다’고 통보해왔다”고 말했다.

입찰에 참여했던 또 다른 업체의 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이번에 입찰한 사업은 금액 기준으로 전체 사업 규모가 2682억 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85%인 2280억 원을 상군회가 쓸어 담은 것이다. 지난해 상군회가 따낸 입찰 규모는 194억 원으로 이번 입찰에서 따낸 용역은 지난해에 비해 10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상군회가 제안서 내용을 허위로 기재하고도 전년대비 10배 이상의 용역을 싹쓸이하는 전례 없는 일이 발생하자 경쟁업체들은 특혜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한전, 상군회 봐주기?

이번 입찰에서 가장 피해가 큰 업체는 전기검침 전문업체인 한전산업개발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업계 1위였지만 올해 입찰에서는 1건도 낙찰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전산업개발 측은 뒤늦게 상군회 측의 제안서에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고 한전 측에 공문을 보내 상군회 입찰 제안서를 다시 한 번 정확히 조사해 달라고 촉구했다. 한전산업개발의 한 관계자는 “이번 입찰에서 상군회가 제출한 제안서는 많은 문제가 있다”며 “우리가 자체적으로 상군회 제안서 내용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제안서 내용의 상당부분이 허위였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관계자는 조사 내용을 제공해 달라는 [일요서울]의 요청에 “업체가 제출한 제안서는 외부로 유출할 수 없게 돼 있고 우리도 상군회 제안서 전체 내용을 아는 게 아니다”라며 문제의 상군회 제안서는 공개하지 않았다.

별도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상군회의 제안서 허위기재사항은 다음과 같다.

그 허위사실을 보면 ▲10년간 한전의 검침사업평가 1위(실제3위) ▲10년 고객만족도 1위(실제3위) ▲10년 한전 지시사항이행도 1위(실제 2위) ▲정규직화 100% 이직율 제로(실제 약10%) 등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부분은 위임원(비정규직 현장직원)의 정규직전환 후 급여인상 내역이다. 기존의 위임원 임금은 164만4011원선이었지만 4대 보험, 퇴직금, 복리후생 비용을 포함해 90만4101원 인상해 현재 위임원 임금이 254만8112원 선이라고 상군회 제안서에 드러나 있다. 하지만 이는 모두 허위사실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은 제안서 80점, 입찰단가(최저가입찰) 20점으로 입찰제안서의 내용이 낙찰을 좌우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입찰 제안서의 허위기제는 사소한 것이라 해도 매우 민감한 문제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한전 측은 큰 문제되지 않는다며 제안서 허위기제를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모양새다.

상군회 제안서의 문제

상군회의 제안서 ‘제안의 개요’ 1쪽을 보면 상군회는 ‘한전 2010년 경영평가(업무수행실적평가) 1위’라고 적혀 있다. 하지만 한전의 자료를 살펴보면 당시 상군회는 97.79점을 획득해 3위를 차지한 것으로 나와 있다.
또 제안서에는 ‘직위, 직급, 근무지 조정에 의한 급여삭감 0%’, ‘100% 정규직화, 이직률 0%’라고 기재돼 있으나 이 역시 허위사실이다. 상군회에서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들은 극소수이고 부당한 대우를 견디지 못해 이직을 하는 이들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상군회 강북사업소의 경우 2010년 인계 위탁원은 총 59명이었으나 이 중 정규직으로 전환된 이는 6명에 불과했다. 중부 사업소의 경우도 같은 해 인계 위탁원은 24명이었으나 정규직 전환자는 고작 3명뿐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군회는 2010년 한국전력 지시사항 이행도 1위라고 제안서에 밝혔으나 실제로는 1.8점을 받아 2위를 차지했다.

이처럼 상군회는 제안서 평가의 중요항목을 대부분 허위로 기재해 입찰에서 용역을 따낸 증거가 뚜렷한데도 한전 측이 이를 문제 삼지 않자 일부에서는 “검은 커넥션에 근거한 특혜아니냐”는 의혹까지 제기되고 있다. 동시에 “한전은 기존의 용역 독점이라는 폐단을 없애고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경쟁 입찰 제도를 도입했지만 이런 식이라면 또 다른 방식의 일감몰아주기 특혜가 될 수밖에 없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전 감사실은 “업체 제안서에서 계약 해지에 이를 만큼 명백한 허위사실 기재사항을 발견하지 못했다"며 “검침 용역 입찰 주관 부서인 영업처에서도 묵인이나 특혜 제공 사실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일부에서 제기된 특혜의혹을 일축했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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