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측은 뒤늦게 성적에 따라 수업료를 부가하는 벌금형 제도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3명의 학생이 목숨을 잃을 때까지 침묵하던 카이스트가 내놓은 대책치고는 궁색하기 이를 데 없다.
서 총장은 지난 7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근본적인 대책을 논의하고 거의 마무리되어가는 이 시점에서 또 이러한 비극적인 사건이 벌어져 너무나 안타깝다”고 참담한 심경을 전한 뒤 학교 내의 과도한 경쟁체제를 개선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서 총장은 이 자리에서 “성적이 부진한 학생에게 수업료를 부과하는 징벌적 수업료를 폐지하고 전 과목 영어수업을 축소, 필수적으로 이수해야 할 과목도 감축하는 등 학생들의 학업부담도 줄이겠다”고 전했다.
이에 일부에서는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뿐만 아니라 서 총장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조국(46)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기자회견 다음날인 8일 트위터를 통해 “학생을 ‘공부기계’로 만들려고 수업료로 위협하며 비극을 낳게 한 장본인은 도의적 책임을 지고 물러나야 한다”며 “학생이 네 명 자살한 후에야 서 총장은 ‘차등수업료제’(차등 등록금제) 폐지를 발표했다. 서 총장은 학생 자살이 계속되는데도 ‘명문대생은 압박감을 이겨야 한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일응 맞는 말이지만, 교육자로서 할 얘기는 아니었다. 대학은 공장이 아니다”라고 비난했다.
또 카이스트의 약자 KAIST를 새롭게 해석한 것도 눈길을 끌었다.
조 교수는 차등 등록금을 부과하는 상대평가제에 대해 “(평가 항목에) ‘창의성’ 항목이 없다”면서 “이런 평가체제로 학생을 쥐어짜다가는 카이스트는 ‘Killers Advanced Institute of Stupid Technology’(멍청한 기술자를 만드는 살인자들의 학교)가 되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진보신당은 최근 잇따라 발생한 카이스트 학생의 자살 사건과 관련, 서 총장에 대한 진정서를 지난 8일 국가인권위원회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진보신당은 진정서에서 “서 총장은 학생 자살 등의 원인으로 지목된 차등 등록금 제도를 도입, 학생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했다”며 “사람 목숨까지 앗아가는 중대한 인권침해 행위에 대해 조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전날 오후 1시 20분께 인천시 만수동 모 아파트 주차장에서 카이스트 2학년 박모(19)군이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아파트 CCTV를 조사한 결과 박 군이 아파트 19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것으로 추정하고 정확한 경위를 조사 중이다.
학기 도중 최근 휴학한 박군은 평소 지인들에게 학업을 이어갈 의욕이 없다고 말해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윤지환 기자 jjh@dailypo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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