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총장 인선’ 김무성-문재인 ‘동병상련’
‘사무총장 인선’ 김무성-문재인 ‘동병상련’
  • 박형남 기자
  • 입력 2015-06-29 10:25
  • 승인 2015.06.29 10:25
  • 호수 1104
  • 6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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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도 힘드냐, 나도 힘들다…여·야 ‘공천이 뭐길래~’

 내년 총선 공천 열쇠…이종걸 제안 ‘불발’되자 문재인 ‘최재성 강행’
비노계, 대응방안 마련 분주…‘손학규 대안론’, ‘분당 카드’ 만지작
김무성, 사무총장 임명, 친박-비박 계파 갈등 소지 때문에 고심
한선교 정두언 진영 등 수도권 인사 거론…유승민 거취따라 영남권 인사도

[일요서울ㅣ박형남 기자]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둘은 같은 정당도 아니고, 선후배 관계도 아니다. 같은 정치인이라고 해도 가까운 관계도 아니다. 정당이 다른 두 사람은 PK(부산·경남)지역 출신으로 ‘대권’을 두고 서로 경쟁해야 할 사이다. 그런 두 사람이 ‘동병상련’이란 고사성어로 엮여 회자 중이다. 왜일까.


‘갈 길은 먼데 해는 저물고, 속만 끓이고 있다.’
내년 총선이 다가오는 가운데 정치권도 태풍권에 접어들었다.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하면서 정치권과 청와대 간 격돌이 한창이지만, 당내 상황을 살펴보면 이보다 더 복잡한 모습이다. 내년 총선을 대비해 당이 총선 체제로 전환하기 위한 당직인선 후폭풍이 거세다. 계파별 입장 차가 분명해, 계파갈등은 갈수록 증폭되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이 걸려 있기 때문이다.

비노계, 최재성 임명 반대
10월 재보선 文 거취 분수령

그 중 가장 관심이 집중되는 자리는 사무총장이다. 당 사무처 조직의 인사권과 재정권을 가지고 있는 막중한 자리다. 더구나 이번에 임명되는 사무총장은 내년 20대 총선 공천 열쇠를 쥐게 돼 여야 각 계파는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인선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다. 

우선 야당부터 살펴보자. 새정치연합은 정청래 최고위원, 김경협 의원의 ‘막말 논란’ 이후 친노 대 비노라는 계파구도 아래에서 진통을 겪다가 김상곤 혁신위를 구성, 당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그런데 문재인 대표가 원내대표 선출 과정에서 이종걸 원내대표와 대립했던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에 임명하면서 당내 계파갈등은 극에 달했다. 심지어 “분당할 수 있는 명분이 마련됐다”며 비노계가 반발하고 있다.

사실 이종걸 원내대표는 최 의원 대신 우윤근, 노영민, 김동철 의원을 문 대표에게 사무총장으로 추천했다. 대신 최 의원을 전략홍보본부장으로 임명하는 안을 냈고, 문 대표도 받아들이는 듯했다. 하지만 이 원내대표가 추천한 인사들이 ‘고사’하면서 문 대표는 최 의원을 적극 밀어붙여 확정했다.

이때부터 새정치연합 당내 갈등은 극에 달했다. 이 원내대표는 강하게 반발하며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다. 이 원내대표는 지난달 23일 최재성 의원을 사무총장으로 임명 발표한 뒤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지금껏 문 대표에게 당의 문을 열어야 한다고 줄곧 말씀드려왔다. 하지만 오늘 문 대표는 당 안쪽에 열쇠를 잠갔다”면서 “포용하지 않는 정당은 확장성이 없고 확장성이 없으면 좁은 미래가 있을 뿐”이라고 반발했다.

비노계 중진들은 물론 비노계 인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당장 비노계 박지원 의원은 “당을 쪼개자는 분당, 신당론자들에게 구실과 명분을 주는 인사”라고 비판했고, 박영선 의원은 “당의 에너지를 흩어지게 하는 인선으로 문 대표의 리더십도 삐걱거릴 것”이라고 지적했다. 뿐만 아니라 최 의원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된 후 비노계 인사들은 여의도 인근에서 회동을 하는 등 향후 대응 방향을 놓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심지어 비노계 의원들 사이에서 최 의원을 비방하는 문자메시지가 나돌았다. 문자메시지가 한 인터넷 언론의 카메라에 잡히면서 알려지게 됐다. 김한길 전 대표가 보낸 문자메시지를 이 원내대표가 확인하고 있는 광경이 포착됐던 것.

