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서울 ㅣ 이범희 기자] 정부의 특별 사면이 발표된 지난 13일 검찰의 움직임도 바빴다.
이 날 하루에만 검찰수사 소식이 알려진 기업만 4곳 이상이다. 공교롭게도 이 4곳 모두 직원 개인 비리보다 오너 일가 비리로 몸살을 앓고 있는 곳이라 수사방향에 이목이 쏠린다.
포스코 비리를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조상준)는 포스코건설 시모(56) 부사장을 배임수재 혐의로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시 부사장은 2010년부터 최근까지 포스코건설 하도급업체인 D조경 이모 대표로부터 하청 관련 각종 청탁과 함께 1억5000만 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 조사 결과 1억5000만 원 중 5000만원은 포스코건설 비리에 대한 수사가 한창이던 지난 6월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검찰은 포스코건설 비리의 ‘종착지’로 여겨지는 정동화(64) 전 포스코건설 부회장에 대해 두 차례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모두 기각됐다. 그 때문에 검찰은 수사를 계속 진행할지, 아니면 조기에 마무리할지를 놓고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포스코건설의 주요 협력업체인 동양종합건설 배성로 전 대표를 피의자로 불러 조사한 뒤 정 전 부회장과 정준양(67) 전 포스코 회장 등 남은 인사들의 사법처리 여부와 수위 등을 결정할 방침이다.
KT&G 비자금 의혹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김석우)는 이날 경기도 안성에 있는 삼성금박카드라인 등 KT&G 협력업체 3곳 등 7개 곳을 압수수색했다.
이들 업체는 담배를 생산하는 데 필요한 종이류 등을 KT&G에 공급하는 회사 등인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날 오전 9시 30분부터 수사관 25명을 투입해 KT&G와의 거래 내역 관련 장부 등을 확보했다.
검찰은 KT&G가 담배 납품 과정에서 가공 거래를 만드는 등 매출 실적을 부풀려 비자금을 조성(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배임수·증재)하고 이 과정에 민영진(57) 전 KT&G 사장이 깊숙히 개입했다고 보고 있다.
검찰은 민 사장이 2010년 사장에 취임한 뒤 자회사 여러 곳을 인수해 운영하는 과정에서 회사 자금을 빼돌리고 손해를 끼친 정황 등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민 사장은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0년 취임한 뒤 2013년 연임에 성공했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하자 지난달 29일 전격 사퇴했다.
또한 검찰은 1000억 원대 부실 대출 의혹에 휩싸인 두산캐피탈 수사에도 박차를 가한다.
서울중앙지검 조사2부(부장 신호철)는 두산캐피탈 전·현직 임직원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과정에서 회사에 수백억원대 손실을 입히고 일부 자금을 빼돌린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 중이다.
두산캐피탈 재무적 투자자(Financial Investor)인 H사 고발장에 따르면 두산캐피탈은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서울 남대문 일대 복합 사무지구 개발사업을 추진한 A사에 1000억 원대 PF대출을 집행했다. 두산캐피탈은 A사의 사업이 수포로 돌아갈 때까지 지속적으로 대출규모를 늘리는 바람에 손실이 불어났다. 두산캐피탈은 그 결과 2012년 12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고발인들은 검찰에서 A사가 김씨의 친인척이 소유한 회사이며, 두산캐피탈 고위 임원의 횡령 의혹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고발된 두산캐피탈 전·현직 임직원을 상대로 소환 일정을 조율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이들을 불러 A사에 대한 대출 경위를 파악할 방침이다.
새정치민주연합 문희상 의원의 처남 취업 청탁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문 의원과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소환할 예정이다.
이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서울남부지검 관계자는 “문 의원과 조 회장을 소환할 예정”이라며 “아직 구체적인 시기와 피의자·참고인 신분 여부 등은 확정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문 의원은 2004년 고교 4년 후배인 조 회장에게 처남 김모씨의 취업을 청탁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씨는 청탁을 통해 미국 회사인 브릿지 웨어하우스 아이엔씨에 취업했지만 실제로는 근무하지 않고 2012년까지 74만 달러(약 8억 원)을 급여로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지난해 12월 보수시민단체 한겨레청년단의 고발로 문 의원을 둘러싼 취업청탁 의혹을 수사하기 시작했다.
이범희 기자 skycros@ilyoseoul.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