이 문자메시지에는 “최재성과 OOO 의원이 서로 다른 자리 앉아라 비켜라 저리 가라 티격태격하다 최재성이 OOO 의원에게 따라오라고 해서 국회 빈방으로 가서 팼답니다”는 게 내용의 주된 골자다. 논란이 확산되자 김 전 대표는 “문자 메시지는 그날(지난달 23일) 아침 김한길 의원이 이종걸 원내대표와 만났을 때 ‘무슨 의원들끼리 싸웠다는 내용의 문자가 왔다. 나는 처음 듣는 이야기다. 알고 있느냐?’고 물어보자 이 원내대표가 ‘나한테도 좀 보내달라. 뭔지 알아보겠다’라고 해서 보내준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친노 측에서는 비주류에서 고의적으로 흘려 사무총장에 임명된 최 의원을 끌어내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으로 보고 있다.

당내 갈등이 심각한 가운데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사무총장을 공천심사위원회에서 배제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밝혔고, 최 의원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과연 얼마나 지켜질 수 있는지에 벌써부터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그래서일까. 비노계에서는 10월 재보선을 통해 승부수를 띄울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회의원 재보선은 없지만 재보선이 치러질 가능성이 있는 지역은 ▲전남 장성·무안·장흥군수 ▲광주 동구청장 ▲함평군 광역의원 등이다.

공교롭게도 호남에 집중돼 있다 보니 문 대표로선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 천정배발 신당 창당설이 나돌고 있는 가운데 천 의원이 자신이 미는 후보가 당선이 된다면 문 대표로서는 비노계로부터 ‘당대표 사퇴’ 촉구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때 비노계에선 문 대표가 당대표직을 던지면 손학규 전 대표를 전면에 내세울 것이라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리고 있다.

이때도 물러나지 않으면 비노계에선 ‘친노와 결별을 선언’, 만지작거리던 탈당 카드를 꺼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러한 말이 나오는 배경에는 문 대표가 ‘최재성 사무총장 카드’를 꺼내면서부터다.

친박 YES하면 비박 NO
비박 YES하면 친박 NO

새누리당도 사무총장 인선을 놓고 고심하고 있다. 새정치연합과 마찬가지로 내년 4월 총선을 책임질 인물을 찾는 과정에서 진통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거론되는 후보들이 선수와 지역 면에서 김무성 대표의 기대치에 맞지 않은 데다 계파 갈등으로 번질 수 있어 좀처럼 적임자를 찾기 쉽지 않다. 그렇다보니 인선을 하는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사실 김 대표는 “당은 질서가 있는 조직이기 때문에 사무총장이라는 중책은 최소 3선의 연륜을 가진 의원이 맡아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다. 게다가 영남권 출신 의원들은 될 수 있으면 배제한다는 의사를 누차 밝혀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더구나 계파 갈등을 일으키지 않을 수 있는 인물이어야 한다는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이 조건에 부합하는 사무총장 후보군은 누구일까. 당 안팎에선 신상진, 진영, 한선교, 정두언, 황진하 의원 등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친박과 비박 간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킨 상황이라 ‘거론’되는 인사들이 사무총장으로 임명될지는 미지수다.

실제 진영 의원은 2013년 보건복지부 장관을 그만 둘 당시 청와대에 반기를 들었다. 이 때문에 친박계에서 거부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두언 의원 역시 비박계 색채가 강하다. 황진하 의원도 2007년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대선 후보 경선 때부터 친박 진영에서 활동해 비박계에서 거부감이 있다. 신상진 의원은 3선이지만 지난 4월 재보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했다는 점이 마이너스로 작용하고 있다.

그러던 중 새누리당 내에서는 한선교 의원이 유력하다는 말이 나돌았다. 한 의원은 대표적인 원조 친박 의원으로 당내 친박 의원들과 사이가 원만하고, 김 대표와도 친박 무소속연대를 함께한 경력이 있어 가까운 편이다.

다만 비박계에서 거부감이 있다. 실제로 비박계 인사들 중 일부는 “연예인 출신 국회의원이 선거 전략을 짤 수 있겠느냐”는 말을 하기도 한다. 게다가 새정치연합에서 ‘최재성 카드’를 꺼내든 만큼 한 의원을 앞세울 경우 선거전략 등에서 밀릴 수 있다는 불안감이 당내 상존한다. 이 때문에 일부에선 무게감 있고 업무 능력이 탁월한 영남권 3선 의원도 거론되고 있다. 그 이면에는 유승민 원내대표의 거취 문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고, 친박계에서는 ‘유승민 사퇴론’을 꺼내들었다. 대통령 정무특보를 겸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유 원내대표 사퇴에 대해 “이게 일단락됐다고 하는데 김태호 최고위원의 얘기처럼 아직 일단락된 것 같지 않다”고 말했다. 따라서 유승민 사퇴론이 본격적으로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TK(대구·경북)지역을 대변할 인물이 없어진다. 지난달 16일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이 지역구인 강석호 제1사무부총장이 전격적으로 당직을 사퇴하는가 하면, 지역 출신의 대구 북구갑 권은희 대변인도 당직에서 물러났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당 안팎에서는 제1사무부총장이었던 강석호 의원 등이 사무총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7122love@ilyoseoul.co.kr

박형남 기자 7122love@ily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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